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Bacchus SL 4강: 송병구 vs 박찬수

과연 명불허전.
여러 유닛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송병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토막키즈, 프로토스전 막장 스파키즈의 박찬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저그는 크게 운영형과 공격형으로 나눈다는 것이 일반론이고,
그렇게 나누었을 때 박찬수는 분명 운영형보다는 공격형에 가깝다.
홍진호, 박성준, 이제동으로 이어진 공격형 저그의 계보에서
박찬수는 이제 막 우승을 차지한 이제동을 위협하는 선수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저그의 분류가 가지는 매력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공격형 저그는 테란전에 강하고 프로토스전에 약하고
운영형 저그는 반대로 프로토스전에 강하고 테란전에 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래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강세와 약세의 구분이 흐릿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재윤은 테란전보다 프로토스전에서 훨씬 안정적이고 강력했으며
이제동은 테란전에서의 전투력이 프로토스전에서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다.

보통 공격형 저그들의 프로토스전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은 그 공격성이 원인이다.
상성상 앞서는 종족을 상대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다 보니
안정적인 확장과 자원 수급 이후의 후반 운영에 비해 도박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국 참고 기다리며 승리의 때를 노릴 줄 알아야 하는 프로토스전에서
공격형 저그들의 승률이 낮아지는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박찬수는 이러한 공격형 저그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고,
사설을 덧붙이자면 홍진호, 박성준, 이제동보다도 부족한 기량일 따름이었다.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몰아붙이기 때문에 폭풍이 된 홍진호와
싸우는 상황이 닥치면 일단 누구보다도 잘 싸우기 때문에 투신이 된 박성준,
그리고 싸우면 언제라도 상대를 파괴하여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파괴신 이제동은
그 나름의 특징을 바탕으로 프로토스전에서 일정 이상의 기량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박찬수의 프로토스전은 그야말로 부족했다.
어떻게든 가난하게 초반을 공략해야만 하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보는 이가 안쓰러울 수준의 가난함을 유지하며 초반 병력 생산에 치중했다.
저글링-히드라가 막혀버린 1경기와 럴커 드랍이 실패한 2경기가 그랬고
1경기에서 막히자 더욱 가난하게 타이밍을 당겨낸 3경기의 히드라도 그랬다.
앞마당은 기본이고 카트리나에서는 중앙의 가스 멀티까지 해처리를 펴놓았지만
미네랄 한덩이당 일하는 드론의 숫자가 한마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난했다.
5드론이 막히더라도 이길 수는 있기는 하지만, 그건 드론을 잘 뽑을 때의 이야기다.
가난한 상태로 몰아붙인 공격이 상대를 가난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패배다.

홍진호도 박성준도 이제동도 완벽한 프로토스전이라는 평가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프로토스전이 막장이라고 불리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공격에 승부의 중점을 두기는 했지만 운영도 할 줄 알았다.
어떻게든 후반으로 이끌어 운영을 통해 극복하는 경기도 보여주기는 했다는 말이다.
박찬수처럼 초반만 노리고 그게 실패하면 지는 운영만 내리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4강이 김택용의 테란전과 송병구의 저그전을 검증할 기회라고 생각했고
이영호는 그러한 테란으로서 김택용의 테란전 검증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주었지만,
송병구의 저그전을 검증하기에 박찬수의 프로토스전은 너무나도 수준 미달이었다.
사실 후반 운영이고 뭐고, 발업 질럿에 밀리고 커세어에 당하면 그냥 거기서 끝이잖은가.

어쨌든 결승은 이영호와 송병구의 지난 곰티비 인비테이셔널 결승의 리매치가 되었다.
사상 최고의 테란전 기량을 자랑하는 송병구를 맞이하여 역전승을 거두었던 이영호.
차세대 테란의 선구자이자 희망으로 불리우는 이영호가 다시한번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프로토스의 총사령관이자 콩 라인의 구세주 송병구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

결국 이번 결승은 콩 라인 황태자 결정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래서 김택용과 박찬수가 탈락한 걸지도 모른다.

by Lucypel | 2008/03/08 16:31 | Review: SL/MSL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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