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UCL Quarterfinal: Asnl vs Liv

3연전의 첫번째 경기에서 비록 승부를 가리지는 못했지만, 괜찮다.
아직 챔피언스리그의 두번째 경기가 남아있고, 리그 경기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벤트너가 마지막 경기까지 살아남기를 바란다.

아스날과 리버풀은 정확히 비슷한 문제를 안고 경기에 임했다.
주전 오른쪽 풀백들의 이런 저런 공백으로 포백 라인 구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전급, 아니 주장급 센터백으로 풀백으로 돌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결국 벵거 감독은 클리시-센데로스-갈라스-투레의 포백을 선택했고
베니테즈 감독은 아우렐리우-히피아-스크르텔-캐러거의 포백을 선택했다.

이러한 센터백의 풀백 기용은 수비 강화와 공격 약화의 결과를 초래했고,
수비적일 수 있었던 리버풀에게는 득을, 공격적이어야 했던 아스날에게는 실을 가져왔다.

선제골은 아스날의 잘 짜여진 세트피스에서 터져나왔다.
짧은 패스를 잡아 놓고 그대로 올린 반 페르시의 코너킥은
리버풀의 포백에게 잠깐의 혼란과 망설임을 만들었고
그 사이 살짝 뒤로 떠오르며 수비를 떨군 아데바요르의 머리는 어김없었다.
반 페르시의 깨끗한 왼발 크로스와 아데바요르의 높은 타점이 결합되면서
벵거 감독은 먼저 두손을 높이 치켜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스날이 채 선제골의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리버풀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역시 리버풀의 모든 게 제라드 탓이듯, 이번 동점골도 어김없이 제라드에서 시작되었는데,
수비수들을 가볍게 제쳐내고 올린 낮은 크로스를 카이트가 마무리하면서
실점 3분만에 득점하며 경기를 다시 원점, 아니 자신의 쪽으로 돌려놓았다.

순식간에 한골씩을 주고 받은 두 클럽의 상황은 완전히 갈렸다.
원정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리버풀은 수비적으로만 해도 충분했고
홈에서 실점한 아스날은 어떻게 해서든 추가 득점을 올려야만 했다.
수비적일 수 있는 리버풀과 공격적이어야만 하는 아스날.
다소 엉거주춤한 포백을 기용한 두팀의 승부가 갈린 시점이다.

리버풀은 동점골 이후, 특히 후반 들어 완연하게 지키는 축구를 했다.
최근 큰 경기에서 드러나고 있는 베니테즈 감독의 승리에 대한 절실함은
최전방의 토레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비적인 위치에 배치하며 수비에 나섰다.

아스날의 빠르고 강인한 아데바요르는 젊은 스크르텔에게 철저하게 전담시켰고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는 경우에는 캐러거와 협력하여 어떻게든 고립시켰다.
애초에 마스체라노와 알론소를 수비적으로 기용한 세명의 중앙 미드필더도
제라드마저 후방에서 긴 패스를 주로 하게 함으로써 최대한 중원을 장악하려 했다.
투입 직후 반짝 하던 월컷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바꾸고 조용해졌기에 신경쓰지 않았고
교체로 들어온 장신 스트라이커 벤트너는 히피아가 노련하게 막기에 충분했다.

