[Sports] EPL 36R: Stoke City vs Arsenal by Lucypel

프리미어십 선두와의 경기에서 놀라운 승리를 거두었던 그들은 마치 거짓말처럼 그 다음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나이티드가 지난 경기에서 왜 패배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브리태니아 스타디움에서의 아스날은 무기력했다. 비록 주장 파브레가스가 여전히 부상 중이어서 출장하지 못했고 나름 공격을 잘 이끌어주던 나스리 역시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였지만, 아르샤빈과 월컷이 반 페르시와 공격진을 이뤘고 중원에는 바로 유나이티드를 격침시켰던 윌셔-램지 조합이 다시 가동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히 경기력이 달라질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아스날은 마치 다른 팀 같았다. 물론 이전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반 페르시는 여전히 박스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고, 덕분에 좌우 측면에서의 크로스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멋진 압박과 공격 전개를 동시에 보여주었던 두명의 어린 미드필더들은 지난 승리가 너무 달콤했었는지 스토크의 미드필더들과 쓸데없는 충돌을 너무 많이 벌이는 모습이었다. 비록 점유율은 훨씬 더 가져갔을 지언정, 공격 전개에 있어서는 스토크의 투박한 미드필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특히 아스날의 가장 큰 약점은 왼쪽 측면이었다. 스토크에서는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페넌트가 시종일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클린시의 대체 자원으로 선발 출장한 깁스는, 박지성의 앞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수많은 한국팬들에게 큰 선물을 주었던 바로 그 깁스는, 수비적으로도 공격적으로도 부족해서 아르샤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전반 28분에 터진 스토크의 선제골 역시 페넌트의 측면 공격을 풀백 깁스가 따라가지도 못해 아르샤빈이 수비하다 내준 프리킥에서 나온 득점이라는 점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무능한 풀백은 현대 축구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반면 스토크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을 잘 수행하면서 달콤한 승리를 챙겨냈다.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최대한 좁혀서 아스날이 특유의 아기자기한 짧은 패스 연결을 통한 전진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했고,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참이면 순식간에 몸을 날려 각도를 좁히고 슈팅을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공격적으로도 최전방에서 득점 기록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커다란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켄와인 존스가 버티고 서서 상대 센터백들을 괴롭혔고 긴 패스를 통해 스로인이나 코너킥을 얻어내면 존스에 후트와 쇼크로스라는 어마어마한 장신 선수들이 가담하는 위협적인 세트피스로 연결했다. 델랍이라는 환상적인 스로인 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스토크의 세트피스를 더욱 무섭게 했다.

그리고 저메인 페넌트. 수없이 많았던 촉망받던 잉글리시 윙어 중 하나였던 그는 아스날과 리버풀에서 뛰었었지만 결국 크게 성장하지 못한 채 이 클럽 저 클럽 전전하다 현재는 스토크의 윙어로 활약하고 있는데, 존스의 선제골을 도우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듯 하더니 전반 40분 멋진 추가골을 뽑아내며 아예 비수로 아스날의 심장을 휘저어놓고야 말았다. 램지의 실수가 페넌트에게 공을 넘겨 주었고 그것을 막지 못한 사냐, 아예 수비 가담할 생각조차 않고 바라만 보던 송, 공간과 수비 분배에 정신을 놓고 있던 주루가 페넌트의 골을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가 이번 경기에서 아스날을 무찌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라는 점은 여전히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아스날의 약점은 꽤나 명확했다. 파브레가스가 없는 이상 중원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계속 만들어줄 선수가 없었고, 중앙 성향의 윙어들이 배치되었지만 풀백들의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측면이 부실해졌으며, 최전방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낼만한 스트라이커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슈체즈니가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면서 골문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주루라는 딱 봐도 부족한 센터백의 존재는 높이면 높이 뒷공간이면 뒷공간 모두 허용하기 쉬운 수비진을 만들고 있었다.

