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A Cup 5R: Liv vs Barn

반슬리가 리버풀을 안필드에서 격침시켰다!
가급적 미리보기에 나오는 부분에는 결과를 적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이번 경기에 대해 말하면서 저 문장으로 시작하지 않는 건 무의미하다.

반슬리의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모두 완벽히 수행해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MOM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루크 스틸 골키퍼를 뽑을 것이다.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망주 골키퍼로 장래를 촉망받던 스틸은
코벤트리 시티로의 임대 생활 이후에 웨스트 브롬으로 이적해야만 했다.
그리고 급히 반슬리로 긴급 수혈되다시피 이적해 온 스틸은
리버풀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팀을 6라운드에 올렸다.

순간적으로 포백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카이트에게 실점한 장면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감각적이다 못해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멋진 선방들을 만들었는데
피터 크라우치, 덕 카이트, 해리 키월, 요시 베나윤, 사비 알론소도 그를 뚫지 못했다.
결국 피치 위로 끌어낸 제라드의 마법도, 오늘만큼은 스틸을 뚫지 못했다.

물론 스틸 골키퍼의 선방 앞에는 투혼을 불사른 포백 라인이 버티고 있었다.
코즐룩, 포스터, 소우자, 하셀로 구성된 포백은 비록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경기 내내, 특히 후반 동점골 이후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내던지며 육탄 방어에 나섰다.
선제 실점 장면에서는 하셀이 바벨에게 완전히 무너지며 수비진 전체의 균형을 잃었지만
이후에는 끈질긴 수비로 어떻게든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켰다.

후반 중반 나르디엘로 대신 투입된 스트라이커 오데자위 역시 단단히 한 몫 했다.
나르디엘로보다 피지컬이 좋고 제공권이 있는 오데자위를 투입한 것은
바로 이어진 크로스 상황에서 센터백인 포스터에게 보다 자유로운 공간을 주었고
그것이 곧장 동점골로 이어지면서 오늘의 영광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게다가 후반 종반 역습 상황에서는 언제나 홀로 공을 받아 소유했고
그것이 역전골 상황에서도 상대 수비를 이끌어내며 보이지 않는 도움을 만들었다.

반면 제라드와 토레스가 빠진 리버풀은 전반만 좋은 모습을 보였고,
여전히 이번 시즌 드러나고 있는 총체적 문제들을 모두 드러냈다.

개인적으로 꼽는 리버풀 부진의 주된 원인은 알론소와 캐러거의 부진이다.
꽤나 긴 부상에 시달리다 돌아와 아직 정상이 아닌 듯 한 알론소의 부진은
중원에서 섬세하고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내는 것을 힘겹게 만들고 있고,
이전에 비해 살짝 저하된 듯한 캐러거의 수비는 아게르의 부상 속에서
눈에 띄는 노쇠화 과정 중인 히피아의 불안함을 더욱 가중시킬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 전반은 알론소가 살아났기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좌우 측면의 바벨과 베나윤은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을지언정 충분히 움직여줬고
그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알론소의 패스와 묵직한 오른발 슈팅은
반슬리의 골문을 계속해서 위협하며 리버풀의 공격을 풀어주었다.
선제골 장면에서도 바벨을 향해 찔러준 패스는 알론소다웠고
베나윤을 이용한 몇몇 장면에서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후반 들어 알론소의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버렸다는 점.
시즌 내내 전반 혹은 후반에만 좋은 모습을 보이던 바벨 역시 피치 위에서 사라지면서
알론소 역시 별 활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리버풀의 공격은 마비되고 말았다.
중원에 선발 출장했던 루카스도 어느 정도의 패스 능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어린 루카스만 가지고 팀의 공격을 모두 풀어낼 수는 없었다.

결국 베니테즈 감독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휴식을 주었던 제라드마저 꺼내야 했고
아직 온전한 경기력을 되찾지 못한 키월까지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국 챔피언십의 다우닝, 브라이언 하워드에게 치명적인 결승골을 실점하며
이미 탈락한 칼링컵과 사실상 포기한 프리미어십에 이어 FA컵도 탈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아쉬운 점은 실점 장면마다 무기력했던 캐러거.
제라드와 더불어 리버풀의 가장 핵심적인 선수인 센터백 제이미 캐러거가
동점골 장면에서는 위치 선정의 실패로 포스터와의 경합에서 패배하고 말았고
역전골 장면에서는 하워드의 앞에서 몸을 던졌지만 실점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경기 도중에도 몇차례 예전의 거칠면서도 정확한 수비 능력이 아닌
조금쯤은 평범해진 수비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히피아의 급격한 노쇠화와 아게르의 장기 부상으로 스크르텔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리버풀의 수비진은 캐러거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게르와 스크르텔이 모두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데,
캐러거마저 이렇게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베니테즈 감독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질 따름이다.

주중에 상대하게 될 인테르가 리보르노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는 동안
리버풀은 프리미어십도 아니고 챔피언십의 반슬리를 상대로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루크 스틸과 반슬리의 포백이 신들린 듯한 수비로 기적을 만들기는 했지만
이번 시즌 리버풀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은 간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안필드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환호하는 반슬리의 서포터들과
경기가 끝나자마자 알론소와 유니폼을 교환하려는 하워드의 손짓이
리버풀의 오늘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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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2/17 02:16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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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2/17 12:09
이런 전력의 리버풀이 과연 무패를 달리고있는 인테르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아문 at 2008/02/17 19:07
그래도 리버풀에겐 챔스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좀 지켜봐야죠
epl의 팀이 세리에 팀에게 지는건 보고 싶지 않군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17 20:28
GrayFlower: 리버풀의 매력인 로또를 기대해 봐야 하려나요. (웃음)

아문: 이번에는 특히 밀란과 인테르가 아스날과 리버풀을 상대하니,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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