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Serie A 18R: Milan vs Napoli

브라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경기라느니
새로운 Il Fenomeno, 천부적인 재능을 보았다느니 하고 말이 많았던 경기.
하지만 무엇보다 시즌 내내 침울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밀란이
드디어 밀란다운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역시나 이 경기의 주연은 누가 뭐래도 브라질의 신성, 파투.
무결점 스트라이커라 불리던 셰브첸코의 7번을 이어받게 된 선수이고
아직 채 10대 후반도 되지 않았음에도 천문학적 이적료로 영입한 선수이며
밀란의 감독과 구단주가 밀란과 브라질의 미래라며 추켜세웠던 선수인
이 어린 브라질리언은 나이 제한에 따라 2008년 1월이 되어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잠시간의 휴식을 가졌던 세리에 아의 밀란은 드디어 그들의 모든 희망을 담아
파투의 데뷔전을 그들의 성지인 산 시로에서 나폴리를 상대로 펼쳐보일 수 있었다.

알레상드르 로드리게스 다 실바, 1989년생.
이제 겨우 19살이 된 파투의 데뷔전은 분명히 대단한 성공이었다.
세계 모든 포워드들의 우상인 호나우두와 투톱으로 출전하여
피치를 좌우로 넓게 사용하는 그의 움직임은 모든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다.
크지 않은 키에 소년스러운 외모와 아직 왜소한 듯한 체격은 그를 약해 보이게 만들었지만
브라질리언 특유의 안정적인 볼 키핑과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천부적인 감각,
그리고 순발력 있는 움직임과 넓은 활동량으로 밀란의 공격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파투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그의 유연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다부진 수비수들과의 경합에서도 부드럽게 공을 키핑하며 개인기를 발휘하고
무게 중심을 낮춤으로써 다소 부족한 체중과 피지컬을 보충해내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연함은 그가 환상적인 속도나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수비진과의 경합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많은 강점들을 제공해 준다.
특히 그의 개인기가 호나우두의 그것처럼 비현실적일 정도로 화려한 것이 아니라
카카의 그것처럼 심리전과 순발력이 기반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분명 파투에게서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 탄탄해 보이지 못하는, 도리어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
물론 포워드가 거대하고 강인한 육체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몸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본적인 피지컬과 체중은 갖춰야 하는데
파투는 다소 가녀린 몸으로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카카와 같은 수준의 강인함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비슷한 키의 루니가 갖고 있는 육체적인 강인함을 생각한다면 조금 나아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나이는 19세에 지나지 않고, 체중은 20세 이후에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에
이러한 부분이 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리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한 가지의 아쉬움은 다수의 좋은 슈팅에도 하나 밖에 성공시키지 못한 골 결정력.
그의 슈팅은 유연함과 순발력에서 무척 묵직하고 강력한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다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서 실수를 하기도 하였다.
셰도로프의 득점 장면에서 파투는 두번이나 완벽한 기회를 가졌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는 그가 경기 종반에 득점할 때까지 끊임없는 아쉬움을 남기게 할 뿐이었다.
그의 재능은 스트라이커로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도 충분할만큼 남아있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따라 골 결정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투톱의 한명, 호나우두의 파트너로 출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보다 경험이 쌓이고 보다 나은 훈련과 조언을 더한다면 나아지겠지만
그의 신체적인, 기술적인 재능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잘못은 아니다.

사실 이렇게 파투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동안 사실 경기는 황제가 지배했다.
이제는 브라질의 "과거"라고 불리울 정도로 기량이 쇠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 날 호나우두는 자신이 나이를 먹었음에도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를 보여주었다.

파투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호나우두는 환상적인 두개의 골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속도와 활동량은 전성기에 비해 확실히 다소 떨어진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카카와 파투라는 빠르고 넓게 움직이는 동료들을 완벽하게 활용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최전방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과 2선까지 내려와 움직이며 천천히 상대를 조여들어갔고
아직도 건재한 순발력과 결정력, 위치 선정은 첫번째 골과 두번째 골 모두를 성공시켰다.
첫번째 골에서의 절묘한 오프사이드 트랩 파괴와 두번째 골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은
아직도 그가 세계 최고의 골잡이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치게 만들 뿐이었다.

게다가 호나우두가 갖고 있는 재능은 단순히 골을 넣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감각적으로 찔러주는 뒷공간 패스는 나폴리의 수비진을 붕괴시킬 수준이었고
파투와 카카, 세도로프 등에게 헌신적인 패스를 내어줌으로써 이타적인 플레이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전한 기본기와 강인한 육체는 상대에게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게 해서
최전방 뿐 아니라 2선에서 전체적인 공격 작업을 전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밀란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카카.
이번 시즌 들어 다른 팀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 빛을 잃어가던 카카였지만
호나우두와 파투라는 거대한 선수들이 그에 대한 집중 견제를 와해시킴에 따라
다시금 찬란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소 피곤한듯한 모습으로 수비에게 다소 막히는 듯한 장면도 보여주었지만
득점 장면에서의 간결하고 강력한 마무리는 여전히 그의 기량이 건재함을 느끼게 했다.
두 브라질리언과 세도로프, 피를로의 지원을 받는 카카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이다.

