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1R: ManU vs Liv by Lucypel

한번 노린 먹이를, 그것도 휘청이는 먹이를 놓친다면 이미 맹수가 아니다.
최근 기세는 괜찮았지만 올드 트래포트에서 휘청일 수 밖에 없었던 리버풀은
유나이티드에게는 완벽하게 제압해야만 했던 사냥감이었다.

그런 면에서 마스체라노의 퇴장은 상당히 아쉬운 장면이었다.
지속적인 토레스에 대한 밀착 방어에 토레스가 짜증을 부린 것은 이해하지만
그 상황에서 이미 경고가 있던 마스체라노가 멀리서 달려와 항의하는 것은 불필요했다.
알론소가 뜯어말리는 데도 굳이 주심에게 격렬한 항의를 하는 것은 퇴장으로 이어졌고,
이미 승기를 잡고 있었음에도 마스체라노의 퇴장으로 유나이티드의 승리는 찜찜해졌다.

하지만 지난 앤필드 원정에서처럼, 유나이티드는 리버풀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최근 어마어마한 득점력을 자랑하던 토레스는 퍼디낸드에게 어김없이 제압당했고
리버풀의 핵심 제라드는 세명의 미드필더에게 밀려 후방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토레스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대단히 빠른 순간 속도라고 생각되는데
센터백 가운데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 또한 경험 많은 퍼디낸드의 수비는
최소한 반칙으로 끊는다 해도 토레스에게 돌파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비디치도, 브라운도 돌파해낼 수 있었던 토레스도 퍼디낸드는 뚫지 못했고
그것이 리버풀 공격력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드는 유나이티드의 수비였다.

2선에서 리버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제라드의 존재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리버풀이 주로 사용하는 4-3-3에 대한 대응책으로 역시 4-3-3을 선택한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캐릭 조합을 수비적인 위치에서 긴 패스로 공수를 조율하게 하면서
안데르송을 공격적인 위치에서 넓게 움직이며 숫적 우위를 가져가게 했다.
이러한 배치는 안데르송의 넓은 활동 범위가 확실한 수비 가담을 해주었고
정신을 바짝 차린 스콜스가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제라드 수비에 성공했다.
센스 있는 수비와 흩뿌리는 긴 패스가 인상적인 캐릭도 여전히 제 몫을 해주며
제라드와 알론소가 풀어내는 리버풀의 공격을 완전히 와해시키고 측면으로 몰았다.

결국 토레스와 제라드가 핵심인 리버풀은 그 둘이 완전히 제압당함에 따라
순간 순간 역습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경기 흐름을 완전히 유나이티드에게 빼앗겼고,
전반 중반의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공격에 가담한 브라운의 머리로 크로스가 날아들며
마스체라노 퇴장 이전에 이미 승부의 핵심인 선제골을 유나이티드가 챙길 수 있었다.

레이나 골키퍼는 경기 내내 환상적인 선방들로 리버풀을 지켜내나 싶었지만
공중볼에서의 약점을 몇차례 드러내며 두골이나 실점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루니나 호날두의 완벽한 기회를 여러 차례 선방해낸 것을 생각한다면
오늘 경기에서 리버풀 쪽의 MOM은 다소 아쉽지만 레이나가 아닐까 싶다.

오랫만에 정신줄을 바짝 움켜쥔 긱스와 스콜스가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해 주면서
골운은 없었지만 확실히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루니와 호날두의 뒷바라지를 해주어
다소 까다로울 수 있었던 리버풀과의 경기를 차분한 승리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포백의 균형과 쉴새없이 위치를 바꾸는 포워드 네명의 공격은
역시나 유나이티드 이번 시즌의 강력함을 그대로 드러내어 주었다.

다만 수없이 많은 기회를 모두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결정력의 부족은
기회를 보다 적게 줄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이상철은 제발 입 좀 다물고 다시는 중계에 참여하지 말기를 바라며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의 집중력 보완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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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바죠 2008/03/24 07:24 # 답글

    라이언 긱스 선수, 어제 경기에서는 잘 못한것 같습니다. 범실이 너무 많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정도면, 박지성 선수가 나가는게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朝霧達哉 2008/03/24 08:00 # 답글

    아무리 긱스의 경험이 중요하다 해도 어제는 정말 아니었습니다...[사실 긱스가 최근에 삽질하는 횟수가 많이 늘었지만...]
    마체의 퇴장은 저도 의문이었는데 욕설이라도 했나요...
  • GrayFlower 2008/03/24 08:07 # 답글

    맨유의 선제골 이후에 마스체라노 선수가 퇴장당하면서 이 경기가 뒤집어질 일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포스팅을 하려다 말았지만 어제 이상철 해설위원이 긱스 선수를 자꾸만 '킥스'라고 발음하셔서 한밤중에 쓴웃음 주시더군요.(전반 종료하고 광고하던 엔진오일 생각이 나서 말이죠^^;)
  • 아문 2008/03/24 10:30 # 답글

    스콜스옹께 요즘 들어 불만이 좀 있었는데
    어제는 참으로 흐뭇하더군요 역시 노련미가 넘치는 플레이였습니다 ㅎㅎ
  • Lucypel 2008/03/24 10:38 # 답글

    바죠: 물론 전성기 시절의 긱스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근 폼이 상당히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꽤 잘 해 주었다고 생각되요. 게다가 주장이라는 심리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야 말이죠. :)

    朝霧達哉: 제가 보기에 최악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에브라와 연계도 좋았고. (웃음) 마스체라노는 일단 베니테즈 감독에 따르면 별말 안 했다고는 하는데, 무슨 말을 했을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

    GrayFlower: 덕분에 안심하면서도 조금 찜찜해져 버렸어요. (..) 이상철씨는 제발 좀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자, 안 넘어갔죠." 할 때는 정말... (한숨)

    아문: 어제는 정말 상당히 잘 해주는 느낌이어서 다행입니다만, 계속 이럴지는 좀 지켜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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