아스날은 후반 시작과 함께 샤막과 벤트너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여전히 효과적이지 못했고, 후반 막판 로시츠키까지 투입하고 난 후에야 내내 한심했던 반 페르시가 간신히 개인 기량으로 만회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만회골로 이어간 실낱같은 희망은 단 1분만에 또다시 수비진의 실수로 인해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단숨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공격력의 상실은 수비하라고 내보낸 송은 하라는 수비는 개판이고 쓰잘데기없는 헛된 패스만 시도하느라 바빴고 공격 전개의 중심이 되었어야 할 윌셔는 거친 몸싸움과 말싸움에 휘말려 평정심을 잃어버린 댓가라고 봐야할 것이다.

결국 아스날은 이번 시즌 역시 무관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장단점은 여전했을 지언정 놀라운 정신 무장으로 간신히 승리했던 지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로 다시금 희망을 가졌던 아스날이지만, 스토크와의 이번 경기에서는 그러한 정신력마저 모조리 상실하며 헛짓거리만 반복한 끝에 처참한 패배를 당하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벵거 감독의 철학은 이번 시즌에도 윌셔라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더 멋진 우승이라는 작품은 다시금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이미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영입을 하겠다고 말한 벵거 감독이 얼마나 독기어린 모습을 보여주느냐 하는 점만이, 적어도 현재로써는, 아스날 팬들을 위로할 수 있는 단 한가지 요소일 뿐이다.

[Sports] EPL 36R: Tottenham Hotspur vs Blackpool by Lucypel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갈길 바빴던 토트넘의 발목을 다시금 잡아챈 것은 다시금 자신들의 뒷문을 지키던 고메즈 골키퍼였다.

지난 첼시 원정에서 결국 패배하는 빌미를 제공했던 것은 역시 고메즈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오심을 하려고 일부러 기다리고 있어도 왠만큼 빌미를 주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 슈팅을 놓쳐서 골문까지 굴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던 고메즈의 실수는 잘 해나가던 토트넘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을만큼 결정적이었다. 이미 레알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호날두의 슈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그는 정상급 골키퍼로 성장할 것 같았던 과거와는 달리 중요한 장면에서 종종 실수를 저지르는 아쉬운 현재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결국 흐름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고메즈 골키퍼에 의해서였다. 전반 내내 토트넘이 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을 주도하되 중간 중간 찰리 아담을 내세운 블랙풀의 역습이 이루어졌고, 후반에도 중반까지는 그러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토트넘의 공격이 날카롭지 못했던 것이 그 긴 시간 동안 경기를 가져가지 못한 이유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무득점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후반 막판 단숨에 소용돌이에 휩쌓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도슨의 손에 공이 맞으면서 블랙풀이 얻은 페널티킥을 찰리 아담이 낮은 구석으로 날카롭게 차넣었지만, 이것을 고메즈가 멋지게 막아내면서 경기 막판의 흐름을 토트넘에게 넘어오는 듯 했다. 하지만 곧장 이어진 그 다음 코너킥과 그 이후의 상황에서 고메즈의 무리한 시도는 1분만에 또다시 블랙풀에게 페널티킥을 선물했고, 직전의 슈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높고 강하게 때려넣은 아담은 결국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고메즈가 지난 첼시 원정에서처럼 멍청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그 직후에 또다시 페널티킥을 내주는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경기의 흐름을 뒤섞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안정적으로 팀의 최후방에서 필드 플레이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골키퍼가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경기를 뒤흔드는 것은 비단 수비진 뿐만 아니라 공격진에도 상당한 심적 부담을 주기 마련이고, 결국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나 프리미어십에서 토트넘이 중요 고비마다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메즈의 책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기는 정규 시간이 끝나기 직전 데포가 순수한 개인 기량으로 뽑아낸 멋진 중거리 슈팅이 만회골로 연결되면서 무승부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역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 토트넘의 경기력이 상당히 아쉬운 경기였다. 연이은 박스 안에서의 반칙 뿐만 아니라 공격적으로도 상당히 허술했는데, 단순한 측면 크로스가 계속되는 가운데 파블류첸코는 계속 박스 바깥쪽으로 내려와 공격 전개에 참여해야만 하면서 박스 안에서의 높이를 제공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여주었고, 득점 장면을 제외하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데포와 눈에는 계속 띄었지만 시즌 전반의 정말 좋았던 모습은 상당 부분 잃어버린 반 더 바르트 역시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게다가 토트넘 입장에서는 베일마저 큰 부상을 당하며 교체된 것이 남은 시즌을 더욱 걱정스럽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공격 과정에서 블랙풀의 거친 수비에 가로막히면서 발목을 다친 베일이 교체된 것은 그나마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하던 선수가 없어진 것과 동시에 남은 경기마저 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한 상상을 하도록 만들었다. 교체 투입된 레넌이 그닥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더더욱 베일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도록 했다.