이렇게 파투의 데뷔와 호나우두의 복귀로 공격진의 숨통은 트일 수 있었지만
반면 나폴리에게 두골을 헌납한 수비진은 조금은 처참할 정도로 안쓰러웠다.
말디니-카라제-네스타-보네라로 구성된 포백은 다분히 수비적이었지만
말디니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함에 따라 거의 스리백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네 선수 모두 기동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커다란 약점이 되었고
나폴리의 재빠른 포워드들은 그 뒷공간을 유린하며 산 시로에서 두골을 챙겨갔다.

사실 말디니-보네라의 풀백은 얀쿨로프스키, 세르징요, 오또, 카푸 등의 풀백에 비해
다분히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헛점을 드러냈다는 것은
안첼로티 감독의 선수 기용과 그에 맞는 전술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비수들의 대단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기동력의 저하는
파투와 같은 어린 재능이 수비에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동력이 떨어진 포백과 잔실수가 늘어가는 골키퍼의 조합은
재빠른 포워드들이 뛰는 팀에게는 좋은 먹이감에 불과하다.

나폴리는 이러한 재빠른 포워드를 갖고 있는 팀이었다.
비록 세계 최강 브라질의 포워드들에게 유린당하며 대량 실점하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유망주 라베찌를 앞세워 밀란의 경로당 포백을 강하게 압박해냈다.

1985년생, 올해로 23세가 된 173cm, 75kg의 아르헨티나의 포워드는
올 시즌 주전 투톱의 파트너로 활약하던 잘라예타가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되었지만
홀로 단신의 몸을 이끌고 밀란의 수비를 유린하며 전반을 대등하게 이끌었다.
좌우로 넓게 움직이면서도 대단히 빠르고, 작은 키에도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어
밀란의 장신 포백과의 경합에서도 끊임없이 이겨내며 공격을 성공시켰다.
나폴리의 첫골을 어시스트하고 패널티킥을 얻어내 두번째 골도 이끌어냄에 따라
절대 그가 파투에 비해 모자르는 재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어쩌면 나폴리이기 때문에 또다른 마라도나로 불리우고 있는 라베찌는
분명히 대단한 수준의 포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라베찌의 맹활약과 더불어 산 시로에서 대단히 공격적으로 나선 나폴리는
파투의 골로 경기가 거의 결정지어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밀란에 맞써 싸움에 따라
많은 팬들에게 화려한 경기의 즐거움과 끊임없는 투쟁심에 대한 존경을 이끌어냈다.
어떤 강팀이라도 어마어마한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산 시로 원정에서의 명승부는
이제 갓 세리에 베에서 승격한 나폴리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여러 악조건으로 주전 선수가 결장했던 나폴리가 멋진 경기를 펼쳐주고
호나우두의 복귀와 파투의 데뷔로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던 이번 경기는
기대만큼이나 멋진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밀란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투톱 기용에 따른 수비적인 미드필더의 감소와 수비진의 노쇠화라는
커다란 문제점을 밀란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제는 노장 소리를 듣는 호나우두, 카라제 등이 아직도 젊은 축에 속하는 밀란.
말디니에게 모스크바에서의 은퇴 경기를 치뤄주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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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1/16 15:53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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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1/16 21:35
호나우도 선수는 역시 클래스가 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던 경기였습니다. 오랜만의 복귀전임에도 불구하고(카타니아 전이었던가요.. 리그 경기에 한 번 선보이기는 했지만 그 경기 이후 다시 부상으로 상당기간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였죠.) 그 골을 만들어내는 움직이란.. 파투 선수도 대단했지만 저도 루시펠님과 같이 라베찌 선수 역시 대단하다라고 느꼈습니다. 빠른데다가 완벽한 보디밸런스를 가져서 수비수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더군요. 역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일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1/17 10:45
GrayFlower: 황제의 병이 고쳐졌으니 앞으로 한 3,4년은 더 활약하지 않을까요? (웃음) 개인적으로 맨유 팬이다보니 맨유에 온다면 누가 좋을까 하고 생각도 하는데, 그렇게 보면 파투보다는 라베찌가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하더군요. 키가 작아도 몸싸움도 좋고, 단순한 속도는 파투보다 나아보이고, 어쨌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나 이런 선수들이 계속 나온다는 점에서 정말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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