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UCL 32강 F조: ManU vs Roma

아쉽지만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하는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주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토티를 필두로 만시니와 타데이 등 주전급 공격수 대부분을 투입한 로마와 달리
맨유는 루니와 캐릭, 플레쳐, 오셔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린 선수들을 투입했다.
쿠시챡 골키퍼와 오셔-에반스-피케-심슨의 포백은 처음 볼만한 조합이었고
나니와 이글스가 지킨 양 측면과 오랫만에 나선 루니-사하 투톱 역시 새로운 조합이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라 해도 어째서 그들이 유나이티드의 붉은 저지를 입고 있는지
나름의 가능성을 대부분의 선수들이 보여주면서 로마를 압박해 들어갔고,
평소답지는 않았지만 차분하고 느릿하게 공격과 수비를 풀어나가며 경기를 이끌었다.

역시 이런 차분하고 느릿한 전개는 캐릭-플레쳐라는 조합의 위력인 듯 보인다.
팀내 경쟁자들에 비해 다분히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이 두명의 미드필더는
조용히 중원에 위치하며 착실하게 수비에 가담했고 깔끔하게 긴 패스를 연결했다.
캐릭이 뒤에서 전체를 조율하는 동안 플레쳐는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였고,
두 명의 미드필더가 단단하게 수비에 가담해 준 덕에 로마의 창을 꺾을 수 있었다.

수비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오셔였다.
에스포지토와 시싱요의 오른쪽 공격 라인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해낸 오셔는
특히 에스포지토와의 대결에서 훨씬 큰 신장을 바탕으로 한 한 발 빠른 움직임으로
패스를 먼저 차단하거나 전혀 돌파당하지 않으며 로마의 오른쪽 라인을 완전히 묶었다.

오른쪽 풀백인 심슨이 만시니에게 다소 제압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자
오셔와 브라운을 교체하여 브라운으로 하여금 만시니를 상대하게 함으로써
만시니의 제압을 노렸던 퍼거슨 감독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미 이탈리아 최고 수준의 윙어로 성장한 만시니를 상대로 브라운은 여전히 단단했고
순간적인 역습 상황에서 센터백들의 느슨한 수비가 아니었다면 실점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조니 에반스와 헤라르 피케의 센터백 조합이 무력했던 것은 아니다.
상당히 경험이 부족한 두 명의 선수를 함께 출전시킨 것은 다소 도박적이었지만,
두 선수는 나름 괜찮은 호흡을 보여주며 그들의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시야가 충분히 넓지 못한 장면을 몇차례 보여주었고
후반 들어 앞서간 점 때문인지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며 실점한 것은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패스나 움직임 자체는 좋았지만 뒷공간을 내주는 일이 약간 있었고
발빠른 공격수들에 대한 수비가 다소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격에서는 확실히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공백이 느껴졌다.
루니는 주장 완장을 찬 뒤 행복해 보였지만 그다지 팀에 공헌하지는 못했는데,
그와 발을 맞추어야 할 사하와 나니, 이글스가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그를 도와주거나 그의 도움을 잘 받아내지 못하며 루니를 고립시키고 말았다.
과거에 비해 횡으로 배치된 루니와 사하는 그나마 몇 차례 좋은 호흡을 보였지만
그것을 골로 결정짓지 못하면서 예전의 파괴력 있는 모습에 대한 향수를 남겼다.

이글스와 나니는 그다지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잦은 스위칭도 없었지만,
간혹 나온 나니의 드리블 돌파는 그의 육체적인 재능을 잘 보여주었고
이글스는 전통적인 오른쪽 윙어로서의 자질을 가끔 나타내며 움직였다.
하지만 사하나 후반 투입된 동팡주어를 이용하기 위한 공격 방법은
좌우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가 가장 주요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크로스가 올라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은 약간 아쉬웠다.

다만 이글스의 경우는 후반 중반 이후 오른쪽보다 중앙으로 이동하여 움직였는데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 자리를 옮겨가며 공을 주고 받는 움직임이 좋았다.
화려한 개인기를 통한 드리블 돌파에 능하지는 않지만 간결한 오른발 패스가 좋고
순간적인 속도가 있기 때문에 쳐진 공격수에서의 이글스도 상당히 어울릴 듯 하다.
가끔 터지는 감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슛 역시 중앙에서의 좋은 옵션이 될 것이다.

로마는 몇차례의 행운과 몇차례의 불운이 있으면서 공격을 풀어나갔지만
의외로 끈끈했던 맨유의 어린 수비진과 재빠른 쿠시챡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홈에서 동점골을 겨우 만들어내는 데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나마도 패배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오늘 로마의 공격은 아직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토티의 다소간의 부진과
좌우 측면의 윙어들이 상당 부분 제압당하는 상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부치니치의 투입 이후 거의 투톱에 가까운 전형으로 변화하면서 득점에 성공했지만,
로마 특유의 빠르고 섬세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될 듯.

이미 조 1위와 2위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다소 싱거울 수 있었던 경기는
두 팀답지 않은 다소 느릿느릿한 전개로 김이 빠지는 듯 했지만
맨유의 어린 선수들이 힘겨운 로마 원정을 잘 치뤄내면서 가치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주전 선수들은
주말의 앤필드 원정에서 그 가치를 다시 빛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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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12/13 07:20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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