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ProLeague: T1 vs Fox

진작에 이랬어야지! 하는 생각만 떠오른다.
개인전이면 개인전, 팀플이면 팀플,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던,
아니 오히려 그 어떤 팀보다 강력한 기세를 뽐내던 티원의 경기력이
이제서야 한 절반 정도 돌아온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오늘 경기의 시작은 상당히 삐걱거렸다.
안드로메다에서 최근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세정을 상대한 정명훈은
원팩 원스타 작전으로 마인업 벌쳐를 프로토스 본진에 드랍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차분하게 옵드라 체제를 구축한 프로토스에게 드랍은 거의 무위로 돌아갔고,
끊임없이 찌르며 앞마당을 가져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를 뒤집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굳건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정명훈이 도박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은 괜찮았지만
완벽하게 다듬어진 전략이라는 생각도, 깔끔한 전략의 수행도 보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폭풍처럼 휘몰아쳐서 프로토스의 견제를 차단하고 프로브를 타격한 것도 괜찮았지만
어렵사리 모은 지상 병력을 지나치게 급진적인 운용으로 일거에 손실한 것은 더욱 아쉬웠다.

그래도 도재욱이 있음에 요즘의 티원은 연승을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후기 리그에서 프로토스전에서의 막강함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도재욱은
다시 한번 프로토스를 상대하면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물량으로 승리를 챙겼다.
무엇보다 다크의 견제가 그닥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몰래 멀티를 가져갔고
그 자원을 바탕으로 특유의 빠른 회전력을 과시한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그러한 도재욱의 뒤에는 윤종민-권오혁의 팀플이 있었다.
한니발에서 빠른 커세어를 준비하는 듯 했던 권오혁이 내민 비장의 카드는 다크 아칸.
상대의 뮤탈을 순식간에 마엘스트롬으로 붙잡고 아칸으로 타격해버린 권오혁은
발업 질럿과 아군 저그의 병력을 합쳐 상대 프로토스 병력마저 궤멸시켰다.
준비된 테크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쉽게 패배할 수 있는 팀플 경기에서
빌드를 한번 꼬아 다른 테크로 큰 성과를 거두는 전략은 무척 훌륭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화룡점정을 찍는 듯한 최고 수준의 테테전.
사막의 여우, 박성균의 테란전은 최근 정평이 나있는 수준이고
이에 맞선 전상욱이 환상적이고 과감한 상황 판단으로 경기를 뒤집어
최근 연이어 만들어지는 멋진 테테전의 시류에 한 경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똑같이 노배럭 더블 커맨드로 시작한 두 선수의 빌드는
스타팅 포인트의 배치 상 박성균이 드랍십을 쓰기에 좀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
박성균은 이점을 노려 날카롭게 두번째 확장을 찔러들어왔고, 앞마당까지 타격했다.
이 순간 전상욱은 자신의 병력을 모두 이끌고 도리어 박성균의 본진을 점령,
단 한순간의 공격적인 상황 판단으로 경기를 자신의 승리로 바꾸어놓았다.
비슷한 상황에서 단 일합의 승부로 결판을 짓는 수준 높은 경기.

이로써 5연승을 달성한 티원은 매직엔스와 함께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오늘 오즈가 패배했다면 정말 오랫만에 티원과 매직엔스가 공동 1위에 올랐겠지만,
그러한 기쁨은 다음 경기로 조금만 미루어두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 미룸은 아주 조금까지만 이해해 줄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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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5/18 16:35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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