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GomTV MSL S4 32강: D조

MSL의 절대강자 김택용과 마재윤이 탈락한 이변의 길 위로
8강본능의 서지훈과 세레머니의 황태자 이성은이 따라 걷게 되었다.

그 와중에 실리를 챙긴 것은 칸의 차세대 프로토스 허영무.
2007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팀 동료 송병구의 그늘에 가려있었던 허영무는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는 소문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사실 뭔가 아주 인상깊은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서지훈과의 첫 경기도 이성은과의 승자전도 유연한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송병구의 그것을 보는 듯한 물흐르는듯이 이어지는 지상 병력과 자원 확보에
아비터든 캐리어든 병력의 비율을 유지하고 무난한 전투력을 유지함에 따라
테란의 묵직한 한방을 가볍게 흘려버리고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8강본능의 서지훈은 최근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아쉽게 2패 탈락했다.
허영무와의 첫 경기에서는 매우 불리한 빌드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단단함으로 차근차근 멀티를 확보하며 상대를 압박해 들어갔지만
캐리어 타이밍에서의 움직임에서 허영무가 보다 유연한 선택을 함에 따라 패배했고,
패자전에서는 도박적인 몰래 배럭을 시도한 것이 조기에 발견됨에 따라
이후의 근성 넘치는 움직임에도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시작부터 대단히 불리했던 두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임하는 모습은
그가 과거의 서지훈에서 무언가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변화는 분명 그에게 긍정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조지명식에서도 치열하게 맞부딫혔던
젊은 테란의 선두주자인 진영수와 이성은의 그야말로 정면 충돌이었던 두 경기.
신기하게도 진영수가 중반에 유리했던 첫경기는 이성은이 승리했고
반대로 이성은이 중반에 유리했던 최종전에서는 진영수가 승리했다.
두 선수 모두 테란전에서 무척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입증하듯이
대단히 치열하고 화려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를 펼쳐주어
팬들에게는 수준 높은 즐거움을 주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승리한 진영수보다는 이성은의 기량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할 듯.
이성은은 마치 전성기의 최연성을 보는 듯이 과감하게 멀티를 가져가는 운영을 보였다.
하지만 최연성은 빠르고 과감하게 멀티를 시도하여 상대의 헛점을 노리고
상대가 멀티를 발견하고 공격에 임하면 괴물같은 수비력으로 득점했지만,
이성은은 스스로가 날렵한 발걸음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취해 상대를 흔들며
멀티를 가져가고 경기의 주도권, 전투의 주도권을 계속 갖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전투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때에 전투를 벌임으로써
자신의 과감한 멀티를 단단히 지키고 끝끝내 자원을 바탕으로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
또한 재기발랄한 선택으로 불리한 부분을 극복해내는 이성은의 테란전은 분명 발군이다.

반면 진영수는 이성은에 비해 테크니컬한 부분에서는 압도적이었다.
드랍십 공방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 진영수가 이익을 챙겼고
섬세한 레이스 컨트롤이나 탱크의 배치는 분명 이성은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병력 위주의 운영은 멀티를 늦추는 단점을 드러내었고 이는 장기전의 약점이 되었다.
게다가 최종전에서 대단히 부족한 일꾼과 뒤늦게 달린 컴셋은 자원과 정보의 부족을 야기했고
적극적으로 멀티를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상대를 흔드는 이성은을 상대로
무척 불리한 경기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이성은의 재능이 큰 판을 읽고 상대를 뒤흔드는 데에 있다면
진영수의 재능은 순간 순간에서 재빠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최종전의 후반에는 진영수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성은이 갖고 있는 작은 약점인 자신감이 넘치는 부분은 다소의 방심을 불렀고
그 틈을 파악한 진영수의 날카로운 비수는 이성은의 멀티를 순식간에 끊어 버렸다.
한정적인 자원에서 기술적인 전투에 능한 진영수가 그런 분위기로 경기를 이끈 것은
진영수가 이성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결국 한 조에서는 같은 종족의 두 선수가 올라간다는 흐름은 깨어졌지만,
기존의 강자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탈락한다는 흐름은 이어졌다.
김택용, 마재윤에 이어 서지훈이 탈락했고, 이성은도 끝내 떨어졌다.

이런 흐름이라면, 자칫 이번 시즌은 듣보잡들의 향연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뭐, 지난 시즌도 박성균이 우승했으니 이미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by Lucypel | 2008/01/13 17:27 | Review: SL/MSL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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