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스위니 토드", 그리고 런던.

영화는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런던으로
벤자민 파커 혹은 스위니 토드가 선원 앤서니와 함께 입항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은 노래를 부른다.

런던.
음습하고, 괴기스럽고, 저주받은 도시.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 도시에서
남의 아내를 탐하는 판사와 그에게 복수하려는 이발사,
그리고 남의 남편을 탐하는 과부와 이발사를 협박하는 사기꾼이
음습하고, 괴기스럽고, 저주받은 도시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나는 런던의 그러한 느낌을 무척 좋아한다.
그 어두울대로 어두운 저주의 도시에 어울리게 날씨도 험악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런던에서는 순수하고 향기로운 희망이 숨쉬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유혈낭자한 치정살인복수극을 보여주느라 바쁘고
파이를 구워내는 시커먼 굴뚝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밤마다 피어오르지만
그런 적과 흑의 교집합에는 황금같은 노란색과 투명한 하얀색이 얼핏 비쳐보인다.

어쩌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대로 영화는 흘러간다.
복수를 위해 본 피는 다시 피를 부르는 법이고, 복수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하다.
거기에 얼마든지 충격적일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결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배우들의 피흘리도록 웃기는 연기력.
팀 버튼과 조니 뎁스러운 유머와 위트가 작품 내내 관객을 웃게 만들어주고
그러한 웃음과 더불어 끊임없이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인물들은
경쾌한 노래와 함께 참혹하기 그지 없는 현실 세상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특히 두명의 인물이 서로 다른 자신의 속마음을 노래하는 장면이라던가
같은 곡조나 같은 가사의 노래를 다른 인물이 다른 감정으로 부르는 장면은
희극과 비극이 양면에 새겨진 동전을 구걸하는 거지에게 던져주는 듯 하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코미디를 가장한 비극이며,
피흘리는 비극을 가장한 희망찬 새출발의 첫걸음이다.

본디 과하게 피가 흐르는 영화를 무척 싫어하는 나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거부감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은 팀 버튼 감독이 그려놓은 그 "피"라는 소재의 특수성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실제의 피보다 더 밝은 붉은색의, 찐득하면서도 쉽사리 흘러버리는,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경쾌하고 활발하게 뿜어져나오는.

물론 그가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처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피를 살인이라는 비극이 그려진 동전의 다른 한 면으로 보았다.

스위니 토드는, 아니 벤자민 바커는 토미의 등장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혹은 끝에서야 본연의 로맨틱한 성격을 유지 혹은 복구했고,
그것은 앤서니에게로 이어져 런던의 매력을 다시 한번 뿜어내었다.

난, 런던이 좋다.
그 가슴 시리도록 따뜻한 양면성이 좋다.


덧.
며칠 사이로 티모시 스폴을 서로 다른 영화에서 만나고
피가 그야말로 철철 흐르는 장면을 서로 다른 영화에서 보게 되니
이거 참 기분이 묘해진다.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조니 뎁,헬레나 본햄 카터,알란 릭맨 / 팀 버튼
나의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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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1/22 23:00 | Review: Movi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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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cce at 2008/01/23 00:07
런던에 사는 한 지인은 '런던이 뭐가 좋아?!' 라고 하지만, 전 좋았죠. 무엇보다 파리보다야.-0-
스위니 토드도 이글을 보니 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1/23 06:01
Recce: 아아, 저는 파리도 무척 좋아해요. 애늙은이같은 런던과 멋쟁이 할아버지같은 파리. (...) 영화는 피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얼마든지 추천입니다. 사실 만점을 못 준 이유는 바로 그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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