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3R: ManU vs Mid

보로가 다른 중상위권 팀들에 비해 객관적으로 부족한 경기력을 가졌음에도
도깨비팀이라 불리며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정신을 보여주는 데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4월에 쏟아지는 눈폭풍 속에서 유나이티드를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을 불러들인 보로는
그들이 어째서 도깨비팀이라 불리는지, 아스날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었는지
유나이티드에게도 똑똑이 보여주려는 듯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만들어낸 것은 스콜스-캐릭 미드필더 조합이 출장한 유나이티드가
일반적으로 경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때의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아르카-보아텡의 미드필더 조합은 수비적으로 잔뜩 내려앉은 채 압박에 임했고
그 다분히 투쟁적인 활동량을 끊임없이 늘려가면서 유나이티드를 밀어내었다.
이에 따라 스콜스와 캐릭은 중앙을 장악하지 못했고, 테베즈는 피치에서 지워졌다.

물론 유나이티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밀리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전반 초중반까지 보로가 아직 수비 전형을 단단히 갖추기 이전에는
유나이티드의 공격이 나름 보로의 진영을 흔들 수 있었고, 선제골도 만들었다.
하지만 호날두의 멋진 골 세레머니는 보로의 거친 선수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그 뒤로 점점 강하게 몰아붙이는 보로의 선수들은 상당히 매서웠다.

아르카-보아텡 조합의 강렬한 압박과 더불어 보로가 성공적이었던 중요한 이유는
비디치가 빠진 유나이티드의 포백에 아폰소 알베스의 공격이 통했다는 점이다.
비디치의 부상 공백을 오셔로 채우기로 생각한 퍼거슨 감독은 오셔를 센터백으로 넣었는데
이는 보로의 에이스 다우닝을 제압하기 위해서 브라운을 오른쪽 풀백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은 다우닝을 틀어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오셔가 문제를 드러내고 말았다.

지난 로마전에서 센터백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오셔이기는 하지만
원톱으로 부치니치만 출장했던 로마는 퍼디낸드가 부치니치를 막아내면서 수비에 성공했고
남은 공간을 오셔가 제공권을 바탕으로 차츰 점유해 나가는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세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오셔의 느린 속도를 보충했고
에브라 역시 오버래핑을 자제하면서 수비 진영에서 안정화를 꽤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알베스와 알리아디에르라는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하는 투톱을 상대로
발이 느린 오셔는 계속해서 뒷공간을 내어주는 문제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투톱을 상대로 두명의 센터백은 각각 한명씩 선수를 막아주어야 함과 동시에
적절히 물러나면서 간격 유지를 필수적으로 해내어야만 하는 임무가 주어지는데,
오셔는 약간씩 위치를 잘못 잡거나 뒷공간을 계속해서 내어주면서 상대에게 골을 허용했다.
특히 동점골 장면에서는 알리아디에르를 완전히 놓치는 바람에 수비에 구멍이 생겼고
알리아디에르를 막으려던 퍼디낸드가 알베스를 놓치면서 쉽사리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후반이 되면서 브라운이 센터백으로 들어오고 오셔가 풀백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점점 더 미친듯해지는 눈발 속에서 안 풀리는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점점 더 안 풀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브라운이 따낸 헤딩이 알리아디에르의 뒤통수에 맞으며 알베스에게 떨어졌고
지난 첼시전의 아쉬운 슈팅에 이어 전반에 데뷔골을 성공시키며 날카롭게 감각을 갈아낸 그는
여지없이 가볍게 득점에 성공해내며 반 데 사르를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아르카와 보아텡이 적극적인 압박에 나서며 유나이티드의 공격을 차단했지만,
보로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 알베스의 활약일 것이다.
커다란 덩치보다도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뒷공간 침투에 능한 이 브라질리언 포워드는
수비진에서부터 뻗어나오는 긴 패스를 순식간에 받아내는 강력한 능력을 선보였다.
그것이 운과는 별개로 어쨌거나 두골을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졌고
유나이티드는 패배의 벼랑 끝까지 몰리며 하마터면 패배할 뻔 했다.