반면 아스날은 보다 공격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포인 아데바요르가 스크르텔에 밀려 최전방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반 페르시가 불의의 부상으로 하프 타임에 월컷으로 교체되면서 투톱이 무너졌다.
리버풀이 세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내세우자 파브레가스와 플라미니로는 부족한 듯
차츰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따라서 벵거 감독은 월컷의 왼쪽 윙어 투입과 함께 흘렙을 중앙으로 돌렸다.
아데바요르 원톱에 월컷과 에보우에가 윙어로 활약하면서 중앙에 세명을 놓음으로써
리버풀의 중앙 라인에 대항해 아스날 특유의 패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중원을 장악한 것이다.
플라미니가 뒤에서 받치고 흘렙과 파브레가스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또한 월컷이 왼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돌파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변화는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에보우에와 투레의 오른쪽 측면.
요즘 들어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에보우에는
아무리 공격력 좋은 센터백이라지만 풀백에서는 무딘 창에 불과한 투레와 함께 서며
사실상 오른쪽 라인의 공격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투레의 무딘 창은, 정확히 말하면 상당히 잃어버린 측면 공격의 감은,
결국 에보우에가 벤트너로 교체되고 월컷이 오른쪽으로 위치한 다음에도
월컷마저 피치 위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벤트너의 투입도 아스날에게는 하나의 변화가 될 수 있었다.
아데바요르가 왼쪽 측면으로 돌아나가고 벤트너가 중앙의 빈 자리를 메우며,
흘렙-파브레가스가 쉴새없이 2선에서 침투하고 패스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공격은 몇차례의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불운이, 심판 판정도 불운으로 생각하자, 겹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결국 파브레가스의 슈팅이 벤트너를 맞고 나오며 좌절한 것이
어쩌면 오늘 경기의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베니테즈 감독의 소극적인 운영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플라미니는 완벽한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선수기에,
후반 중반 이후 역습 상황에서 보다 폭발적인 선수가 있어 공격에 가담했더라면
충분히 추가 득점을 통해 귀중한 승리를 챙겨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선발 출장했지만 에보우에와 함께 아무것도 하지 못한 바벨의 무능함이
후반 교체 출장할 때에는 상당한 파괴력으로 바뀌었었다는 과거의 기억이 함께한,
꾸준히 베나윤 대신 바벨을 선발 출장시키고 있는 베니테즈 감독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답함과 아쉬움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스날과 리버풀의 프리미어십 집안 싸움에 휘말린 주심은
큰 사건 사고 없이 어떻겐가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그의 경기 운영은 중립 팬이 보기에도 양팀 서포터들의 욕을 잔뜩 먹을만해 보였다.
비단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았을 뿐,
프리미어십처럼 펼쳐진 경기에 프리미어십답지 않은 판정이 나오며
경기의 흐름과 팬들의 입맛을 툭툭 끊어놓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리버풀은 사실상 승리했고 아스날은 급해지게 되었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득점 후 무승부를 거둔 리버풀은
역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주말 프리미어십 경기를 치른 후
앤필드로 돌아가 열광적인 성원 속에 승리할 생각만 하면 될 뿐이다.
역시 DNA의 힘이라는 것은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아스날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린 거너스에게는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주말에 바로 주어지고,
그 기회는 더군다나 같은 상대를 대상으로 자신의 안방에서 치루는 경기이다.
만약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리버풀을 대파하고 앤필드로 떠날 수 있다면
비록 기록상의 결과는 불리할 지라도 심리적으로 충분히 앞설 수 있을 것이다.
기세를 탄 어린 선수들만큼 무서운 것도 없는 것이 바로 피치 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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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4/03 06:33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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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iceRoy at 2008/04/03 09:49
이번 주말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4/03 11:10
전반만 보고서 경기가 루즈해 지길래 자버렸습니다.^^; 결국 1:1로 끝났으니 리버풀이 아무래도 유리하겠네요. (스크르텔 선수 영입은 점점 대박이 되어가네요.)
Commented by 아문 at 2008/04/03 11:17
벤트너에게 스위퍼 본능이 있더군요 ㅎㅎ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4/03 19:56
ViceRoy: 기대하고 있는데, 못 볼 지도 모르겠어서 좌절 중입니다. ㅇ<-<

GrayFlower: 스크르텔은 좀 더 적응한다면 히피아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제 30대인 캐러거도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아게르-스크르텔 라인으로 센터백을 채울 수도 있을 듯 해요. :)

아문: 그러게 말입니다. 사고만 안 당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FrontierJ at 2008/04/05 15:13
챔스리그에서는 EPL의 어떤팀보다 막강한 리버풀이죠.
원정골로 유리해진 리버풀이 과연 앤필드에선 어떤모습을 보여줄지 두고봐야 할듯.
You'll Never Walk Alone 이 울려퍼질때 그게 위로의 심정인건지 아니면 기쁨의 환호인건지.
며칠뒤면 결판이 나겠네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4/06 00:00
FrontierJ: 흠, 그래도 아스날이 조금쯤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보면 포워드가 죄다 부상이라는 말도 있어서 의문이군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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