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EVER SL 2008 16강: Day 5

드디어 시작된 마지막 경기.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올라간다.
2주차까지 8강 진출자가 박성준 하나 밖에 결정되지 않았기에
오늘과 모레의 경기는 그야말로 많은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1경기. 이영호 vs 염보성. 안드로메다.

이영호의 사기적인 유연함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경기.
염보성의 날카로운 벙커링으로 앞마당이 취소되고 입구가 조여졌을 때,
그리고 가까스로 살아나온 벌쳐가 사실상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잡혔을 때,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염보성이 상당한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탱크 하나와 골리앗 둘을 내주며 탱크 다섯과 머린 넷을 잡아낸 이영호는
염보성 정도는 다 내려보고 있다는 듯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3승째를 따냈다.

무엇보다 이영호의 무서운 점은 위기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유연하다는 점.
앞마당을 방해당하면 곧장 그에 대응하는 다음 선택지를 제대로 골라내고
자원을 먼저 먹은 상대의 드랍십을 정확히 예측해서 미리 대비해 버린다.
일단 한번이라도 이익을 챙기게 되면 그것을 절대 돌려주지 않는 착실함과
맵 전체에 뿌려놓는 일꾼을 통한 완벽한 정찰의 꼼꼼함까지 더해져 버리면
최근 막강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이영호가 탄생하는 것이다.

2경기. 도재욱 vs 허영무. 화랑도.

김택용의 티원 이적으로 가장 득을 본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도재욱이다.
압도적인 물량에 비해 전략적인 부분이 부족해 보였던 도재욱이
김택용의 이적 이후, 비록 그것이 주된 이유는 아니라도, 전략도 강해졌다.
오늘처럼 완벽에 가까운 다크 찌르기가 경기를 한순간에 뒤바꿀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특유의 어마어마한 회전력을 바탕으로 한 쉴새없는 물량전이 이어진다.

허영무로서는 똑같이 물량전으로 가면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무난한 선택인 드래군 이후의 옵져버 선택은 조금 아쉬운 측면이었다.
리버 둘을 대동한 병력이 상대 앞마당을 조인 상황에서도 다크에 쉽게 찔렸고
그것에 또 금방 휘둘리며 병력을 모두 회군시킨 것은 두고 두고 아쉬울 것이다.

3경기. 박찬수 vs 윤종민. 트로이.

박성준의 8강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승자가 8강에 진출하는 이 경기에서
윤종민은 어제의 팀플 경기에서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의 부적응을 드러내며
박찬수의 센스에 휘말려 쉽사리 경기를 내어주고 마는 한심함을 보였다.
해처리가 빨랐다면 당연하게 저글링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고,
상대 저글링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하게 수비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상대의 첫 저글링에 피해를 입었고, 상대의 입구는 스스로 파괴해 주었다.
원해처리 빠른 테크를 타고 있는 저그는 굳이 입구가 막혀도 손해볼 것이 없고
도리어 뮤탈을 빨리 뽑음으로써 더 좋은 경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자명하다.

운영형 저그라고 불리우는 윤종민의 문제는 바로 그 점이다.
운영에 자신이 있다는 것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후반 운영을 익혔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장 특별한 상황에서의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의 반증이다.
물론 운영형 선수 가운데에도 기지 넘치는 판단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윤종민은 그런 판단력까지 겸비하고 있지는 못한 듯 하다.

4경기. 박영민 vs 박성균. 오델로.

네명이 모두 1승 1패로 동률을 기록하여 마지막 경기에 승자가 8강에 진출하는 D조에서
역시 가장 앞서나간다고 생각되었던 선수는 누가 뭐래도 박성균이 아니었을까 싶다.
최근 이영호와 더불어 압도적인 테란의 선두 주자로서 프로리그에서 맹활약하는 그가
다소 주춤한 엔투스의 박영민을 상대로 쉽게 패배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단 한 순간의 실수는 박성균에게 초라한 패배의 그림자를 덧씌웠다.
기습적인 다크 드랍에 거의 경기가 끝날 뻔 했던 상황을 잔 견뎌냈던 박성균은
벌쳐 찌르기가 날카롭게 통하여 박영민 본진의 일꾼을 타격하는 데 성공하자
이상한 병력 구성으로 탱크 소수만 이끌고 프로토스의 앞마당으로 진격했다.
하지만 이미 지상 병력이 한부대 이상 보유된 프로토스에게 탱크 다섯은 그저 먹이감.
이후로는 분전했지만 이미 벌어질대로 벌어진 차이를 도무지 메꿀 수 없었다.

이영호가 초반 실점에도 완벽하리만치 유연한 운영으로 경기를 되찾는 반면
박성균은 특유의 단단함이 한번 갈라지면 도무지 되찾기 어려워하는 듯 하다.
최근 맹렬한 기세로 승수를 쌓아나가고 있는 두 테란의 성향이 이렇게 다르고
또 그 다른 성향이 이렇게 승패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박성균도 상당히 힘들 듯.

어쨌든 이로써 8강 진출자 네명이 추가적으로 선발되었다.
3승을 찍은 A조의 이영호와 B조의 도재욱은 당연히 조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윤종민을 잡은 박찬수가 C조 2위로, 박영민 역시 순위는 미확정이지만 8강에 진출했다.
반면 패배한 윤종민과 박성균은 탈락이 확정되며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염보성과 허영무는 잘해야 패자 재경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허영무는 패자 재경기를 치루게 될 경우 송병구, 이윤열과 함께
한장 남은 8강 티켓을 가지고 경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팀킬의 고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건 세명의 진출자 뿐.
D조에서는 김택용와 손찬웅의 승자가 진출하는 것으로 확정되어 있고,
A조와 B조는 김준영과 송병구가 승리를 거둘 경우 패자 재경기가 펼쳐진다.
과연 남은 세자리를 채우는 것은 어떤 선수들이 될 것이며,
또 8강의 토너먼트는 어떤 대진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인가.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Lucypel | 2008/05/28 23:22 | Review: SL/MSL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FSHE.egloos.com/tb/173976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