수비가 흔들리자 공격도 흔들렸다.
호날두의 득점으로 쾌조의 시작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몇번의 기회를 호날두와 루니, 긱스가 놓치기 시작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되었고
끝없이 쏟아지는 눈과 연이어 들어간 알베스의 골은 공격진을 보다 조급하게 만들었다.

공격진에서 아쉬웠던 점은 역시 떨어진 긱스의 기동력과 미드필더들의 활동량.
이번 시즌의 안 풀리는 경기에서는 누누히 지적되고 있는 긱스의 기동력 저하는
후반 들어 호날두의 경기력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더 크게 문제가 되었고,
그나마 박지성의 투입으로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긱스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느려진 긱스와 밀려난 미드필더들에 대한 대응으로 박지성을 투입한 것은 탁월했지만,
그것이 보다 강력한 결과로 이어지기에는 루니만이 박지성을 따라 뛰어주었다.
이러한 박지성의 활약은 결국 동점골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결과를 막아내었고
앞으로는 보다 더 활발한 그의 출장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그 외에도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호날두와 루니도 걱정스러운 부분.
앞으로도 강행군으로 남은 시즌을 치뤄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 두명의 체력 저하는
팀 전체 전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부상으로 나간 퍼디낸드 역시 걱정스럽지만 네빌과 실베스트르의 복귀가 가능하기에,
도무지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두명의 포워드의 상태가 더욱 걱정이다.

이렇게 비록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결과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부진 이후에 선수들을 추수리는데 탁월한 감독이며
그것은 시즌 내내 유나이티드의 행보에서도 정확히 드러나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주중에 펼쳐질 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부터
다시 이전의 강력한 경기력을 되찾아 투지를 불태울 것으로 기대한다.

주심의 관대한 성향이 보다 기술적인 선수에게 다분히 불리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루크 영과 게리 오닐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어도 할말이 없는 장면이 있었기에,
또한 잉글랜드 북부에는 4월에도 폭설이 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한 오늘 경기는
유나이티드 팬으로서 상당한 불쾌함을 얻을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시작부터 뭔가 모를 찜찜함에 상쾌하지 않았던 경기가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상당한 불쾌함과 짜증을 느끼고 있지만,
이러한 경기가 선수들에게 더 큰 승리를 위한 바탕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by Lucypel | 2008/04/07 00:28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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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양갱 at 2008/04/07 00:40
에브라에게 들어간 백태클을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로 남겼어야 하는건데...
Commented by 프리뮬라 at 2008/04/07 01:19
확실히 포워드진이 너무 딸리는거 같네요. 중앙은 수요가 넘치는데 포워드진은 이뭐..OTL
Commented by 아문 at 2008/04/07 01:50
에브라에게 태클한게 누구였죠? 완전히 십자꺾기였는데요
아무튼 리그에서 남은 5경기
투지의 맨유이므로 결코 뒤쳐지는 일은 없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Commented by 바죠 at 2008/04/07 08:11
잘 읽었습니다. 세심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아무튼, 근래에 보기드문, 혈전이였던것 같습니다. 한 팀이 이기기에도 충분한 경기였던것 같습니다, 만약 한 팀이 찬스를 살리기만 했다면 말씀입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펠레스코어, 3:2 경기가 되었겠지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4/07 09:21
김양갱: 한두번이 아니었죠. (한숨)

프리뮬라: 사실 포워드가 부진하다고 할수는 없는게, 호날두나 박지성도 사실상 포워드로 투입이 되니 말입니다. 다만 미들과 포워드가 겉도는 상황이 되면 문제가 좀 발생하는 듯 해요.

아문: 루크 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게리 오닐... (먼산) 뭐, 보로니까 힘들었어도 용서하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하네요.

바죠: 보로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 것이 역시 경기를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요인이었죠. 박지성이 넣어준 힐패스나 가슴 패스가 도움으로 연결되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웃음)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4/07 17:57
후반 70분무렵부터 보기 시작했는데(주말 드라마 콤보는 끝이 없어요ㅜㅜ) 보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수비수 따돌리는 순간 일어섰다죠~ㅋ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4/07 22:04
GrayFlower: 과연 박지성의 부상 동안 자리잡았던 나니가 부상을 당한 동안 박지성이 얼마나 할런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겠죠. 이제 슬슬 긱스가 밀려나버릴 것 같기도 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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