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Carling Cup Final: Tot vs Che

The special one, 조세 무링요가 떠난 프리미어십에서 가장 special한 감독이
토트넘을 이끌고 무링요가 만들어놓았던 첼시를 상대로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해내었다.

세비야를 이끌고 UEFA컵 2연패를 달성한 후안데 라모스를 special한 감독으로 부르는 것은
그 어떤 축구팬 사이에서도 커다란 이견이 있을 수 있을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 special함의 정도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볼 수 있겠지만
그의 전략, 전술적인 선택과 토너먼트에서의 팀 운영만큼은 정말로 special하다.

계속 "특별한"이라는 우리말을 쓰지 않고 "special"이라는 영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두 단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무링요에 의해 만들어진, 의미 차이 때문이다.
사실 프리미어십에서 특별한 감독을 이야기함에 있어 퍼거슨과 웽거를 뺄 수는 없지만
그들은 오랜 기간 확고한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낸 리그에서의 특별함이 있는 편이고,
그러한 능력은 신예 육성과 팀의 운영, 구성과 조직, 시간이라는 승부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무링요가 보여준 "special"은 퍼거슨과 웽거의 능력과는 조금 달라서
그 따가운 독설이나 과감함을 넘어 도박적이기까지 한 전술적인 변화의 추구,
그리고 토너먼트나 단판 승부에서 나타나는 치열한 승부 근성이 주요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무링요가 떠난 프리미어십에서 가장 special한 감독은 베니테즈일 것 같았지만
이번 시즌 리버풀이 본격적인 무승부 제조 공정에 들어감에 따라 그러한 예측은 벗엇났고,
도리어 무능했던 욜 대신 들어온 라모스가 그러한 special한 감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라모스 감독의 용병술은 시작부터 종료까지 계속해서 경기의 승패를 뒤흔들었다.
사실상 untouchable인 킨-베르바토프 투톱과 레넌-말브랑크의 윙어를 제외한다면
라모스 감독이 내세운 선발 선수들은 상당히 이례적인 구석이 여기저기서 엿보였다.
순발력은 최상이지만 대단히 자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밀려났던 로빈슨의 재신임과
둘 모두 좋은 선수이지만 발을 맞춘 기간이 짧은 킹-우드게이트의 센터백 조합.
후튼에게 밀린 오른발만 쓰는 심봉다를 왼쪽 풀백으로 돌린 것도 첼시를 상대로는 위험했다.
제나스야 최근 기세가 좋으니 그렇다 쳐도 자주 출장하지 않았던 조코라의 과감한 기용도
첼시의 공격적인 미드필더들을 제압하기 위한 수비적인 목적이 다분히 드러나 보였다.

결국 이러한 선발 조합들은 여러 부분에서 첼시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조코라는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반칙과 경고까지 받기는 했지만 수비에 충실했고
제나스는 공을 끌지 않고 재빨리 연결하며 첼시 미드필더들의 압박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공격적인 심봉다와 수비가 좋아진 말브랑크가 함께한 왼쪽 라인은 공수 밸런스가 맞았고
다분히 공격적인 첼시의 오른쪽 풀백 벨레티를 전반 내내 상당 부분 괴롭힐 수 있었다.

반면 무링요의 자리를 꿰찬 아브람 그랜트 감독은 그닥 special하지 못했다.
최근 좋은 폼을 보이던 알렉스와 발락을 제외하고 테리와 램파드를 투입했으며
아넬카와 드록바를 동시에 투입하면서도 4-3-3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미켈-에시앙-램파드를 동시에 내세우며 세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채워넣었다.
게다가 에시앙과 램파드를 사실상 나란히 세우며 역삼각형 형태를 만들면서
미켈과 공격 2선 사이의 간격을 멀게 만들고 라이트필립스의 활동 공간을 줄였다.
원체 윙어가 아닌 아넬카나 드록바가 측면으로 돌아나감에 따라 부진해져 버렸고
수비에서 공격까지 공을 옮겨줄 선수가 부족해져 버리는 현상도 함께 발생했다.

결국 첼시의 공격 전술은 단순히 드록바를 향해 공을 보내는 것으로 한정되었다.
나란히 배치된 램파드와 에시앙은 램파드-제라드, 램파드-발락의 실패 사례의 연장이었고
폭발력이 거의 드러나지 못한 라이트필립스가 막히면서 드록바는 그저 고립될 따름이었다.
결국 아넬카와 드록바가 계속해서 2선까지 내려오며 공을 받아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 중 하나가 조코라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으며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공격 작업이 원활했다고 보이지는 않는 결과를 만들었다.