이로써 사실상 토트넘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와 아스날의 뒤를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경기에서마저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한 것은 결국 그들의 다음 시즌 유럽 무대를 유로파리그로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그들의 뒤를 바짝 쫗고 있는 머지사이드의 두 클럽을 생각하면 자칫 최악의 경우는 유로파리그마저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이 당면하게 될 또다른 문제는 주축 선수들의 이적일 것이다. 이미 왠만한 주요 클럽들은 모두 한번쯤 연루설이 났을 정도로 이번 시즌 뜨거운 감자였던 베일 뿐만 아니라 레넌이나 모드리치, 반 더 바르트의 경우 챔피언스리그에 출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적할 가능성이 보다 커졌으며, 이러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적할 경우 팀 전력의 약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후로 다음 시즌 이후로 계속 추락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토트넘이 이번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토트넘의 이번 시즌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 심지어 그 다음 시즌까지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시즌 막판의 부진이 전적으로 그들의 경기력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명확하지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며 일어났던 토트넘의 돌풍이 자칫 이번 시즌을 끝으로 단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 토트넘 서포터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Sports] UCL Semifinal: United vs Schalke 04 by Lucypel

그토록 두터웠던 노이어의 벽도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이상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지난 주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원정에서의 패배는 유나이티드를 다소 조급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적절한 호흡 조절을 통해 순식간에 유나이티드를 원래의 흐름으로 되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이번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을 거의 모두 제외한 선발 명단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다음 주말 다가오는 첼시와의 경기를 위한 체력 안배를 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으면서도 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에 그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기용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동기 부여까지 해낸 것이다.

반 데 사르를 제외하면 다음 첼시와의 경기나, 또 더 길게 봤을 때 웸블리에서의 결승전에 반드시 출장한다고 할 수 있을만한 선수는 없다고 봐야할 선발 명단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전 베르바토프-오언 투톱을 기용하면서도 수비진에는 경험 많은 선수들을 내세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베르바토프 원톱에 좌우에 나니와 발렌시아가 포진한 형태의 공격진과 오셔-에반스-스몰링-하파엘이라는 다소 생소한 포백이 구성되어 있었다. 여기에 스콜스와 안데르송, 깁슨이 중원에 포진하면서 4-3-3 혹은 4-5-1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전형이 완성되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 분명했던 샬케를 상대로 스콜스를 후방에 배치한 뒤 안데르송과 깁슨을 역삼각형 형태로 배치하고 공격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최전방의 베르바토프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재빨리 수비 진영을 갖추는 수비 전술도 병행하기는 했지만, 공격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안데르송과 깁슨이 적극적으로 전진하여 최전방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많이 뛰기는 하지만 효과적인 움직임이나 패스가 잘 보이지 않았던 안데르송과 눈에 띄는 활동량 자체가 많지 않았던 깁슨이 스콜스의 앞에서 뭔가 많은 활약을 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결국 결과적으로 보자면 전반은 깁슨이, 후반은 안데르송이 맹활약한 경기가 되었다. 샬케가 파파도풀러스를 제외하면 중원에서의 힘싸움을 할 수 있을만한 미드필더를 투입하지 않은 것이 깁슨과 안데르송의 압박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좋은 압박은 곧장 역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두 선수의 전진히 효과를 보기에도 유리했다. 좌우의 나니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 대신 정직하게 측면을 공략하는 가운데 최전방의 베르바토프가 2선 혹은 측면으로 벌리면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이 공간을 안데르송과 깁슨이 전진하는 형태로 공격이 이루어졌다. 깁슨의 추가골과 안데르송의 첫번째 득점은 측면으로 공이 움직인 사이에 두 미드필더가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득점이었다.

