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9R: ManU vs Sun

맨유의 팬들은 오랜 친구인 로이 킨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돌아온 박지성과 나아지고 있는 사하에게서 반가움을 느낀 경기였다.

오랫만에 자리를 잡은 사하와 루니의 투톱은 지난 시즌의 위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물론 이미 루니-테베즈 투톱이 주전에 보다 가까운 위치를 선점하고 있지만
사하라는, 물론 일반적으로는 아니지만 맨유에서는, 장신 공격수의 옵션은
퍼거슨 감독에게 쉽게 포기하기에는 꽤나 아까운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선더랜드라는 다소 약체를 상대로 테베즈의 휴식을 빌미로 시험 기용한 조합은
다소 플랫한 투톱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 시즌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좌우 측면에 수비 진영까지 대단히 폭넓게 움직이는 루니의 기동력과 활동력은 건재했고
최상은 아니지만 조금은 더 날렵해진 사하의 움직임은 멋진 두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사하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른 선수와의 호흡.
루니는 워낙에 팀플레이가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발을 쉽게 맞추었지만
재빠른 호날두나 이번 시즌 합류한 나니와는 그다지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약간씩 어긋난 박자의 패스와 움직임은 전체적으로 공격의 짜임새를 떨어뜨렸고
중상위권 이상의 상대를 만난다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여전히 신입생에 머물고 있는 나니 역시 팀 전체의 공격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나니 개인의 속도나 드리블은 재빠르지만 순식간에 수비를 제쳐내지 못하고
다른 선수와 연계되는 움직임에서는 제대로 된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성보다 개인 돌파가 부족해 보일 정도라는 것은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강력한 슈팅이나 크로스는 수준급이어서
호날두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로 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체 투입으로 드디어 복귀전을 치른 박지성의 미래는 무척 밝아 보인다.
호날두와 긱스의 기량에는 분명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헌신적인 부분과 수비적인 부분에서 호날두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고
체력적인 부분에서 긱스보다 월등하다는 점은 그에게 충분한 가치를 부여한다.
게다가 경쟁자인 나니나 이글스는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에
복귀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박지성의 남은 시즌의 전망은 좋아 보일 따름이다.
특히 투입 직후 빠른 볼 터치에 이은 섬세한 패스로 나니의 슈팅을 도와준 것은
나니의 슈팅이 좀 더 날카로웠다면 분명히 어시스트로 기록될만한 것이었다.

브라운의 공간 패스를 받은 루니의 그야말로 침착하고 깔끔한 마무리로 첫 골을,
루니의 재빠른 측면 돌파와 사하의 날카로운 공간 침투로 두번째 골을 넣고
나니가 유도한 패널티킥을 사하가 침착히 성공시켜 네번째 골을 넣었는데,
호날두가 성공시킨 세번째 프리킥 골은 특기할만한 점이 발견된 느낌이다.

호날두는 보통 발등 혹은 발가락 부분을 이용해서 공 중심을 강하게 차는
일명 무회전 프리킥을 슈팅 가능한 지역에서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프리킥 골은 오른발 인프런트로 강하면서도 감아차는 느낌을 살짝 주었다.
보통 무회전 프리킥을 찰 때는 노려지는 지점이 골대 정중앙을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골은 정확히 골문의 왼쪽을 노리고 날아갔다는 점이 그런 느낌의 근거이다.
게다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차고 난 직후의 발과 다리 형태도 비슷한 근거가 된다.
결국 호날두가 꽤나 오랜 시간동안 고집스럽게 선택했던 무회전 프리킥 이외에도
정확하게 그리고 약간 회전을 준 프리킥도 가까운 거리에서나마 선택하게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결국 두가지 프리킥의 성공률을 모두 올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공격 옵션을 보다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상대 골키퍼에게 좌우의 선택 뿐 아니라 구질의 선택까지 강요한다는 것은
사실상 연구와 판단에 의한 선방이 아닌 운에 의한 선방만이 가능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루니와 사하, 호날두의 매서운 공격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선더랜드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난 선수는 누가 뭐래도 크레이그 고든 골키퍼일 것이다.
호날두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몇차례 막아내었고 그 이외에도 선방을 수차례 해내었다.
사실상 고든이 없었다면 네골이 아니라 열골에 가까운 실점을 허용했을 지도 모를 일이니
로이 킨 감독은 고든이 다른 빅클럽을 마다하고 그의 품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자신의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를 걸고 감사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고든을 제외한 블랙캣의 선수들 중에는 켄와인 존스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피지컬에서는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퍼디낸드와 비디치의 사이에서
그 두명을 모두 튕겨내며 공을 받아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히 "챔피언십의 드록바"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된다.
캐릭이나 플레쳐, 심지어 브라운 정도는 손쉽게 털어내는 정도의 피지컬에
어떻게든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려는 헌신적인 자세는 무척 좋은 자질이다.

에브라와 안데르송, 테베즈 등 최근 상태가 좋은 선수들을 쉬게 해 주고
캐릭-플레쳐 조합의 중앙 미드필더를 들고 나온 퍼거슨 감독은
사제 대결에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두며 박싱 데이의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로이 킨 감독에게는 조금 미안하겠지만, 전반에만 세골을 몰아넣은 공격력은 건재했고
게다가 박지성이 돌아왔고 플레쳐, 오셔 등의 백업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남아있는 연말연시의 고된 일정을 헤쳐나갈 수 있음을
오늘 경기로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맨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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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12/27 02:17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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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eropark at 2007/12/27 09:20
후반에는 좀 루즈했지요... 그리고 나니는 담시즌쯤 되봐야 알듯 합니다. 호날두도 05-06때까지만 해도 혼자우도라고 놀림 받으며 팀 템포를 끊어먹었으니까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27 10:12
keropark: 흠, 그래도 호날두는 한명이라도 제쳤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니 이 녀석은 당최 한명 제치는 모습을 못 보여주니 근심만 쌓입니다;
Commented by Run192Km at 2007/12/27 12:36
TV켜고 얼마 안 있어서 사하의 골을 보았는데..
오 참 잘 넣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호날두 프리킥..누워서 보다가 벌떡 일어나고 말았습니다..'ㅁ';;
무회전이 아니라니..
Commented by Lucypel at 2007/12/27 16:06
Run192Km: 사실 선더랜드 수비진이 넋놓고 있기는 했지요; 조금만 더 기량이 돌아온다면 굳이 포워드 보강이 필요없을 것 같아서 기대해 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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