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GomTV MSL S4 4강: 이제동 vs 박성균

역시 테란의 화두는 방어다.

최근 저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뮤탈 게릴라와
그에 이어지는 디파일러, 울트라리스크의 하이브 유닛의 운용, 즉 컨트롤이고
최근 프로토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버 혹은 다크의 게릴라와
캐리어 혹은 아비터와 템플러까지 포함된 조합된 병력의 운용, 즉 테크의 확보와 활용이다.
하지만 그런 저그와 프로토스에 대항해야 할 테란의 요소는 이미 많은 부분 드러나 있고
결국 돌아가야 할 근본적인 요소는 무엇보다 단단하게 지킬 줄 아는 방어와 수비이다.

박성균은 이제동을 비틀려 들었다.
몰래 전진 배럭으로 치즈 러시를 감행하고, 몰래 팩토리에 이은 레이스로 흔들었다.
앞마당을 못 먹도록 엔지니어링 베이도 지어 봤지만, 수비가 안 되니 무너질 따름이었다.

치즈 러시로 경기를 끝낸 1세트만이 승리했다.
벌쳐 셋이 난입해서 일꾼을 타격하고 레이스로 오버로드까지 떨어트린 2세트는
대단히 빨리 나온 히드라에 이어질 럴커를 예측하지 못하고 방어에 소홀한 나머지 패배했고
앞마당까지 방해당한 이제동이 보낸 저글링을 막지 못한 3세트도 무너져 버렸다.

물론 이제동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드론으로 벌쳐를 잡아낸 2세트와 다수의 발업 저글링을 활용한 3세트가 그랬다.
상대에게 자신의 공격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병력을 운용하자
안그래도 막강한 전투력의 이제동의 공격력은 두배 이상 향상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선택지가 줄어들어있고 막히면 지는 공격을 선택하는 이제동을 상대로
박성균의 철저한 정찰과 꼼꼼한 수비가 부족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법이다.
8강에서 이윤열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 지배력을 보여주었던 박성균이
이제동을 상대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은 커다란 아쉬움을 남기는 법이다.

어쩌면 이제동의 경기 운영이 상당히 의외스러운 것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뮤탈 대신 럴커를 선택하는 모습은 최근의 이제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다른 선택들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시작을 하게 된 저그가 할 수 있을만한 것들이었다.
결국 전략적인 초반을 선택했던 1세트와 2세트, 3세트 중 둘을 내어줌에 따라
4세트에서도 박성균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노배럭 더블 커맨드와 일반적인 삼해처리 빌드의 격돌이라면 당연히 테란이 유리한 법이고
빠르게 배럭을 다섯까지 늘린 박성균의 선택이 유리해 보이는 순간도 상당했지만,
다소 무리하게, 일정 기간 이후에는 분명히 지나치게 무리하게, 병력을 운용하고
상대의 섬멀티를 조기에 감지하지 못하는 실수는 분명 긴장의 발로였던 것 같다.
평소에 보이던 날카로운 드랍십도, 상대를 홀리는 베슬의 운영도 부족했고
중반 이후에는 물량의 생산도 왠지 모르게 평소만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제동의 최근 기세는 그렇게 대단하지만은 않았다.
스타리그 우승 이후 본좌급 포스를 뿜어내는가 했던 이제동이었지만
연이은 이영호와의 다전제 세경기에서 두번이나 무너지면서,
게다가 카트리나에서의 메카닉 전략에 두번이나 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우승자 징크스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이제동을 상대로 송병구처럼 무너진 박성균.
이제동의 전투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이전을 노린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지만
어떻겐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투를 만들어내는 이제동에게 무너져 버렸다.
1세트를 멋지게 이기고 2세트에 다소 허무한 역전을 당하며 패배하는 것까지,
그리고 내리 3세트와 4세트는 운영에서 밀리며 패배하는 것까지 똑같았다.

그 근간에는 역시 완벽하지 못했던 박성균의 수비가 있었다.
전략은 잘 걸었지만, 그 이후의 대처에서 약간의 틈만 보인다고 하면
최근의 저그와 프로토스들은 어김없이 그 틈을 파고 들어 테란을 무너뜨린다.
하물며 상대가 이제동이라고 한다면야, 없는 틈도 만들어 낼 것이 뻔하거늘,
오늘 박성균의 대처는 여러 모로 아쉬운 감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이걸로 이제동의 양대리그 우승이 확정되었다, 거의.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결승에서 프로토스를 만난 저그는 즐거울 뿐이다.

by Lucypel | 2008/02/28 22:19 | Review: SL/MSL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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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엑시아 at 2008/02/28 22:50
또다시 김구현이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것인지...
3.3.혁명때도 승자예상이 전부 한군데로 기우는듯한 분위기였죠.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8 23:06
엑시아: 하지만 그렇다고 저에게 만약 또다시 그 상황에서 마재윤과 김택용의 승부를 예측하라고 하면 여전히 마재윤의 승리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겠죠. 게다가 전 김구현을 그닥 좋게 보지 않아서.. (..........)
Commented by Reign at 2008/02/28 23:26
프로토스를 만난 저그는...
그저 즐거울 뿐.
뮤털을 가든, 히드라를 가든, 오로지 선택만 남았을 뿐...

그래서 zerg VS Terran을 바랄 뿐입니다.
zerg VS Protoss는 아무리 혁명가니 신이니 나타나 본들 결국 어쩔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2/29 09:24
Reign: 저는 그래서 테프전을 제일 좋아하죠. (응?) 테저전은 소수 유닛 컨트롤과 게릴라전의 진수를 본다면, 테프전은 대규모 지상 힘싸움을 볼 수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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