반대로 토트넘의 전반은 득점이 없었어도 나름 활발한 공격을 보였다.
말브랑크와 킨이 자리를 바꿔가며 공격에 임한 왼쪽 측면은 벨레티를 괴롭혔고
여기에 심봉다의 공격적인 오버래핑도 결과는 없었지만 많은 운동량을 상대에게 강요했다.
로빈슨의 정말 긴 패스를 베르바토프가 떨궈주는 형태의 공격 전술도 여전히 유효했고,
베르바토프가 2선까지 내려올 때 킨과 말브랑크가 전진하는 형태도 사용되었다.

전반의 토트넘에서 유일하게 부족했던 것은 레넌의 폭발적인 돌파였는데
라모스 감독은 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쓰리백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즉, 왼쪽 풀백이던 심봉다를 중앙 미드필더인 허들스톤으로 교체하면서
킹-우드게이트의 센터백과 후튼의 오른쪽 풀백을 수비적으로 유지한 채
말브랑크를 왼쪽 윙백처럼 내리고 레넌을 왼쪽 윙포워드로 전진 배치시킨 것이다.
공수 밸런스가 좋은 브릿지 대신 벨레티에게 레넌을 붙임으로써 그의 공격력을 살리고
그 뒤를 수비도 괜찮으면서 공격 지원이 가능한 말브랑크가 받치게 함으로써
또다른, 그리고 토트넘의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을 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조코라, 중앙 미드필더 허들스톤의 구성으로 중앙을 지키고
제나스를 보다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동점골을 적극적으로 노린 것이다.

결국 이러한 라모스 감독의 전술은 레넌의 크로스가 반대쪽에서 브릿지의 핸드볼로 이어지고
이로 얻은 페널티킥을 베르바토프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면서 완벽한 결과를 만들었다.
그러자 라모스 감독은 곧장 공격적인 말브랑크 대신 수비적인 타이니오를 투입하며
다시금 4-3-3의 형태로 돌아오며 공수 균형을 맞추는 탁월한 선택까지 보여주었다.
그동안 그랜트 감독은 라이트필립스 대신 칼루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하려 했지만
그것은 마치 욜 감독이 벤트를 앙리보다 비싼 값에 영입했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좋은 기회들이 연이어 아쉽게 무산되며 불운해 보였던 토트넘이
연장 초반 행운의 역전골로 앞서 나가기 시작하자 그랜트 감독은 다급해졌다.
이미 에시앙 대신 발락을 내보내며 공격적으로 나섰던 상황이었지만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미켈 대신 조 콜을 내보내며 포워드만 넷을 세우는 전술을 선택했다.
하지만 칼루-아넬카-드록바-콜로 구성된 포톱은 윙어가 없는 문제점이 있었고
그 뒤를 받친 램파드와 발락 역시 측면에서의 전문적인 움직임은 부족한 선수였다.
결국 끊임없이 중앙으로 공을 투입하고 많은 선수로 많은 기회를 맞은 첼시였지만
그것은 전술적인 움직임이었다기보다는 급한 상황에서의 산만한 움직임이었고
득점에는 실패하며 토트넘에게 무릎 꿇어야만 하는 결과로 만들어졌다.

라모스 감독은 이번 결승전으로 스퍼스에게 정말 오랫만의 우승컵을 안겨 주었고
지난 아스날과의 더비에서 거둔 승리와 더불어 정말 인상적인 시즌을 만들게 되었다.
세비야에서의 연이은 우승에 이어 토트넘에서도 재빨리 우승을 달성함에 따라
또다른 우승 청부사로서의 자신의 가치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경기 중에 보여주는 과감한 전술적 판단들은 대단히 special해서
그 분야의 최고봉인 무링요 감독과의 맞대결이 기다려질 정도이다.
물론 무링요 감독의 현재 상태로는 그 맞대결이 조금 늦어질 것 같기는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정상급의 능력을 갖고 있기에 멀지 않은 미래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역대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그랜트 감독은
그저 무링요의 첼시를 답습하는 듯한 전략에 국한되며 매우 아쉬운데,
그것마저도 사실은 텐 카테 수석코치의 작품이라면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연장 시작 직전에 둥그렇게 둘러선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이 감독이 아니라는 건
어쩌면 정말로 그저 하는 일 없는 한심한 작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더욱 키울 따름이다.

