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선수와 이타적인 선수 by Lucy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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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도 이기적인 선수와 이타적인 선수라는 표현을 가끔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대한 어폐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기는 것이 직업인 선수가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단어가 같고 있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라도
그 선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에서 밝히고 있듯, 맨유는 이기적인 선수와 이타적인 선수로 구분할 수 있다.
이기적이라 함은 스스로 욕심을 부려 골을 노리는 경향의 선수를 가리키고
이타적이라 함은 자신의 욕심보다는 팀 전체를 위해 움직이는 선수를 가리킨다.
이기적인 선수의 대표로는 호날두가 있고, 이타적인 선수의 대표로는 박지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평가이다.
그리고 그러한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평가의 연장선 상에서,
나는 기자가 적어놓은 기사의 선수 구분에 대해서는 다소 승복할 수 없다.

앞선 기사를 부정하기 위해서, 일단 이 기사도 읽어보고 시작하자.
저 위에서 이타적인 선수의 대표로 박지성을 꼽았지만,
그것은 사실 국내팬들에게 인식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사실 이타적인 플레이로는 루니가 박지성에 뒤질 것이 전혀 없다.

루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보직을 맡는다.
특히 이번 시즌 들어 2선 공격수의 역할을 테베즈에게 넘겨 주면서
그나마 큰 키와 투지 넘치는 몸싸움을 바탕으로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긴 루니는
그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호날두와 테베즈에 비해 부족한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유나이티드 팬도 루니의 경기력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가치는 "이기적인 득점"보다는 "이타적인 도움"에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더비 카운티와 펼쳤던 경기를 되짚어보자.
오셔로부터 뻗어나온 패스를 득달같이 달려가 받아낸 것은 루니였고
한번의 곁눈질 후 완벽한 크로스를 올려준 것도 루니였다.
물론 호날두의 속도와 깔끔한 마무리가 득점으로 이어졌지만
루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호날두의 득점도 없었다.

비단 이번 골만의 모습이 아니다.
호날두의 득점은 그의 환상적인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것도 많이 있지만
루니와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으로 만들어 내는 골도 절대로 적지 않다.
굳이 호날두가 아니더라도 테베즈의 득점도 루니의 도움이 꽤 있고
굳이 득점이 아니더라도 루니가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장면은 무척 많다.

비단 도움만으로 루니의 이타적인 움직임을 국한시킬 수도 없다.
루니는 180도 되지 않는 작은 키로도 190에 달하는 장신 수비수들과 경합하고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피치 위를 내달린다.
최전방 포워드가 최후방까지 수비에 가담해서 수비수들을 도와주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고통받는 동료를 위해 침튀기며 항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해맑은 웃음과 악착같은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동료들을 승리로 향해 이끌어낸다.

그를 지켜보고 있으면, 루니는 피치 위에서 단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그 한 가지는 다름 아닌 동료들과 함께 하는 팀의 승리라고 생각된다.

루니의 이타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말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사실 유나이티드는 이기적인 선수와 이타적인 선수의 조합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호날두와 나니처럼 상당히 이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들의 곁에는
루니와 테베즈, 박지성처럼 대단히 이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노장인 긱스나 스콜스 역시 이기적일 때도 있지만 이타적인 움직임을 할 줄 알고
캐릭이나 하그리브스같은 미드필더들은 근본적으로 이타적인 경기에 강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기적인 선수 하나에 이타적인 선수 둘 혹은 셋의 조합이 이루어질 때
팀의 공격 혹은 수비 밸런스가 가장 잘 잡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피치 위에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동안
이타적인 선수들이 수동적으로 남아 있는 공간을 채워줘야만 하는 편인데,
그런 공간 점유의 싸움에서 위와 같은 비율이 다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이기와 이타의 조율은 팀 전체의 호흡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을 잔뜩 모아도 이기적인 선수가 너무 많아 버리면 균형이 깨지고
그렇다고 이타적인 선수들만 데려다 놓아도 도리어 능동성이 부족해져 버리고 만다.
그 적당한 균형을 찾고 적절한 조율이 이루어지는 것이 팀 구성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맨유가 지난 시즌,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좋은 경기를 계속 보여주는 것은
이 글의 시발점인 저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체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팀 케미스트리에, 도무지 적당한 표현을 생각해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표현을 자주 쓰고 싶지는 않다,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루니를 필두로
이기와 이타의 균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불균형은 호날두와 나니의 동시 기용이나 긱스나 스콜스의 기량 저하가
이기와 이타의 균형을 다소 무너뜨리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될 따름이다.

다른 클럽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이고 다소 근거가 부족한 생각을 적어 보자면,
첼시는 이기가 좀 많고 리버풀은 이타가 좀 많은 편이며, 아스날은 균형이 좋다.
레알이나 바르샤도 이기가 좀 많은 반면, 밀란과 인테르는 이타가 좀 많은 편인 듯 하다.
물론 이런 균형은 보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전략 전술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이 전력에 영향을 주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상당한 흥미 거리가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클럽은 이기와 이타의 균형이 어떨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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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홍차도둑 2008/03/19 00:27 # 답글

    맞는 말입니다. ^^
    전 그러한 이타적인 것을 '경기에 필요한 위치에서 필요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 Lucypel 2008/03/19 10:22 # 답글

    홍차도둑: 말씀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결국은 누군가의 필요에 성실하게 반응한다는 정도일까요. (웃음)
  • FrontierJ 2008/03/21 11:49 # 답글

    음.. 좋은 의견이네요..
    보통 호날두와 카카를 많이 비교하는데.. 호날두가 이기적이라면 카카는 이타적인 스타일이죠.
    이기적 플레이어라는 비난도 많고 그것때문에 안티도 많은 날두 입니다만..

    팀플레이가 잘 되는 팀이 강팀이라고 볼때.. 호날두의 이기적 플레이는 약간 위험할지도요..?
  • Lucypel 2008/03/21 16:13 # 답글

    FrontierJ: 호날두는 개인적인 기량으로 수비를 돌파하거나 골을 성공시켜야 하는 윙포워드이고 카카는 팀 공격을 조율하고 풀어주는 공격형 미드필더이니 당연히 이기적이고 이타적이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팀플레이가 잘 되는 팀이라는 것은 이타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서로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팀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역할에는 이타적인 선수도 이기적인 선수도 모두 제자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굴러가는 자동차는 엔진도 섀시도 바퀴도 모두 제자리에 있어야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면에서 호날두의 이기적인 움직임은 루니의 이타적인 움직임과 정말 궁합이 잘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 조율을 잘 하는 한 맨유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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