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PL 후기: T1 vs Entus

이제서야, 라는 점은 티원의 팬들에게 무척이나 아쉬운 점이겠지만
전통의 강호였던 티원과 엔투스가 보여준 승부는 시즌 마지막 경기답게 훌륭했다.

첫 세트부터 멋진 경기가 펼쳐졌다.
파이썬에서 맞붙은 오충훈과 변형태는 특유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보였다.
공중 거리가 가까운 7시 스타팅에 상대가 있는 것을 확인한 오충훈은
그 순간 원팩 더블에서 원팩 원스타로 빌드를 변환하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4머린 2벌쳐로 상대의 입구를 돌파한 오충훈은 원팩 더블을 준비하던 변형태를 흔들었고
연이어 추가되는 레이스에 클로킹까지 개발하며 변형태의 일꾼을 타격했다.
늦은 아머리와 아카데미는 추가조차 하지 못한 변형태의 완패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변형태는 생산되어 있던 탱크에 벌쳐를 추가하며 오충훈의 진영에 역공을 들어갔고,
연이어 자원을 짜내며 뽑아낸 골리앗으로 2차 역공을 감행하며 경기를 혼전으로 몰았다.
결국 서로의 일꾼이 전멸한 가운데 초반 빌드의 유불리와 클로킹의 장점으로
오충훈이 승리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전략가 오충훈과 광전사 변형태의 멋진 승부였다.

두번째 세트는 후기 리그 티원의 에이스였던 도재욱의 맹활약이 빛났다.
조금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빌드로 출발한 도재욱과 박영민은
박영민의 멀티가 조금 빠르며 점차 승기가 엔투스 쪽으로 기우는 듯 했으나
차분하게 템플러를 모으고 멀티를 따라가며 특유의 물량을 폭발시킨 도재욱은
과감하게 박영민의 앞마당을 돌파해버림으로써 승부를 단숨에 결정지었다.
그야말로 쏟아지는 물량의 물결은 박영민을 쉴새없이 몰아붙였고
그 와중에도 꼼꼼하게 캐논을 소환하고 멀티를 건설한 도재욱은
다크 템플러의 견제나 다소 무리한 유닛 소비도 든든하게 버텨내며
끝끝내 질럿으로 상대의 게이트 지역을 점령해버리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시즌 내내 다소 부진했던 양팀의 팀플은 엔투스의 멋진 빌드가 돋보였다.
아마도 포스트 시즌을 위해 아껴두었떤 것으로 생각되는 빌드를 사용한 것은 아쉽겠지만
투팩 이후 드랍십을 운용하며 상대 저그를 공략한 것은 무척이나 좋은 시도였다.
팩토리의 수에서 상대의 테란보다 부족하기는 했지만 드랍십이 기동성을 높혔고
같은 팀의 뮤탈과 함께 현란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거기에 상대의 역습마저 차분하게 막아내며 세트를 따낸 엔투스에 비해
티원의 조합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진 박태민과 서지훈의 경기는 그야말로 일합승부.
박태민의 저글링이 자신의 앞마당 앞에서 서성이는 것을 간파한 서지훈은
과감하게 바이오닉 초동 병력을 성큰도 없었던 저그의 앞마당으로 돌파시켰고
상대의 앞마당 해처리를 파괴 직전까지 가는 성과를 거두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적당히 저글링을 내어주며 시간을 끈 박태민은 뮤탈로 초동 병력을 제압했고
그 과정에서 터렛 건설이 조금 늦었던 서지훈이 진영을 뮤탈로 강력하게 흔들었다.
그렇게 바이오닉 병력을 본진 안에 묶어둔 후 다수 저글링으로 앞마당 돌파를 시도,
결국 앞마당을 지나 모여있던 바이오닉 병력을 섬멸한 뒤 배럭 지역을 장악했다.
단 몇초의 차이로 서지훈은 든든한 방어 대신 상대 흔들기를 선택했고
그 몇초의 차이가 박태민이 서지훈의 승리를 완전히 빼앗아 올 수 있게 했다.

오늘의 패배로 인해 엔투스는 3위로 내려앉으며 준플레이오프를 치루게 되었고
티원은 그나마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조금 더 크게 키울 수 있었다.
두 팀의 멋진 승부의 수혜자는 결국 히어로가 되고 말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두 팀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by Lucypel | 2008/01/07 20:59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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