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3R: Che vs ManC

페네르바체에게 역전패를 당하고 돌아온 첼시의 그랜트 감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전술적인 변화를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무링요의 그림자가 아직도 길게 드리워져 있을 뿐이었다.

첼시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아무래도 에시앙이었다고 생각된다.
미켈, 램파드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한 에시앙은 점점 성장하는 기량을 증명하듯
마치 제라드를 연상케하는 폭넓은 움직임과 공격 가담을 보여주며 활약했다.
첼시에서 수행한 대부분의 공격 작업에 에시앙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고
특히 효과적인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에시앙의 패스가 들어있었다.

반면 미켈과 특히 램파드는 에시앙만큼 활약하지는 못했다.
미켈이야 워낙에 수비적인 위치에서 움직일 것을 요구받기 때문에 그렇다쳐도,
첼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램파드의 공격에서의 비중 저하는 꽤 눈에 띄었다.
에시앙이 좀 더 넓게 움직이고 발이 약간 더 빠르다는 점에서 밀리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오늘의 경기력이 그닥 좋지 못했던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대표팀에서의 제라드-램파드 공존이 공공연한 문제로 여겨지듯이
에시앙과의 공존에서 물음표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드필더에서 활약한 에시앙과 발을 맞춘 포워드는 아넬카였다.
최전방에 틀어박혀서 단순한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공을 받고 중앙으로의 크로스를 만드는 모습을 보인 아넬카는
에시앙과의 2대1 패스를 통해 몇번의 좋은 기회를 만들었고, 그 중 하나는 선제골이 되었다.
물론 키도 크고 피지컬도 좋은 아넬카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의 진가는 섬세한 발재간이고,
드디어 첼시의 전술에 녹아들어가고 있는 아넬카의 측면 공격은 대단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양 윙어들과의 유기적인 위치 교환이었다.
아넬카가 측면으로 돌아나가면 윙어들은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아넬카가 올리는 크로스를 받아 득점을 노려야 하는 것이 정석인데,
선발 출장한 라이트필립스와 칼루는 전혀 그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이트필립스의 경우에는 애초에 화면에 거의 나오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칼루는 번번히 한심한 슈팅이나 보여주며 아넬카를 도와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칼루가 정말 그렇게 좋은 선수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같은 또래인 맨유의 나니나 리버풀의 바벨에 비해서 더 많은 출장 시간을 갖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 기량이나 동료들과의 협동 능력, 기록에서도 좋은 것은 아니다.
4-3-3의 윙어로서 필수적인 수비 가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공격에서도 드록바와 아넬카의 짐을 덜어준다고 보기는 어려울 따름이다.
조 콜이 최근 환상적인 경기력을 종종 보여주며 팀에 활기를 더해주는 것에 비하면
칼루를 중용하는 그랜트 감독의 선택에 더 큰 의문이 생길 따름이다.

비록 에시앙과 아넬카의 활약이 선제골과 추가골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조 콜이 투입되고 풀백들이 공격 가담을 늘렸음에도 공격이 원활하지는 않았다.
첼시가 자랑하는 강력한 역습도 포워드들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느려졌다.
결국 돌고 돌아 무링요의 4-3-3으로 회귀한 첼시지만, 과거의 강력함은 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역시 아쉬운 것은 맨시티의 결정력 부족.
페트로프와 아일랜드, 존슨이 살아나면서 조금 더 활발하게 공격했던 시티는
지나치게 벤자니에게 의존하는 점과 엘라누가 거의 활약하지 못한 것이 겹치면서
사실상 페트로프 혼자 공격하는 형세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첼시의 공격은 리차즈의 공백이 여실할 정도로 허용하는 상황에서
벤자니의 피지컬은 테리와 알렉스에게 제압당하며 무위로 돌아갔다.
기세를 타고 골을 넣어야 할 때 넣지 못한 시티에게 남은 것은 패배 뿐이었다.

첼시의 경기력이 정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 경기를 계속 보여주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리그에서는 계속해서 승수를 쌓아가고 있는 첼시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같은 첼시라면 페네르바체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지 장담할 수 없고
이후 치뤄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역시 절대 승리를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지겹지만, 아직도 무링요보다 그랜트가 낫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
똑같은 전형과 똑같은 선수로 이만큼의 경기력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다른 팀의 팬들을 기쁘게 하고 첼시의 팬들을 슬프게 하는 일이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Lucypel | 2008/04/06 01:28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FSHE.egloos.com/tb/158566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김양갱 at 2008/04/06 01:40
칼루는 2톱에서의 역할이 더 나은걸까요?
Commented by 환상 at 2008/04/06 17:54
에시앙과 조콜이 정말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맨시티는 기회가 없진 않았는데, 아쉽게도 골과는 인연이 없는 듯 해요. 엘라누가 다시 시즌초의 폼을 회복해야 할텐데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4/06 19:29
김양갱: 개인적으로는 칼루가 잘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신체적인 부분만 생각한다면 쓰리톱의 측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수비 가담이 부족한 부분은 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공격력 자체는 나이를 생각하면 나아질 희망이 있지만, 수비는 기본적으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하니까요.

환상: 시티가 결정짓지 못한 것이 시티의 불운인지 첼시의 수비력인지는 좀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엘라누가 부족한 건 사실이더군요. 페트로프는 그래도 슬슬 살아나려는 것 같았는데 말이죠.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