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UCL Semifinal: ManU vs Barca by Lucypel

잉글랜드에서 가장 빠르고 강인한 축구를 하는 클럽과
스페인에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클럽의 대결.
포르투갈의 폭발적인 테크니션과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마라도나의 대결.
이 대결은 유나이티드와 호날두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과연 "제2의 마라도나" 메시의 경기력은 명불허전이었다.
특별한 발재간 없이 그저 완급 조절만으로도 수비 서넛은 가볍게 제치는 심리전과
한번 터지면 순식간에 질주해나가는 폭발적인 질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슬슬 "제2의 마라도나"가 아닌 "제1의 메시"로 불리워도 괜찮을 정도로,
게다가 아직 어린 나이를 생각한다면 정말 무서운 선수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시가 호날두를 완전히 압도했다고 볼 수는 없다.
유럽에서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프리미어십의 일정과 잉글랜드의 날씨를
이번 시즌 내내 풀타임으로 소화한 호날두의 체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고,
반면 메시는 부상으로 따뜻한 스페인에서의 휴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또한 메시가 에브라를 괴롭힌만큼 호날두도 잠브로타를 괴롭혔다는 걸 생각한다면
오늘의 승자는 메시지만 호날두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지 않은가.
호나우딩요의 사실상의 클럽 이탈과 앙리의 계속되는 침체에
에투마저 무기력해지는 최근의 바르샤는 더이상 날카롭지 못했다.
메시는 홀로 고군분투 했지만 그의 공을 받아 공격을 도울 선수가 없었는데,
아직 어린 이니에스타와 보얀은 좋은 기회를 몇차례 잡아보지도 못했으며
부진한 에투와 앙리는 그저 쓸쓸히 메시를 돋보이게 만들어주었을 뿐이었다.
데쿠만이 간간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반 데 사르를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그 역시 메시의 수준에 따라붙는 정도라고 생각되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유나이티드의 축구는 호날두에게만 의존하지 않았다.
호날두-테베즈-박지성-나니를 출격시킨 퍼거슨 감독의 유나이티드는
특유의 스위칭으로 누 캄프에서와는 달리 바르샤의 수비진을 잔뜩 흔들어놓았다.
수비 진영까지 깊게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고 공격에 임하는 테베즈와
최전방에 포진했지만 좌우 측면으로 돌아나갈 때 움직임이 좋은 호날두,
그리고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 박지성이 더해지면서
호날두가 메시만 못해도 유나이티드는 바르샤보다 앞서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특히 박지성-에브라로 이어지는 왼쪽 측면에 호날두가 가담할 때의 공격이 좋았다.
최근 눈에 띄게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캐릭이 뒤를 단단히 막아줌에 따라
메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에브라와 박지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여기에 호날두가 왼쪽 측면으로 돌아나오면서 박지성이 가운데로 파고드는
전형적인 유나이티드의 공격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좋은 기회들을 다수 만든 것이다.
호날두의 패스를 그대로 연결한 박지성의 슈팅이나 나니가 헤딩한 박지성의 크로스,
그리고 스콜스의 결승골 역시 호날두의 좌측 돌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이 왼쪽 측면은 수비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로 메시가 이쪽을 통해 공격 작업을 전개하면서 수비 부담이 상당했지만
박지성이 뚫리면 에브라가, 에브라가 뚫리면 박지성이 지켜주며 버텨냈고,
두 명이 모두 뚫리더라도 캐릭, 스콜스, 브라운이 겹겹이 수비에 가담했다.
안그래도 부진한 에투가 퍼디낸드에게 꽁꽁 묶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메시까지 이렇게 차단당하면서 바르샤의 창끝은 무디어진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점유율과 더 많은 패스와 더 많은 슈팅을 가져간 바르샤였지만
한번의 기회를 골로 바꾸어내는 결정력에서의 패배로 경기를 내어준 꼴이 되었다.
반면 공수의 핵심인 루니와 비디치가 결장했음에도 팀의 응집력을 잃지 않은 유나이티드는
9년만에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번 시즌 유나이티드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에 하나는
소위 팀 케미스트리라고 부르는 부분의 유지가 아닐까 싶다.
이 팀 케미스트리라는 것은 선수간의 화합과 단결, 협동을 의미하는데
드록바와 발락이 언쟁을 벌인 첼시나 아데바요르와 벤트너가 충돌한 아스날,
그리고 호나우딩요의 이적 파문으로 공격력이 무디어진 바르샤에 비해서
다소 부진한 최근에도 응집력있는 행보를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점이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 때문인지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스쿼드 때문인지,
아니면 불같은 성격과 물같은 성격이 어우러진 선수들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이번 시즌의 남은 목표인 더블 달성에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누 캄프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결승 진출에 다소 흔들림이 있었던 유나이티드는
시즌 도중 부상 공백으로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던 선수들이,
예를 들자면 박지성과 스콜스, 메시 등이 대거 활약한 경기에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며 결국 바르샤를 제압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프리미어십 클럽간의 대결로 결정되었고
레이카르트 감독의 바르샤는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부터 강력하게 해임설이 나돌 레이카르트 감독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리버풀이든 첼시든 모스크바에서 만날 상대를 뿌리칠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계속해서 골을 넣어 승리하는 것 뿐이다.


