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A Cup Final: CadC vs Por

FA컵의 마법이 잉글랜드에서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지배했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내려다보는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 서있는 이상
더이상 포츠머스와 카디프 시티의 선수들은 프리미어십과 챔피언십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11명의 축구 선수로서 순수하게 승리를 열망했고
그것이 환상적인 FA컵의 마법을 만들어내었다.

마법이 마술과 다른 점은 그것이 속임수가 아니라 진실된 힘이라는 점이다.
챔피언십의 중위권 클럽인 카디프 시티는 마법에 휩쌓여 결승에 진출했고,
그것은 곧장 포츠머스를 상대로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는 실력으로 이어졌다.

조 레들리와 피터 휘팅엄의 좌우 날개는 시종일관 양질의 크로스를 만들어냈고,
떠오르는 웨일즈의 신성 애런 램지도 교체 투입되어 좋은 패스를 찔러주었다.
왕년의 스타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가 이끄는 공격진은 열심히 뛰어다녔고
세트피스 상황마다 공격에 가담한 로저 존슨과 글렌 루벤스의 센터백 조합은
양질의 크로스에 어떻게든 머리를 갖다 대며 공격의 중요한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포츠머스의 공격은 카디프 시티에 비해서 무디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명색이 프리미어십의 중상위권 클럽인 포츠머스가 챔피언십의 중위권 클럽에 밀리다니,
물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소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리미어십에서 가장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가장 지루한 축구를 하는 폼페이는
마치 6라운드에서 유나이티드를 상대할 때처럼 그저 수비에 집중하고 단조롭게 공격했다.
니코 크란차르와 라사나 디아라는 카디프 시티의 미드필더에 비해 충분히 능력이 있었지만
그들의 개인 전술은 번번히 가로막히며 공격의 흐름을 끊어놓기 일쑤였다.
나이지리아의 영웅 카누가 최전방에서 움직이는 듯 했지만 그닥 보이지 않았고,
그저 득점 장면에서만 과거의 영광을 조금 더 연장해 놓은 듯 했을 뿐이었다.

양팀의 수비적인 미드필더인 페드로 멘데스와 개빈 폴 라가 모두 맹활약한 가운데
최전방에 고립된 카누와 개인 전술에 의존하는 크란챠르, 디아라의 포츠머스보다는
넓게 움직이는 하셀바잉크와 폴 페리의 카디프 시티가 좀 더 좋은 공격을 보여주었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카디프 시티의 공격 전술에 포츠머스가 무척 강했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포츠머스는 프리미어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강인한 피지컬을 자랑하고,
그러한 피지컬은 공중볼 다툼에서 데이빗 제임스와 더불어 커다란 유리함을 만들어낸다.
카디프 시티의 존슨과 루벤스는 상당히 좋은 수준의 제공 장악력을 갖고 있었지만
솔 캠벨과 실뱅 디스탕, 그리고 제임스의 손을 뛰어넘기에는 아주 조금 부족했다.

결국 더 많은 태클을 시도하고 더 많은 파울을 당했으며 더 많은 코너킥을 찼던,
그리고 더 많은 슈팅을 날렸던 카디프 시티의 마법은 아주 조금 모자랐기에
해리 래드냅의 포츠머스는 카누가 우겨 넣은 행운의 득점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27번째 FA컵의 주인공이자 다음 시즌 UEFA컵 진출팀으로 폼페이가 결정되는 순간
검은 져지를 입은 카디프 시티의 선수들은 피치 위에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오랫만에 프리미어십의 빅4 이외의 클럽이 우승한 이번 시즌의 FA컵은
역시 오랫만에 그 마법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흥미로운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리버풀과 첼시를 연이어 꺾었던 반슬리의 활약은 그야말로 기적의 수준이었고
챔피언십 클럽이 셋이나 포함된 4강의 대진은 클럽 양극화를 멋지게 비웃어주었다.
마지막까지 UEFA컵 진출권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카디프 시티의 결승 진출까지,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보기 힘든 멋진 시즌이 아니었을까 싶은 이번 시즌이었다.

웸블리에서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멋지게 만들어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있기에, 다음 시즌까지 또다시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덧. 포츠머스, 커뮤니티 실드에서 보자. (..)

by Lucypel | 2008/05/18 01:49 | Review: EPL/FA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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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iceRoy at 2008/05/18 03:35
커...커뮤니티 실드!!!
Commented by 홍돈 at 2008/05/18 11:33
빅4가 먹어주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빅4가 아닌 두 팀이 결승전에 올라오다니..
그것도 2부 팀이 1부팀들과 아주 대등한 승부들을 펼쳐내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뭐 카디프 뿐만 아니라 WBA나 반슬리도 그랬지만요.(어쩌면 반슬리가 더 ㅎㄷㄷ)

어제 사실 카누는 몇골 더 넣어도 되지 않나 싶었어요. 아주 세세한 오프사이드도 잡히고
운이 좀 없었다봤는데 그래도 그 골은 우겨넣어서 다행.ㅎ 그전에
우타카의 슈팅 코스가 딱 좋았지요. 골키퍼로선 아주 애매한 코스ㅎ.
물론 카누의 위치선정 또한 좋았습니다,

여하튼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좋은 리뷰이기도 하고요.ㅎ오랜만에 Lucypel님 리뷰를 보니
아주 기분이 상쾌해지는군요!

그나저나 이대로 평준화 비슷하게 진행된다면 내년 EPL은 누가 우승할 지 예측불가능...
원체 제 예측은 다 빗나가는 수준이지만서도...ㅎㅎ
Commented by 朝霧達哉 at 2008/05/18 12:06
그러고보니 커뮤니티 실드가 있었군요...
커뮤니티 실드에서 빅4 이외의 팀을 보게될 줄이야...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5/18 12:35
ViceRoy: 커뮤니티 실드! 입니다. :)

홍돈: 내년에도 유나이티드 갑니다! 트레블 10주년 기념으로 쿼드레블! (...) 여튼 마지막까지 카디프가 이기길 바랬는데, 결국 패배해서 좀 아쉽습니다.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포츠머스를 꽤 싫어하게 될 듯 하네요. (<-유나이티드를 이겼다는 이유 뿐?) 어쨌든 언제나 과한 칭찬에는 언제나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朝霧達哉: 어쨌든 격파하면 되는 일입니다. (훗)
Commented by Cronaldos at 2008/06/13 21:19
님은 그정도로 약과임....ㅠㅠ...저는 다 싫어합니다....전 어쩔.....ㅠㅠ..... 아무리 EPL이든 해외리그든 빅팀(빅클럽,명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분노의 게이지 상승 !!!.....=ㅅ=;;.... 해외팀 중 특히.....세리에A의 빅2는 .....그 중 맨유가 로마한테 진건아니지만 계속 만나는 거 자체가 실흠...OTL...."유나이티드를 이겼다는 그 이유" 라는 말에.....전 관용(배려)미가 부족한가봅니다...O<-<....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3 22:58
그렇다고 너무 싫어하시면 안 됩니다. (웃음)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5/18 12:45
루시펠님 축구 포스팅 오랜만이네.. 라는 느낌이^^; 역시 리그가 끝나니 조금 한산해지는 느낌입니다.(오늘 저녁 밀란 경기, 주중에 챔스 결승이면 이번 시즌도 완전히 종료네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5/18 16:43
GrayFlower: 덕분에 학기의 분주함과 더해 블로그가 방치되고 있지요. (....) 그나저나 밀란 경기는 보고 싶었는데 생중계를 안해주더라구요. 대신 로마와 인테르 경기를 동시에 보려고 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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