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written as an "Atonement"

atonement. n. 보상, 속죄, 죗값. - empas 영어사전에서

영화 속에서 atonement는 참회라고 번역되었다.
참회는, 타인에게 지은 죄를 깊게 반성하고 후회한다, 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단어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줄곧 궁금했던 것은 atonement의 뜻이었다.
빈약한 내 영어 어휘력으로는 알 수 없었던 단어가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았고
그것이 인물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것은 끝나기 직전의 장면이 되어서야 였으니까.
그때까지의 궁금함은 나에게 첫 문장을 atonement의 사전적 의미로 시작하게 하였다.

영화는 줄곧 한 사람의 눈과 한 사람의 입과 한 사람의 손으로 그려진다.
13살의, 18살의, 그리고 한참 뒤의 브라이어니 탈리스의 눈과 입과 손으로 말이다.
그를 평생동안 고통과 후회와, 참회로 뒤덮었던 오래전의 그 사건에 관해서
브라이어니가 직접 털어놓는 과거의 이야기이다.

정말로 세실리아와 로비는 사랑했던 걸까?
영화의 주된 흐름을 만드는 두 연인의 관계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점에서만 그려진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은 브라이어니가 늙어 쓴 소설 "atonement"의 내용일 뿐
실제로 그들이 어떤 마음과 어떤 감정과 어떤 말을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다.
멀리 분수대에서 흠뻑 젖은 세실리아를 보았고, 서재에서 사랑을 나눈 둘을 보았으며,
끌려가는 로비와 마지막 말을 나눈 것이 세실리아라는 것을 지켜보았을 따름이다.

어쩌면,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여서 가슴 아팠을지도 모르고.

브라이어니는 세실리아가 집을 떠난 후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직접 밝혔듯, 로비와 세실리아 역시 다시는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그는, 사랑하는 언니와, 사랑하는 이의, 사랑을 그려주고 싶었고
그 사랑을 끊어놓았을지도 모를 자신의 추악한 질투와 시기를 참회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타자치는 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타닥, 타닥, 하고 튀어오르는 오래된 타자기의 소음은 어느샌가 음악으로 바뀌고
암울하고 의미심장한, 마치 추리 소설에나 어울릴 음악은 영화 전체를 따라 흐른다.
그것은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가 브라이어니의 소설 속의 장면을 따르고 있으며
오래된 타자기로 쳐진 이 소설은 결국 브라이어니가 관찰하고 상상한 것에 불과하다는
조금쯤은 허무한 결론을 이어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엄연히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지나친 상상은 무용한 음모론이 되겠지만
솔직히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인간의 참회라는 것은 꽤나 막강해서 때로는 과거의 기억마저 바꾸어 놓는다.
전쟁이라는 크나큰 죄악의 바다로 흘러들어가버린 자신의 자그만 실수의 냇물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참회를 거듭한 나머지 기억이 바뀌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니까.
나는, 적어도 내 기억은, 그렇게 매일같이 미화에 미화를 거듭하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참혹한 삶을 살게 하는 전쟁이라는 죄악과
한 사람을 그런 전쟁으로 몰아넣어버린 거짓이라는 죄악은
어떤 것이 더 무겁고 더러운 것인지 저울질할 수 있는 것일까?

전쟁의 참혹함과 신분 차이를 극복한 사랑의 아름다움 역시
덤덤한 시선으로 잡아내며 관객들을 빨아들일 매력을 갖고 있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참회라는 부분이었다.
질투와 시기라는, 어쩌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때문에 저지를 죄악에
밤을 새워 타자기를 두드리던, 그리고 죽어가는 병사의 손을 잡아준, 참회.

결국 세실리아와 로비는 꿈에 그리던 집에서 여생을 보낸다.
하얀 절벽과 파란 바다, 하얀 벽과 파란 창문이 어우러진 멋진 집에서.
그것은 브라이어니의 거듭된 참회가 만들어 준 가장 행복한 결말이었고
동시에 죽음을 앞에 두고 끝낼 수 없는 참회에서 도피하려는 시도가 만든
그저 동화같은 마무리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톤먼트
키이라 나이틀리,제임스 맥어보이,브렌다 블레신 / 조 라이트
나의 점수 : ★★★★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Lucypel | 2008/03/12 19:37 | Review: Movie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FSHE.egloos.com/tb/151145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양지훈 at 2008/03/13 10:16
진지한 글 내용과는 동떨어진 소리입니다만, 브라이어니 어릴적 모습 볼 때마다 리오넬 메시 생각나서 웃음 참으면서 봤습니다 -.-;;

어째 할머니 될 때까지 계속 똑같은 단발머리더군요 ㅡ,.ㅡ;; 관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함이었을수도......


영화는 뭔가 좀 지나치게 가혹하다 싶고 억지성도 좀 있구 그래 보여서, 개인적인 생각엔... 기대에 비해 실망이 좀 컸습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3/13 17:46
양지훈: 귀엽기만 하던데 어째서 메시랑... ㅇ<-< 사실 좀 흥미로운 영화는 아니지요. 실망하신 분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
Commented by annie at 2008/03/15 10:04
나 이거 보면서 조낸 울었어..-_- 비행기에서 몇번 보고 한국 와서 극장가서 봤는데 많이 볼 수록 좋은 것 같아..첨엔 할머니 된 브라이어니 완전 미웠는데 몇번 보다보니 브라이어니도 완전 불쌍해..
그리고 남자 키가 작긴 하지만 멋있지 않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3/15 10:06
annie: .. 진짜 울보 아가씨네..? 불쌍한 줄은 잘 모르겠지만, 잘 만든 영화 같기는 하더라. 남자 배우는 "비커밍 제인"에 나왔던 배우였다!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