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4R: Tot vs Mid

이번 경기의 부제를 붙이라면 역시 "대인배 극장판"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비록 결과는 그 부제에 어울릴만큼 대인배스럽지도 극장판스럽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의 과정만큼은 나를 스릴 넘치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었다.

사실 급한 쪽은 역시 보로였다.
자칫 잘못하면 강등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압박했고,
비록 순위는 그닥 많이 차이나지 않지만 충분히 강팀인 토트넘을 찾아가서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은 지나치게 도전적인 꼴일 뿐이었다.
결국 보로는 지난 맨유전에서 효과를 보았던 보아텡-아르카 라인을 다시 가동했고
어리지만 수비가 좋다고 알려진 그라운즈를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시켰다.

반면 이미 UEFA컵 진출권을 확보했고, 4강권 진입도 불가능해진 토트넘은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가며 선수들의 창조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자유로운 경기를 했다.
특히 베르바토프를 공격의 중심으로 놓았을 때 나타나는 놀라운 장면들은
역시 토트넘의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으로 생각될 정도로 대단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만든 결과는 한골씩 주고받은 후의 무승부.
서로가 꽤 많은 좋은 기회들을 주고받으면서도 넓은 마음으로 무위로 돌린채
결국 자살골 하나와 수비에 맞고 방향이 바뀐 골 하나만을 가져간 셈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베르바토프의 짜증이 점점 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시즌 후반이 되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심해지는지 힘들어하는 모습도 있었고,
그의 감각적인 패스들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동료들에게도 짜증을 냈다.
비록 로비 킨은 여전히 그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의 생각이 그를 따라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베르바토프의 문제는 그의 이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이것은 다시한번 베르바토프를 둘러싼 클럽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해 보이는 현재 토트넘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번 여름에 첼시와 함께 이적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갈길 바쁜 보로 역시 다우닝의 골로 승점을 챙겨갈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문제인 공격력 부진을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알베스가 지난 경기에서 데뷔골과 함께 연속골까지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다시금 결정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득점에 실패했다.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장면에서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은
그가 과연 정말로 최정상급의 포워드인지 의심하게 만들 뿐이다.

또한 알리아디에르의 무능력 또한 여전했다.
빠른 발을 제외하고는 프리미어십 중위권 클럽의 포워드로서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데,
1년이 다되어가도록 아직도 동료들과 유기적이지 못한 장면을 종종 보이는 점은
더군다나 그의 계속된 출장을 한심한 눈길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한다.
알베스에 대한 기대는 아직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투톱 중 한 자리만 남는다면
그 자리는 당연히 팀 포워드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툰자이의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급해진 상황에서 공격 자원을 대거 투입하면서
어떻겐가 승점 1점을 챙기는 데에 성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고,
라모스 감독은 진지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선을 갖고 경기를 지켜보며
여름에 누구를 짤라야 할까 하는 목록에 하나씩 이름을 더 써내려가고 있다.

물론 카펠로 감독은 다우닝을 뽑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겠지만.

by Lucypel | 2008/04/13 01:32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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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4/13 02:25
정말이지 왜 툰자이 선수가 선발이 아니고 알리아디에르 선수가 선발인지..(제가 보로 경기를 즐겨 보지 않으니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지금 뉴캐슬 경기 보면서 3시 반에 있을 밀란 경기 기다리는 중인데 이 경기도 골이 안나네요.ㅜㅜ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4/13 13:19
GrayFlower: 개인적으로는 알리아디에르, 지난번 리버풀전에서 마스체라노 뺨 때리는 거 보고 이제 유망주 취급도 안 하기로 했습니다. 흥분해서 때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마스체라노가 건드리자마자 그대로 뺨을 한대 쳐올리더니 퇴장 당해도 당당하다는 듯이 버티는 건 정말 기본적인 됨됨이가 없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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