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ndon & Paris 2007: Tate Modern

와,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테이트 모던 사진은 한장 뿐이구나. (..)
벌써 희미해지기 시작하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테이트 모던 사진도 많이 찍었었지만,
역시 미술관 안에서 작품 사진을 찍는 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런 사진은 없었고
건물 밖에서 찍은 사진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 지워버렸던 것 같다.
결국 남아있는 건 강 건너에서 찍은 전경 한 장 뿐.

겉모습에서 보이듯이 미술관 자체도 약간 예술적으로 만들어놓았고,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테이트 모던은 현대 미술을 다루고 있는 미술관이다.
물론 아주 최신의 현대 미술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세기 중후반의 작품들도 다수 전시하고 있어서 꽤나 까다롭다.

런던의 여느 국립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테이트 모던도 무료 입장, 기부금제.
아아, 첫날이라서 방심했는지 3파운드 기부한 것은 아직도 가슴을 쓰리게 한다.
뭐, 3파운드로 런던 시내의 주된 박물관과 미술관을 모두 돌았다고 생각하면 괜찮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3파운드면 콜라가 5리터, 6리터는 될 수도 있으니 아쉽기도 하다.

상설 전시가 있는 층과 특별 전시가 있는 층이 나누어져 운영되고 있고,
거대한 균열을 조형해 놓은 0층부터 시작하면 꽤나 즐겁게 돌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관람의 동선을 잡기가 조금 까다롭다는 점.
무언가 순서에 따라서 흐름을 갖고 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내 취향이고
영국 사람들은 순서 따위 상관없이 그저 내키는 데로 돌아보는 듯 하니 어쩔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이니만큼 혼잡해지지 않도록 흐름을 잘 구성했으면 좋을 것 같다.

상설 전시만 간단히 둘러보아도 두어 시간은 충분히 잡아먹을 정도의 규모이고,
미술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이 다수 있을 정도로 좋은 컬렉션이기에,
이곳에서 본 작품에 대한 감상을 몇줄 글자로 남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난해한 현대 미술 작품들은 솔직히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들도 많았고.

그래도 Lucy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갓 죽어버린 (것을 연기한) 여성의 무기력한 얼굴을 그려놓은 작품의 제목이었고,
아마도 모델인 여성의 이름이겠지만, 여성의 이름으로 된 연작 중 하나였다.
왠지 헛웃음이 나오면서 살짝 소름이 돋는듯한 느낌을 가진 것은 당연한 걸지도.

그 외에도 조각이나 조형, 동영상 작품들도 다수 전시되어 있었지만
역시 취향상 눈에 들어왔던 것은 회화 작품 쪽이었던 듯하다.
현대 미술이 갖는 여러 가지 특징들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들은 많지만,
잠깐 들러 잠깐 생각했던 것으로는 이런저런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집단 활보.
수십명씩 몰려 다니며 미술관을 점령하고 노트에 옮겨 적고 따라 그리는 데다가
심지어는 작품 앞에 떼로 주저앉아 수다 떨고 그림 보고 있는 모습은 꽤나 질려버렸다.
머나먼 타국 땅까지 와서 내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미술관이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우리 나라도 겉보기 정도는 선진국 수준까지 애들을 바꿔놨구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여행 첫날부터 미술관에서 헤매이는 건 꽤나 즐거운 일.
게다가 현대 미술에 대해서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도 괜찮았다.
매점에서 만난 할머니와의 "아주 짧은" 대화도 기억에 남는 일이지만,
스스로의 부족함만 잔뜩 돌이킨 기억은 빨리 흘러보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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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12/06 21:41 | Review: Travel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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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Fallen Seraphim'.. at 2008/01/30 14:07

... 바베큐"라고 써붙여 놓은 식당은 대단해 보이지만 며칠만 런던에서 지내다 보면 런던에는 제일 맛있는 집만 수백개는 있는 걸 알게 된다. 원래 강남으로 내려왔던 것은 Tate Modern에 들르기 위함이었고, 그 앞의 The Millenium Bridge를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현대 미술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던 나였지만 테이트 모던 ... more

Commented by 심지 at 2007/12/07 23:20
여행 후기 재미있게 잘 읽고 있다~ 낼 보자 오바~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08 10:03
심지: 네. 알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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