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ndon & Paris 2007: Green Park

적당한 가을 하늘과 은은한 낙엽의 가로수.
조금 싸늘하기는 하지만 조용하고 사람이 적은 공원은 정말 마음에 든다.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볼까 하고 기다리던 시간은
Green Park에서의 산책과 사진과 감탄으로 바꾸었다.
궁전의 정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건넜던 길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나를 이끌었고,
결국 쉴새없이 움직인 손가락은 카메라 배터리를 허공에 흩뿌려트렸다.
게다가 때마침 흐리던 하늘 사이로 햇살에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더더욱 공원의 매력에 저항할 수 없이 그저 빠져들 뿐.

영국식 정원의 특징은 넓은 잔디밭과 커다란 나무들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사이 사이의 산책로가 직선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프랑스식과 달리
넓은 몇개의 길 말고는 나무와 잔디밭 사이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점이 또다른 맛이다.
해가 잘 나지 않는 탓인지 나무가 좀더 촘촘히 울창하게 자라있는 것도 약간의 차이.

그린 파크에서 깨달은 또 한가지 생각은 인물 사진도 무척 즐겁다는 것이다.
한적한 공원에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찍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는데,
특히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커플은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올리게 만들었다.
비단 어린 커플이 아니더라도 함께 걷는 커플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오랜 시간 함께한 노부부의 뒷모습도 세월과 애정과 행복을 느끼게 했다.
커플 뿐 아니라 가족의 모습들, 특히 아이들의 모습도 즐거운 촬영 대상이 되었다.
특히 모씨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은 즐거움을 더해주었고.
몇몇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이 사진은 잉글랜드의 축구 열기도 잘 알려 주었다.
공을 차는 꼬마는 아빠와 형제들이 함께였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앞선 사진의 여자 아이와 엄마는 공차는 아빠와 형제들과 한 가족이더라.
사실 허락없이 찍는 거라 조마조마하면서 찍었는데 그들이 한 가족임을 알고 나니
괜시리 더 식겁해서 가슴 두근 거렸던 것은 어쩔 수 없었을지도.

공원에는 조형물도 있었는데, 캐나다와 관련된 기념비같은 것이었다.
물위에 낙엽이 떨어져 있는 줄 알았지만, 그건 조각되어 있던 메이플 잎사귀였다.
의외로 영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해서 관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그림에서 볼 것 같은 호젓한 낙엽길을 걷다 보면
아저씨가 앞질러 걸어 또다시 손을 움직이게 만들곤 했고,
잔디밭에 앉아있는 까치 한 마리도 카메라가 쉬지 못하게 시야에서 벗어나질 않더라.
버킹엄 궁전 정문을 향해 가는 근위병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하루종일 공원에 앉아서 카메라만 괴롭혔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아니, 저기 급하게 걷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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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12/17 21:00 | Review: Travel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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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쩨인 at 2007/12/19 15:41
완전 배경화면으로 사용할 만하네요. 진짜 어린이 프리킥 사진 멋지네요. 베컴의 프리킥 뒷모습 사진 생각나요~ 그리고, 모르는 분! 머리 위에 ♬ 하나 달면 어울릴 듯 즐거워 보입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19 20:09
쩨인: 볕이 좋은 날이어서 무척 다행인 거지요. 진짜 사진 찍고 싶어지는 장면이 많았답니다. ^^
Commented by 심지 at 2007/12/20 13:27
아~~ 공원 좋아~~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20 14:33
심지: 좋았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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