아무리 승률이 좋아도 우승 한번 없다면 그다지 special하지 않다.
첼시의 팬들은, 또다시 무링요와 함께 했던 시절을 되새겨야만 했다.

by Lucypel | 2008/02/25 22:21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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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朝霧達哉 at 2008/02/25 23:27
그랜트의 축구는 그냥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의 의지한 축구지 무링요 시절처럼 조직력의 축구는 아니죠...
전술같은 건 사실상 텐 카테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구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6 00:05
朝霧達哉: 사실 아약스 시절의 텐 카테를 잘 알지 못해서 그의 능력도 조금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에레디비지가 프리미어리그와 가장 비슷한 성격인 듯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쪽 지도자가 이쪽에서도 성공한 사례는 또 그닥 많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무링요가 그립습니다. 무려 맨유팬인 제가 말이죠. (..)
Commented by 朝霧達哉 at 2008/02/26 00:14
루시펠//저도 맨유팬이지만 무링요가 그립네요...
영감님과 이빨까기 설전(...)하던것도 그립구요...ㅜ.ㅜ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6 00:18
朝霧達哉: 퍼기 경과 웽거 교수가 오랫동안 주름답던 프리미어십을 무링요와 베니테즈가 거칠게 도전하는 형세였고, 구 라이벌과 신 라이벌의 대립 구도에다가 퍼기 vs 무링요 구도도 있어서 즐거웠는데, 요즘은 베니테즈도 무링요가 없어지면서 약해진 느낌이 드니 말입니다. (먼산)
Commented by specialone at 2008/02/26 02:43
진짜 무링요 없어서 정말 축구 열기가 다 시들어버릴정도네요.
토튼햄의 완승,
Commented by glasscage at 2008/02/26 04:21
요즘 첼시 경기를 보면 로만 구단주가 전술과 선수교체를 담당하고 그랜트는 그냥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혹시 정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_-.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6 08:02
specialone: 이거 잘하면 무링요 감독 구직 후에 첼시 팬 대거 줄어들겠는데요... (먼산)

glasscage: 그래도 사실 그게 모든 축구팬의 꿈, 위닝 마스터리그나 FM 운영 아닙니까.. 원하는 선수 영입해다가 원하는 전술로 운영하는.. (먼산)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2/26 14:31
역시 루시펠님은 글을 잘 쓰세요~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홍돈 at 2008/02/26 18:07
역시 좋은 글입니다.

쩝 역시 짜증이 납니다. 그랜트.
이기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그도 잘 알텐데...팬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약속은 대체 어디로 간건지 의문스러울 뿐입니다.

우승하길 바라긴 했지만, 우승하면 우승하는대로 그랜트가 자만할 것이
틀림없기에 어떤 의미에선 이번 칼링컵을 놓친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7 00:14
GrayFlower: 그렇게 칭찬하시면 진짜인 줄 압니다.. (...)

홍돈: 그랜트, 보면 볼수록 다스 베이다 같아요. (먼산) 어쨌든 홍돈님과 첼시 팬분들께는 조금 죄송합니다만, 그랜트 체제에서는 첼시가 어느 대회라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더군요.
Commented by 홍돈 at 2008/02/27 15:16
뭐 죄송할 것 전혀 없지요. 현실이니까요 쯥..다 그렇게 느끼고 있을겝니다.
Commented by 양지훈 at 2008/02/27 17:15
토튼햄 팬으로서 정말 피말리는 경기였습니다.

트로피에 대한 갈망이 너무도 컸기에 응원하는 저 역시 아프리카 켜놓고 120분 내내 서서 봤네요...
도저히 의자에 앉아서 마음 놓고 볼 수가 없었어요. 비흡연자라 망정이지 흡연자였다면 120분간 담배 2갑은 피웠을법한(;;;)

가장 좋아하는 공격수인 로비킨이 우승이 확정된 후 다른 선수들과, 특히 베르바토프와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그걸 바라보는 저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피스컵같은 시즌 외 대회를 제외하곤 프로생활 하면서 여지껏 우승컵을 한 번도 들어올려보지 못했었다고 하더군요.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 ㅠㅠㅠㅠㅠㅠ



아 특히 연장 후반 15분은 제가 본 연장전 중에 젤루 길게 느껴졌다는... 크흑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7 18:39
홍돈: 그래도 저는 맨유가 우승 못할거라는 소리 들으면 울컥해서 막 화날 것 같아서 말입니다. (..)

양지훈: 그러게요. 경기력은 스퍼스가 좋았어도 경기를 끌려가다가 겨우 뒤집었으니, 팬들은 그럴만도 합니다. 그래도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니 하지 마세요. :) 로비 킨의 눈물이야 감동이지만, 양복 입은 이영표가 동료들과 함께하는 장면은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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