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UCL 8강 2차전: ManU vs Roma

너무 처참하게 유린당해서 로마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전반에 4골, 후반에 3골.
마치 빅리그 선두권 팀과 벨로루시같은 소국의 클럽팀간의 UCL 경기를 보는 듯 했다.
맨유의 공격 전개는 너무나도 자유롭고 아름답게 이루어졌고,
로마는 전반 20분만에 3골을 허용하며 무너져 내렸다.

이번 경기에서 확실히 드러난 이번 시즌 맨유 최대의 장점은
유럽 클럽 중 최속, 최강의 역습 전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들어 퍼거슨 감독은 사실상 4명의 포워드를 배치하는 4-4-2 전술을 사용하는데,
최전방의 스트라이커와 2선의 처진 포워드, 그리고 양 측면의 윙어들이 그들이다.
특히 양 측면의 윙어들은 측면 미드필더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윙 포워드로 활동하며
역습 시에는 순식간에 4명의 포워드가 상대 골문을 향해 돌진하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러한 4명의 포워드가 질적, 수적으로 다른 클럽과는 차별화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시즌까지 유럽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역습 전개형 포워드진에는
바르샤의 속칭 R.E.M. 라인과 첼시의 3톱 라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 두 클럽 모두 이번 시즌은 주전들의 부상, 에투와 조 콜 그리고 로벤, 으로 인해
사실상 강력한 속도를 많이 상실한 상태로 이번 시즌에 임하고 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3명과 4명은 파괴력에서 차이를 가진다.
이것이 이번 시즌 맨유의 행보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아닌가 싶다.

로마와 맨유의 차이는 이러한 공격진의 "클래스"에서 났다고 보는 것이 어떨까.
로마의 공격진 역시 토티를 정점으로 만시니-타데이-페로타로 이어지는 강력한 라인이었지만,
토티를 제외하면 월드 클래스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 말은 선수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반면 맨유는 오늘 출전한 4명 중 긱스는 이미 10년 이상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었고,
루니와 호나우두는 앞으로 10년을 이끌 선수로 평가받는 선수라는 점이 로마와 달랐던 것이다.

게다가 로마는 지난주 맨유가 직면해야 했던 체력적인 부담과 환경의 변화를 극복해야만 했다.
그 뛰어난 앙리와 셰브첸코도 잉글랜드의 축구에 적응하는 데 1년 가량씩을 필요로 했다.

중요한 시점에서 드러나는 선수 개개인의 클래스와 경험의 차이.
거기에 환경적인 부분까지 맨유에게 웃어주었기 때문에 "처참한 유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스콜스가 빠지고 수비진에 부상이라는 큰 구멍이 있었던 데다가 1차전의 패배로 인해
맨유의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무턱대고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스콜스와 오셔를 쓸 수 없는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는 캐릭과 플레쳐 조합을 사용했는데,
이 두 명의 선수는 적극적인 공격 전개 능력에서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이러한 문제를 상당히 지혜롭게 해결했고,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1차전의 패배를 경험삼아, 캐릭과 플레쳐를 수비적인 위치에서 활동하도록 고정해 놓은 다음
긱스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공격 전개 능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덕분에 역습시의 긴 패스는 캐릭이, 미드필더 라인에서의 짧은 패스나 돌파는 긱스가 담당하는
각각의 능력을 살린 긍정적인 조합이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게다가 캐릭의 공격력과 플레쳐의 수비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사실상 로마의 미드필더 진형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맨유의 입장에서는 UCL 4강 진출이라는 직접적인 목표 달성 뿐 아니라,
굉장히 큰 여유를 가지고 임할 수 있었던 경기가 되었던 덕분에 이런 저런 실험도 가능했다.
특히 스미스의 포워드와 미드필더로서의 풀타임 출전과 에브라의 오른쪽 풀백 실험은
남은 한달여의 시즌 운영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스트라이커로 영입되었지만, 로이 킨의 공백으로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동했었던 스미스가
긴 부상 공백을 딛고 일어나서는 다시 스트라이커로 기용되는 좋지 못한 상황에 처했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그가 그의 위치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그러한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볼 수 있겠다.

스미스는 루니와 더불어 최전방과 쳐진 스트라이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으며,
널리 알려진 그의 악명처럼 악착같은 수비로 왠만한 미드필더 못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상대의 공격은 최후방 수비수부터 압박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한 몇 번의 기회도 있었다.
게다가 그는 좋은 위치 선정과 깔끔한 마무리로 골도 기록함으로써
센터 포워드의 위치를 잘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후반 중반 이후 캐릭이 교체 아웃된 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를 옮겨
플레쳐와 함께 터프하고 강력한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1차 저지선의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좀 지나치게 터프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승부 근성은 칭찬할 만한 수준이었고,
수비적인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에브라의 오른쪽 풀백 출전 역시 중요했다.
첫째는 부상으로 공백을 가졌던 에브라가 좋은 상태로 복귀했음을 증명할 수 있었고,
네빌과 비디치, 실베스트르의 부상으로 갑갑해졌던 수비진 운용에 여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퍼디낸드와 중앙 수비에서 발을 맞출 수 있는 비디치, 실베스트르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오른쪽 풀백이면서 동시에 팀의 주장인 네빌이 장기 결장함에 따라
오른쪽과 중앙을 모두 수비할 수 있는 브라운이 중앙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오른쪽 풀백 요원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었으며,
당장은 수비수 출신의 미드필더인 오셔가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셔는 이미 충분히 미드필더로서 위치를 옮겨간 듯한 느낌이고,
확실히 네빌이나 브라운에 비해 풀백으로서의 자질에는 모자름이 느껴지는 선수이다.
하지만 에브라는 이미 왼쪽 풀백으로 능력을 검증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오른쪽으로의 위치 이동에 적응할 수만 있다면 오셔보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 경기에서도 팀원들간의 호흡에서도 나쁘지 않았으며 골도 기록하면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오늘의 경기는 맨유에게 많은 득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UCL 4강 진출이라는 직접적인 목표와 남은 시즌 운영의 여유를 찾았다는 간접적인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던 맨유의 남은 시즌 행보가 주목될만하지 않을까.


덧. 무링요 감독이 무슨 코멘트를 남길지도 상당히 의문이다.

덧2. SkySports의 평점은 과연. 맨유 평점 보기 로마 평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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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7/04/11 06:07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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