또한 두 선수는 단순히 움직임 뿐만 아니라 패스에서도 좋은 기량을 보였다. 이전부터 공격적인 위치에서의 마무리 패스에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깁슨은 이번에도 날카로운 대각선 패스를 종종 보여주었는데, 특히 발렌시아의 선제골을 도운 패스는 스콜스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단숨에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안데르송 역시 계속 전진하는 샬케의 풀백의 뒷공간을 향해 계속 좋은 패스를 찔러주었다. 물론 스콜스가 뿌려주는 예술적인 경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어도 두 선수 모두 상당히 전진된 위치에서, 그 말인즉슨 상대의 압박에 더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위치에서도, 좋은 패스를 계속 만들어냈다는 점은 중요하다.

공격에서는 이 두 어린 미드필더가 좋은 모습을 보인 것처럼 수비에서는 에반스-스몰링 센터백 조합이 활약했다. 사실 시즌 중반 비디치와 퍼디낸드가 출장하지 못할 때 종종 출장했던 이 조합은 당시 별로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다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라울도 에두도 훈텔라르도 모두 잘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몰링이 강인한 신체를 바탕으로 상대 포워드를 압박하고 에반스가 좀 더 지능적으로 수비하는 형태였던 이 조합은 특히 좀 더 경험이 많은 에반스가 확실히 안정적인 수비를 해주면서 단숨에 좋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스몰링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수비를 해주면서 가끔 실수를 했는데, 후라도의 만회골 장면에서도 스몰링이 전진하다 공을 빼앗긴 것이 빌미가 되었다. 반면 이번 시즌 들어 지난 시즌과 달리 경기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던 에반스는 라울이라는 거물을 만나면서 집중력을 되찾았는지 경기 내내 깔끔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후반 들어서도 에두와 훈텔라르라는 강인하고 빠른 스트라이커들을 상대하면서도 상대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차세대 센터백으로써의 자신을 다시금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유나이티드가 이렇게 새로 투입된 선수들의 좋은 경기력으로 손쉬운 승리를 가져가는 동안 샬케는 전체적으로 한계를 드러내며 웸블리를 향한 행진을 올드 트래포드에서 멈춰야만 했다. 비록 수비진 전체에 대한 평가는 시즌 내내 좋지 않았던 샬케였지만 "노이어가 막고 라울이 넣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노이어는 지난 경기에서 유나이티드에게 맹공을 당하며 결국 2실점하며 무너진 뒤 뮌헨과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는 무려 4실점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다. 이번 경기에서도 경기 내내 선방을 계속했지만 실점 장면에서는 또 무기력했는데, 특히 깁슨의 득점 장면에서는 다소 허망한 손놀림으로 스스로도 허탈한 표정을 드러내 보일 정도였다.

공격진의 라울 역시 전반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에두 투입 이후 2선으로, 훈텔라르 투입 이후 중원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어떻게든 샬케의 공격을 풀어보려 노력했지만 어딜 가나 따라붙는 유나이티드의 압박에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던 상황에서 동료들 역시 수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면서 결국 인상적인 공격 작업을 해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나마 에두가 투입된 이후 에두의 묵직한 중거리 슈팅이 두어번 나오면서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노리기는 했지만, 짜임새있는 전개가 아니었고 너무 멀었으며 무엇보다 득점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유나이티드는 루니와 에르난데스, 캐릭과 긱스, 박지성, 비디치 등의 주전급 전력들을 첼시와의 경기를 위해 아껴두면서도 노이어를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어린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라는 큰 무대에서 부담없이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이겠다는 강력한 동기를 바탕으로 멋진 경기력을 해주면서 퍼거슨 감독은 이번 시즌의 마무리를 향한 발걸음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까지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번 시즌의 남은 경기는 네 경기로 정리되었다. 첼시와의 올드 트래포드 경기는 사실상 프리미어십에서의 결승전과 같은 무게를 가질 것이고, 블랙번과 블랙풀을 상대한 뒤 시즌의 마무리는 웸블리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게 될 것이다. 첼시와의 경기를 승리한다면 바르샤와의 결승전을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36라운드에서 승리하여 첼시와 아스날의 가냘픈 희망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는 주는 일이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