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ndon & Paris 2007: 5th by Lucypel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다고, 물론 선택권은 없었어도,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결국은 새벽에 일어나서 어제 막 빨아 널어놓은 옷을 가방안에 꾸겨넣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혹시나 잊을까 모니터에 잔뜩 붙여 놓았던 포스트잇들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떼네어 버리고,
아홉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짐들을 챙겨서 공항으로 갈 준비를 마친다.

하필이면 출근 시간에 겹쳐 넘쳐나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엔진 소리에 실려가면서
간밤에 꾸었던 꿈 생각에 끌어안은 짐들의 무게를 멍하니 잊어버리고 만다.
하얀 눈밭이 되어버린 활주로와 탁트인 파란 하늘로 날아가던 비행기.
그냥, 아무 의미없는 꿈일 것이 분명하고, 애초에 꿈에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왠지모를 느낌에,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휩싸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터.

월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인천 공항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아이러니하게도 티켓팅하는 창구는 기나긴 대기 공간이 무색하도록 한산하고,
짐을 부치고, 표를 끊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인사드리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먹는다.
얼마만에 먹는 밥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기내식을 금방 먹게 될 것임에 분명하지만,
오랫만에 또 한동안 없을 식사는 하는편이 좋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열세시간.
꽤나 오랜 시간을 멍하니 기다리다가 한시반이 겨워 출발한 비행기가 런던에 도착했고,
어쩐 일인지 런던은 아직도 네시반인지, 그 길고긴 비행은 단 세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금은 무섭게 물어보는 입국 심사원에게 겁먹고 벌써부터 영어는 헤매고 있지만
처음가는 곳이라도 지도만 있으면 헤매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문제는 없다.
히드로 공항에서 패딩튼 역까지는 금방 실어다주는 기차가 있으니 더욱 편하고
오후 다섯시에 이미 어두워진 런던 시내에서 처음 보는 호텔을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거운 캐리어가 날 떠밀었는지 번지수로 건물을 찾아버리는 기염을 토해낸다.

어찌저찌 호텔에 짐을 풀고, 따뜻한 물로 씻고.
그렇게 벌써 시계는 새벽 네시를 넘어가고 있다.
서울 시간으로 네시니까, 런던 시간으로는 저녁 일곱시겠구나.
그래도 꼬박 스물네시간 가까이 자지 못하고 강행군한 셈이네.
어쩐지 잔뜩 피곤해져 있다 했다.

어쩌면 조금 이른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잠들어도 나쁘지 않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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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심지원 2007/11/28 19:31 # 삭제 답글

    머야 비행기에서 한잠도 안 잔거야? 그 긴 시간 동안 멀 한거야? ㅋㅋ
    "번지수로 건물을 찾아버리는 기염을 토해"내는 순간 웃다 쓰러진다 ㅋㅋ
    역시 이범성~ ㅋㅋㅋ 어딘들 못찾아 가겠어 ㅋㅋㅋ
  • 심지원 2007/11/28 19:35 # 삭제 답글

    가만... 제목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혹 "nov" 비슷한 뭔가가 빠진 것이 아닌지..
    음.. 아닌가...? 뭐, 아님 말구 +_+ (소심)
  • Lucypel 2007/11/28 22:59 # 답글

    심지원: 별로 비행기에서 잠이 오지는 않더라고. 창가 자리는 시끄럽잖아; 그리고 거기는 번지수로 잘 되어 있어서 찾기도 쉽다구. (...) 제목은 그냥 어차피 다 11월이니 날짜만 쓰기로 했을 뿐입니다-
  • 심지 2007/11/30 11:42 # 삭제 답글

    ㅎㅎㅎ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
    가만 보니 실명을 쓰는 인물은 거의 없는 듯하여 나도 이름을 바꿔보기로 하였다
    어때 굉장하지? 음핫핫핫
  • Lucypel 2007/11/30 12:08 # 답글

    심지: ... 인제 30대 후반인데, 재밌어? (...)
  • 심지 2007/12/01 21:30 # 삭제 답글

    후반은 아니야
    아직 파릇파릇한 중반......이라구 어흑 OTL
  • Lucypel 2007/12/01 23:39 # 답글

    심지: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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