덧.
경기 중간 중간에 잡아준 카메라의 앵글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지만
과연 그 각도는 어디서 잡아주는 것인지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뉴 웸블리라면 거대 구조물에서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올드 트래포트는 분명 하늘이 훤히 보이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거 참 즐거우면서도 아리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덧2.
지난 첼시전에서 드록바의 니킥에 비디치가 KO당한 이후,
오늘은 에브라가 하이킥을 관자놀이 쪽에 맞고 실려나가고 말았다.
유나이티드는 격투기 클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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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ataman 2008/04/30 06:53 # 답글

    메시의 발재간이라면 박스 우측에서 스콜스를 제끼는 장면에서 전율이 느껴졌죠. 물론 그 뿐이었습니다 (...)

    공중 카메라는 루프에서 공중에 케이블로 망을 짜서 매다는 식으로 보였습니다. 기발하더군요.
  • 바죠 2008/04/30 09:32 # 답글

    경기중 자기팀 선수들 사이의 언쟁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부분은 감독이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를 노출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감독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GrayFlower 2008/04/30 10:14 # 답글

    메시 선수를 제외한 바르싸의 나머지 선수들이 다소 부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홈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것 같습니다.
  • Lucypel 2008/04/30 11:02 # 답글

    Dataman: 뭐, 수 차례 있었죠. (먼산) 카메라는 그런 식의 아이디어였군요. 신기해요. :)

    바죠: 뭐, 사실 절대 없을 수는 또 없는 일이기도 하지요. 사람 사는 곳에서는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걸 얼마나 잘 해결해 나가는지가 감독의 역량이기는 하겠습니다만. :)

    GrayFlower: 누 캄프 원정은 수비만 했었다면, 이번 경기는 공수 밸런스가 좋았죠. 소수로도 강하게 압박하는 맨유의 역습도 살아났구요. 어쨌든 이겨서 좋습니다. :)
  • daflowed 2008/04/30 17:55 # 삭제 답글

    메시는 확실히 확약을 보여줬고, 호날두는 글쎄요.. 체력만으로 돌리기엔 조금 답답했죠..
    지금으로서는 약점으로 유일하게 부각되는 부분인 강팀앞에서 (특히 대인방어가 뛰어난 수비수가 있는) 제 활약을 펼치지 못 한다는 점을 끊어내지는 못 한것 같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호날두 보다는 나니가 복귀이후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맥끊는 느낌...

    그리고 선수단 관리는 감독의 몫이지요. 퍼거슨을 보면 선수들간의 불화에 대해서 단호한 모습이죠. 사실 맨유도 선수단 내에서 다툼이 없던 편이 아니잖습니까. 로이킨의 발언이나 호날두와 반니와의 다툼이라든가요. 로이킨과 반니 모두 어찌되었건 팀에서 나가게되었고 퍼거슨경은 칸토나나 호날두와 같이 편을 들 경우에는 확실히 편을 들고 아니라고 생각되면 주저없이 내치는 편이죠.

    전술등의 면에서는 뭐 두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만은 선수단 관리면에서도 퍼거슨경은 대단한 감독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요
  • keropark 2008/04/30 20:53 # 답글

    해설자가 에어캠인가 뭔가 설치했다고 하더군요 ㅎㅎ 정말 메시는 대단했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라는... 호날두라는 유럽 최고급의 미끼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맨유가 살 길 아닌가 싶습니다. 호날두야 조금만 방심하면 골을 넣어버리니 안 물수가 없는 미끼네요 ㅎㅎ

    퍼거슨의 대단함은 전술이나 그런게 아니지요(사실 전술은 요즘 퀘코치가 짠다는...)

    각양각색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팀' 중심의 규율과 그걸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해 지켜나간다는 점... 그리고 그걸 20년 넘게 한 팀에서 해왔다는 점이라 생각되네요 ㅎ
  • Lucypel 2008/04/30 21:01 # 답글

    daflowed: 나니야 뭐, 그저 기다려야겠지요. (먼산) 선수단 관리에 있어서는, 과거의 분쟁도 단호하게 처리한다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keropark: 안 물 수가 없는 미끼라는 점이 참 와닿습니다. (...)
  • 아이리스 2008/04/30 21:41 # 답글

    역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죠. 정말 흔치않은 감독입니다;;
  • Lucypel 2008/05/01 06:15 # 답글

    아이리스: 이렇게 오래 해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섭지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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