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Australian Open: Sharapova vs Henin

호주 오픈이 다른 메이져 대회에 비해서 좋은 점은
우리 나라와 시차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생방송으로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웃음)

어쨌든 테니스의 요정, 치고는 사실 덩치가 좀 너무 크지만, 샤라포바는
점점 앳된 모습이 사라지고 성숙해져가는 외모만큼이나 경기력 역시 성장하고 있다.
데이븐포트를 꺾으며 순항하던 이번 대회의 8강에서 탑 시드 쥐스틴 에넹을 만나며
다시 한번 커다란 위기를 겪는가 싶었지만 가뿐하게 극복해 버렸다.

사실 신체적인 조건만 본다면 샤라포바가 에넹에게 뒤질 것은 없었다.
188cm에 달하는 큰 키는 왠만한 여성 탑 랭커들보다 강력한 서브를 가능케했고
늘씬한 긴 다리는 날렵하게 움직이며 활동 범위를 제한하지 않았다.
특히 선수치고는 단신인 에넹을 상대로라면 그런 장점이 극대화되며
압도적인 힘으로 경기를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에넹과 샤라포바의 전적은 에넹의 압도적 우위였다.
이는 아무래도 아직 어린 샤라포바에 비해 경험 많은 베테랑인 에넹이
심리적인 부분에서, 정신적인 부분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폭넓은 움직임과 기술적인 손목 활용으로 좋은 경기를 선보이는 에넹은
쉽게 흥분하고 흔들리는 샤라포바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샤라포바가 원숙미까지 보여주며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순간 순간의 판단에서 가득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결정을 내렸고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자신감을 갖고 임하는 일은 좋은 결과를 내기 마련이다.

서로간의 심리전에서 백중세로 접어들자, 신체적인 우위가 경기를 갈랐다.
샤라포바의 강력하고 자신감 넘치는 서비스는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날아들었고
심지어는 세컨 서브까지 공격적으로 가져가며 에넹의 발을 묶어버렸다.

게다가 반대로 에넹의 서비스는 경기 내내, 대회 내내 좋지 못했다.
계속해서 첫 서브에서 범실을 범하며 안정적인 세컨 서브를 시도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노린 샤라포바는 날카로운 리턴으로 에넹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해냈다.

물론 그렇다고 에넹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경기 중간 중간에 길게 펼쳐진 기술적인 랠리에서
에넹은 대단히 넓은 범위를 끈질기게 수비해 내며 탑 시드의 진가를 보였다.
몇 차례 펼쳐진 드롭샷 공방에서도 보다 기술적인 샷을 시도함으로써
다소 방만하게 네트 플레이를 시도한 샤라포바를 공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요정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운마저 함께 했다.
근성으로 버텨낸 몇몇 리턴들은 대단히 날카로운 각으로 에넹의 빈틈을 노렸고,
몇차례의 코드볼과 몇차례의 콜은 모두는 아니지만 샤라포바에게 승부를 기울였다.
호각지세의 경기 운영 능력에 상당히 앞서나간 힘, 거기에 운마저 더해지니
기술적으로도 뒤질 것이 없는 샤라포바의 승리는 당연했다.

그 결과는 두번째 세트를 그대로 압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시드를 배정받은 두 선수가 펼친 8강 경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겠지만
6:0이라는 일방적인 결과로 마무리된 2세트는 그야말로 샤라포바의 것이었고
현지 중계진의 말처럼 이 상태의 샤라포바를 이길 선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 8강이고, 이번 대회의 우승을 위해서는 두 경기를 더 치뤄야만 한다.
과연 요정 아가씨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동화 속 세계에서 날아다닐 수 있을지,
하늘은 끝까지 요정의 승리를 위해 한껏 운을 뿌려줄 것인지.

이제 딱 두경기 남았다.

by Lucypel | 2008/01/22 20:16 | Review: Sport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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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홍돈 at 2008/01/22 20:58
정말 언제나 Lucypel님 글을 읽고 있으면 현장에 가있는 느낌이 듭니다ㅎㅎ

샤라포바의 괴성만큼이나 임팩트가 강한 서브.....ㄷㄷ

만약 샤라포바가 우승한다면 번외경기로 조코비치와 한번 맞대결을 추진하는 건
어떨런지요?ㅎㅎ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1/22 21:59
홍돈: 과찬이십니다. 요즘은 글이 괜히 화려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도리어. (;;;) 뭐, 샤라포바가 강서버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여자 선수이고, 조코비치도 탑 랭커이니만큼 그런 대결은 승부가 안되겠지요. :) 샤라포바와 조코비치보다는 스캔들이 터졌던 로딕과의 경기라면 가십 거리로 흥미가 있을 법 하고, 진지한 경기를 원한다면 여자가 아닌 여자 선수인 윌리엄스 자매 쪽이 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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