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PL 후기: T1 vs Hero

이제는 당분간 미래가 없는 팀의 팬으로서 생각하는 사소한 생각 하나는,
연봉제의 문제는 연봉 협상에 성공한 선수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은 일정 수준의 연봉제와 그에 더한 수당제로 해소할 수 있으며,
이미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렇게 변화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역시 오늘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도재욱과 염보성.
도재욱은 다소 위험할 수 있었던 몰래 멀티를 배짱 좋게 성공시키면서
최근 아주 약간 주춤하기는 하지만 무척 기세가 좋았던 박지호와의 동족전을
완벽할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으로 깔끔하게 제압해 버리는 기염을 토했고,
염보성은 박성준의 심리를 정확히 읽은 것 같은 깔끔한 운영을 통해
에이스 결정전에서 히어로의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승리를 챙겼다.

티원의 입장에서는 박태민과 박성준이라는 저그 카드 두장이
모두 히어로의 테란 라인에 제압당했다는 사실이 뼈저릴 것이다.
물론 이재호와 염보성은 최근 가장 성적이 좋은 테란에 속하기는 하지만
박태민과 박성준이 보여주었던 과거의 기량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다소 완벽하지 못한 전략으로 경기에 임한 박태민과
조금 지나친 듯한 공격성으로 경기를 그르친 박성준.
두 선수의 완벽한 "퓨전"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듯 하다.

선수들의 임금에 대해 수당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미 고연봉으로 계약에 성공한 과거의 주전급 선수들의 기량은 끝없이 하락하고
아직 제대로 연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도리어 열심히 경기에 임한다.
후기 리그 들어 티원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도재욱 정도이고
그나마 신인으로 구성된 팀플 조합들이 근근히 승수를 챙겨주는 정도였다.
최연성, 전상욱, 박태민, 박성준, 박용욱 등의 선수들은 기대만 못했다.

진정으로 협회에서 프로리그를 이 판의 가장 주된 컨텐츠로 만들고 싶다면,
선수들에게도 그러한 것에 대해 "정신적인" 동기 뿐 아니라 "현실적인" 동기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페셔널"에게 있어서 가장 주된 동기는 무엇보다도 돈이다.

올드 게이머들의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말하는 내용이 있다.
"요즘 애들은 너무 좋은 환경에서 하는 것 같아요"라던가,
"전에도 이런 환경에서 게임했으면 더 열심히 했을텐데"라던가.
일각에서는 후보 선수들의 대우가 너무 열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있지만
프로라면 돈을 못 받으면 때려치우고 다른 거 해야 하는 것이 "비정하지만" 현실이다.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돈을 투자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미친 짓이다.

요즘 선수들은 너무 배가 부른 듯한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덧. 게다가 그건 이 바닥 뿐 아니라 다른 프로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by Lucypel | 2007/12/15 19:48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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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네스타 at 2007/12/15 20:11
'프로리그'의 염보성은 진짜 본좌급인거 같아요 이번시즌 저그전 전승이니..
T1은 전체적인 선수들의 마인드가 확실히 바껴야 할꺼 같아요.(특히 연성이)

연성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분의 T1에서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었는지 실감이 납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15 20:20
네스타: 염보성은 정말 단단하고 꾸준하고 성실한 것 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개인리그 우승자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인 "승리에 대한 지독할 정도의 갈망", 다른 말로는 "독기"가 좀 덜 보이는 게 개인리그에서의 결과가 부족한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티원이야 뭐, 어쩔 수 없을 정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정말 그분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위대한 "프로 선수"인가에 대해서 매번 되새길 뿐입니다. ^^;
Commented by Lucifer at 2007/12/16 11:46
훗, 기업들에게 프로스포츠는 전부 홍보거리에 불과합니다.
e-스포츠같이 팬 층이 한정되있는 분야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선을 끌 수만 있다면이라는 심정으로 올드들에게 고액연봉을 막 퍼다주는 게죠.
KTF의 홍진호, 변길섭, 조용호, 이병민 등이 좋은 예에 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KTF의 엔트리가 신인 중심으로 굴러가는데도 불구하고 06년 이후로 실력이 떨어진 선수를 1년 넘게 유급휴가의 형태로라도 데리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결론적으로, 기업 프런트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의 문제는 해결할 길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소리 해봐야 바뀔 것도 없겠지만]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16 13:48
Lucifer: 그거야말로 우리 나라 프로스포츠 전체 판의 문제이지요. 하지만 축구나 야구는 차츰 "축구인" 혹은 "야구인"이 늘어나면서 해결될 소지가 보이고 있다고도 (희망적으로 생각하자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판을 스포츠처럼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이 설혹 스타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종목으로 늘어난다 해도, 굳이 똑같이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 없이 앞선 사례들을 보고 빠르게 변화하는 편이 좋겠지요. 그리고 그 변화는 "실제로는 아무 상관 없는 기업 프런트"가 아니라 "진짜로 당장 이 바닥에서 먹고 사는 게이머와 코칭 스태프, 선수협과 협회, 방송사"가 주체가 되어서 만들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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