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1R: Tot vs Por by Lucypel

오늘의 토트넘 극장 상영작은 셜록 홈즈 풍의 미스테리 스릴러 되시겠다.
경기 내내 끈적끈적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짜증날만큼 기다리다 보면
이럴거면 진작 좀 잘 풀지, 스러운 명쾌한 해결과 추리로 극적 마무리.
기묘하고 기괴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다 안다는 풀어내는 셜록 홈즈처럼
오늘의 토트넘 극장은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경기 내내 느꼈던 점은 포츠머스의 정말 재미없는 축구에 대한 짜증이었다.
이미 FA컵 8강에서 맨유를 상대로 그 짜증나는 축구를 보여주었던 폼피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도 어김없이 4-5-1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축구를 했다.
최전방의 카누까지 중앙선 안쪽으로 자리하고 공격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전반과
가끔씩 서너명만 공격에 참여하는 후반을 지켜보는 팬들은 심심할 따름이었다.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아홉명이 늘어서 있는 수비진은 왠만해선 뚫기 힘들지만
반대로 데포도 아닌 카누를 원톱으로 쓰는 포츠머스 역시 공격 따윈 필요 없었다.

결국 경기는 사실상 토트넘의 일방적인 공세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슈팅 숫자에서 10개 이상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스퍼스였지만
그렇다고 또 포츠머스의 밀집 수비와 제임스의 손을 지나는 공을 만들지는 못했다.
허튼이 활발하게 오버래핑하며 오른쪽을 공략했지만 공간이 없는 레넌은 조용했고,
골문까지 올라오고 돌아갈 생각을 안 하는 심봉다 때문에 말브랑크는 수비만 했다.
조코라에게 공격을 풀어주길 기대하는 것은 이제 포기해도 괜찮을 시점이고
허들스톤은 섬세한 잔패스를 펼쳐주기에는 경험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킨과 베르바토프까지 2선으로 내려와서 공격을 풀어보려던 토트넘이었지만
기나긴 답답함은 끝내 라모스 감독에게 극단적인 교체를 꺼내들게 만들었고,
도슨과 레넌 대신 오하라와 벤트를 투입한 토트넘은 결국 골을 풀어내었다.
사실상 수비진 구성이 무너진 상태로 포츠머스에게 몇차례 역습을 허용했지만,
다시금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세명의 포워드가 골문앞에 밀집되며 혼전을 만들었고
베르바토프의 빗맞은 슈팅이 벤트의 머리로 이어지며 선제골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벤트는 빠른 발과 단단한 피지컬로 오하라의 추가골도 도움을 기록하며
폼피로 보낸 데포의 공백 따위 느껴지지 않는다고 과시하는 듯 했다.

순식간에 이어진 두골로 결국 오래도록 답답하던 경기를 가져간 토트넘이지만
그저 지루하고 재미없는 수비 축구만 하는 포츠머스를 상대로 고전한 점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왼쪽 풀백의 문제는 앞으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나스와 허들스톤이 급성장 해주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미드필더기는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중장거리 패스에서의 위력이 단거리 패스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쉬움이다.
이러한 섬세함의 부족은 베르바토프를 계속해서 2선까지 내려오게 만들어 버리고
이것은 최전방에서의 숫자가 다시 부족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심봉다로 어떻게든 메우고 있는 왼쪽 풀백 자리 역시 상당히 불안한데,
사실상 베르바토프나 킨보다 더 전방에 위치한 채 수비로 돌아오지 않거나
수비 장면에서 바보같은 헛발질만 연발하는 심봉다의 수비는 그야말로 막장일 뿐이다.
베일이 어서 부상 복귀하여 허튼과 균형을 잡아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수비만 되는 이영표와 공격만 되는 심봉다의 문제는 라모스 감독이 풀어야만 한다.

어쨌든 주중의 블록버스터급 스펙터클 액션 활극을 상영했던 화이트 하트 레인 극장은
주말에는 해피 엔딩의 기괴하고 기묘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상영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이번 시즌 그 어떤 극장보다도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연이어 상영하고 있는 토트넘의
시즌 최종화는 과연 해피 엔딩일지 배드 엔딩일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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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rayFlower 2008/03/23 09:11 # 답글

    스릴러라니 적절한 비유네요.ㅋ 저는 전반만 봤는데 답답하더라구요. 그래도 허들스톤 선수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보기 좋더군요.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젠가는 잉글랜드 국대로도 뛸만한 포텐셜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글루 스킨 바꾸셨네요~ 화사하니 예쁘네요.^^
  • Lucypel 2008/03/24 03:02 # 답글

    GrayFlower: 허들스톤의 성장을 조금은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기동력이 부족한 선수는 취향이 아닐 것도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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