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A Cup 6R: Mid vs CadC

이번 시즌의 FA컵은 그야말로 마법적인 매력을 무차별적으로 뿜어내고 있다.
포츠머스가 맨유를 꺾은 것은 그저 평범해 보일 정도였던 마법의 힘은
반스리로 하여금 리버풀과 첼시를 꺾게 하더니 카디프로 하여금 보로를 꺾게 했다.

보로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대인배스럽기 짝이 없었다.
챔피언십의 카디프 시티를 맞이해서 선수들의 마음이 헐거워진 탓인지
아니면 최근 치솟던 상승세가 한풀 꺾인 탓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인지
경기 시작 30분만에 승부를 결정짓는 실점을 허용하고 붕괴되고 말았다.

우선 수비진의 집중력은 허튼 수작도 골로 연결될 정도였다.
돌아온 후트-휘터의 센터백 조합은 부상의 여파가 남아 있는 듯 했고
꽤 자주 정신줄을 놓는 호쳄박과 아르카는 수비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카디프 시티의 피터 휘팅엄이 9분만에 터뜨린 선제골 장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보로의 수비진 네다섯명은 그저 하릴없이 휘팅엄의 공놀이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화려한 개인기도, 폭발적인 속도도 없었던 장면에서 그저 멍하니 서있었기 때문에
홈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선제골을 실점할 수 밖에 없었다.

망가진 수비진의 앞에는 망가진 미드필더들이 있을 따름이다.
보로의 언터쳐블 에이스 다우닝이 간혹 좋은 돌파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좋은 공격 작업으로 이어진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호쳄박과 아르카는 정신줄을 놓은채 공격 상황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고
결국 보로가 포워드들에게 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저 멀리 뻥 차내는 것 뿐이었다.
포가테즈와 다우닝, 영과 오닐같은 측면 공격을 이용해보려는 노력이 가끔 보였지만
애초에 속도부터 앞서나가는 카디프의 측면을 뚫는 것은 요원한 일처럼 보였다.

게다가 낙제점을 받아도 불쌍하지 않을 한심한 포워드들.
보로 역대 최고 이적료를 받고 옮겨온 아폰소 알베스는 공을 잡아보기나 했나 모르겠다.
강인한 육체를 가진 브라질리언 대표 선수는 아직 아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것은 이번 경기와 같이 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그닥 다르지 않았다.
에레디비지에에서의 활약을 생각한다면 재능이 없는 선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를 지원해 줄만한 동료가 거의 없는 보로의 공격진이라던가
잉글랜드에서의 적응이라던가 팀 컬러나 팀 케미가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이유에서 그의 성공적인 정착을 상상하는 것은 꽤나 어려워졌다.

사실 이동국이 상당히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로의 공격진 중 이동국보다 나은 활약을 한 선수는
툰자이를 제외하고는 그닥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정도인 것이 현실이다.
미도는 이동국보다 출장 시간이 길지만 득점은 도리어 적은 수준이고
알베스는 이적한지 얼마되지 않았다지만 아예 득점이 없고 활약도 없다.
알리아디에르가 가장 많은 출장 시간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득점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선발 출장으로 22경기를 했음에도 3골밖에 안되는 상태인데다 정신적인 문제도 있다.

이러한 공격진의 총체적 난국은 역시 중앙 미드필더들의 극심한 부진과
수비수 출신인 초보 감독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공격 역량 부족이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수비에서는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던 사우스게이트의 보로이기는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후트와 휘터 역시 쉽사리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카디프를 맞이했던 보로는
4강에만 오르면 상당히 우승의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이없는 첫번째 골과 압도적인 두번째 골로 그저 무너져 버렸다.

반면 카디프 시티는 챔피언십다운 4-4-2에서의 속도전을 펼치며 투지를 보였고
준결승부터 밟을 수 있는 웸블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며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프리미어십의 클럽을 맞이하여 정정당당히 정면승부를 시도했던 카디프가 승리함에 따라
4강에 남아있는 포츠머스 역시 상대를 쉽게 볼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

이로써 이번 시즌 웸블리에 서게될 클럽은 포츠머스, 반슬리, 카디프, WBA가 되었다.
아스날을 꺾은 유나이티드를 꺾고 올라온 포츠머스와 리버풀과 첼시를 꺾은 반슬리에
프리미어십 승격을 노리는 웨스트 브롬 위치 알비언과 보로를 꺾은 카디프 시티의 경기.
어떻게 보면 상당히 흥미없고 무미건조한 대진이 완성되어 버릴지도 모르지만,
UEFA컵에 챔피언십 클럽이 나간다고 생각한다면 또 한편으로 흥미로울 따름이다.

과연, FA컵의 마법은 얼마나 magical한 위력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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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3/10 21:08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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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朝霧達哉 at 2008/03/10 21:11
이정도면 이동국이 모든 비난을 혼자 받아낸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어요...-_-
알베스는 이동국보다 적응기간이 짧아야 정상인데 너무 길게 가네요...
미도는 뭐...답이 없구요...-_-
그나마 알리아디에르는 장기간 결장이니...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3/10 22:11
朝霧達哉: 그런 감도 없지 않지요. 개인적으로는 알리아디에르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인 줄은 잘 모르겠습니다. 발은 빠르지만 그 뿐이고 폭발적이지도 않고, 게다가 지난번에 마스체라노 뺨 때릴 때 보니 마인드 컨트롤도 별로더군요. 흠흠.
Commented by 朝霧達哉 at 2008/03/10 22:20
일단 벵교수의 의도대로 잘 못큰게 문제겠죠...
보로 입장에서 쓸만한 ST는 없는데 그나마 즉시 투입이 가능한 유망주라는 녀석이 싸게 나왔으니 낼름 집어간거구요...[미도도 비슷한 케이스]
구단주가 선수영입에는 개입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감독의 문제가 크다고 밖에는...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3/10 23:25
전 같은 시간에 열린 밀란의 경기를 봤는데 어제는 밀란의 경기력도 그다지..(뭐, 그래도 이기긴했으니까요;;) 하프타임에 분석에서 전반에 보로의 슈팅이 한개였다더군요(상대방인 챔피언쉽의 카디프시티는 6개정도였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3/11 09:05
朝霧達哉: 미도야 어느 정도 검증이라도 되었다지만 알리아디에르는 그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먼산) 그저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오래오래 해먹어서 얼른 성장해 주기를 바랍니다. ㅠㅠ

GrayFlower: 밀란은 뭐랄까 힘이 잔뜩 빠졌던데요. (...) 파투 말고는 열심히 뛰는 선수가 없어 보일 정도랄까... ;;; 전체적으로 기동력이 너무 떨어지는 게 계속 눈에 띕니다.
Commented by keropark at 2008/03/11 19:41
이동국은 팀을 잘못 선택한거지요... 미들 자원에서 지원이 부족한 보로인지라 혼자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지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3/11 20:23
keropark: 하지만 오라는 데 안 갈 수도 없는 입장이었겠죠. (한숨) 만약 보로를 떠난다면 챔피언십 쪽으로라도 옮겨서 제대로 마무리짓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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