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uro 2008: Czech vs Portugal

이미 1승씩을 거둔 체코와 포르투갈의 대결은 사실상 A조의 1위 결정전이었다.
체흐가 이끄는 체코의 수비진과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의 공격진이 치른 공방에서
최종적인 승자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호날두였다.

경기는 포르투갈이 일찌감치 선제골을 터트리며 쉽게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터키전 후반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던 호날두가 좌측과 중앙을 휘저었고
중앙에서 데쿠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체코의 수비진을 무너뜨린 것이다.
정면에서 짧은 패스로 돌아들어온 호날두의 슈팅은 체흐가 막아낼 수 있었지만
결국 두번이나 우겨넣은 데쿠의 슈팅까지 모두 막아내기에 체흐는 한명이었다.

하지만 체코는 지난 경기에서처럼 무기력한 경기력만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 첫번째 실점이 방아쇠가 된 듯 점차 상태가 좋아지는 느낌을 주면서,
실점으로부터 10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따라붙어온 것이다.

코너킥 상황에서 시옹코가 멋진 헤딩으로 득점에 성공한 이후에는 체코의 분위기가 되었다.
갈라섹과 폴락은 중원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포르투갈의 미드필더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콜러 대신 선발 출장한 바로시가 빠르게 움직이며 역습 상황에서도 공을 지켜낼 수 있었다.
여기에 지난 경기에도 맹활약했던 시옹코가 측면에서 페레이라를 공략해 들어오면서
체코의 공격이 시종일관 포르투갈의 골문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미드필더들의 활약 여부에서 갈린 것으로 생각된다.
데쿠가 살아나기는 했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다소 침체된 무팅유의 활약에 비해
갈라섹과 폴락은 중원을 굳건히 지키며 상대 공격의 예봉을 차단해내는 모습이었고,
마테요프스키 역시 바로시와 시옹코의 뒤에서 좋은 패스들을 선보이며 공격을 도왔다.

그러나 포르투갈에는 역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는 터키의 수비에 다소 고전하며 득점에는 실패했던 호날두가
좀 더 몸상태를 끌어올린 오늘 경기에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득점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한박자 빠른 슈팅과 묵직한 무회전 프리킥으로 체흐를 괴롭혔던 호날두는
시망과 보싱와가 만들어내는 오른쪽 공격을 중앙에서 받아내며 슈팅을 날렸고,
뒷공간에서 파고들어 제대로 방향을 바꿔놓은 호날두에게 체흐는 무릎꿇고 말았다.

63분에 터진 호날두의 골 이후는 체코의 막강 공세가 이어졌다.
비록 실점하기는 했지만 전반부터 공격적인 흐름이 상당히 좋았던 체코는
중앙에서의 공격이 가능한 블체크와 콜러를 연이어 투입하며 제공권 장악을 노렸고,
이어서 투입된 야롤림과 시옹코의 좌우 측면 공격과 얀쿨로프스키의 세트피스는
콜러와 바로시를 향해 정확히 날아들며 체코의 파상공세를 이어나가게 했다.

콜러의 투입은 체코에게 있어서 대단히 강력한 공격 방법이 되었다.
정상급 센터백인 페페와 카르발료로도 도무지 막을 방법이 없는 콜러의 제공권은
바로시와 시옹코라는 재빠른 선수들을 좌우로 거느림에 따라 더욱 강력해 보였다.
크로스가 정확하게만 올라온다면 콜러가 공을 따내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었고,
그렇게 돌려준 것을 주위의 포워드들이 슈팅하는 장면만도 수차례나 드러났다.
또한 이렇게 강력한 제공권의 콜러를 막기 위해 포르투갈의 수비가 몰리게 되면
다른 포워드가 자유로운 상태로 공을 잡을 수 있게 된다는 점까지 매우 좋았다.

하지만 경기 막판 체코에게는 다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옹코와 바로시가 연이어 좋은 기회를 잡아 좋은 슈팅을 만들었지만
히카르두 골키퍼의 감각적인 선방에 막히거나 아쉽게 빗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콜러는 직접 2선까지 내려와 프리킥을 얻어내 헤딩 경합에 임하기도 했지만,
결국 운이 따르지 않은 체코에게 더이상의 득점은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전후반 90분이 모두 지나간 상황에서 호날두의 역습은 또다시 빛을 발했다.
체코의 반칙을 지체 없이 전방으로 빠르게 연결하자 호날두는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순간적으로 붕괴된 체코의 오프사이드 트랩은 체흐에게 호날두를 맞닥뜨리게 했다.
이 상황에서 호날두는 침착하게 체흐를 유인한 후 반대쪽의 콰레스마에게 패스,
오늘 경기에서만 1득점 1도움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의 승리를 완벽하게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경기가 된 체코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양팀의 모든 선수들에게 칭찬을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첫경기에서 다소 무기력해 보였던 체코의 경기력이 상당히 살아났는데,
앞서 언급한 미드필더들의 활약과 함께 공격진의 모습도 무척 좋았다.
포르투갈 역시 데쿠와 호날두가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8강 진출까지는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비록 세골이나 실점하기는 했지만 체흐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갈라섹의 압박 속에서도 완연히 살아난 데쿠 덕분에 늘어난 포르투갈의 슈팅들을,
특히 호날두가 보여준 날카로운 슈팅 여럿을 대부분 막아낸 체흐의 분전은
왜 그가 현재 세계 최정상의 골키퍼로 불리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결국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은 사실상 8강 진출을 확정짓게 되었고,
체코는 남은 터키전에서의 승패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보여준 체코의 경기력이라면 첫경기때처럼 걱정스럽지는 않을 듯 하다.
무엇보다 체흐가 건재하고, 시옹코와 바로시의 공격진도 살아나고 있으니 말이다.


Match Centre (from EURO 2008 Official Website)
EURO 2008: Fixtures & Results

by Lucypel | 2008/06/12 03:42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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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맨솔 at 2008/06/12 04:30
상당히 재밌는 경기였어요. 확실히 데쿠와 호날두가 살아나자 상대적으로 빈약한 공격라인이 꽉 채워진다는. 체코로서는 좋은 경기였음에도 한 골이 터지지 않아 아쉬움이 많겠어요 ㅉ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2 11:17
체코는 정말로 골운이 없었죠. 그래도 남은 터키와의 경기를 기대하게는 경기력이었어요. :)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06/12 12:21
역시 슈퍼 데쿠! 아무래도 A조는 포르투갈과 체코가 나란히 8강에 진출할 것으로 보여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2 13:21
흠, 근데 수비 불안이라던가 결정력 부족이라는 글들이 꽤 눈에 띄더라구요. 체흐가 있으니 수비야 어떻게든 된다지만, 바로시의 결정력이 다소 떨어지는 건 확실히 8강 진출에 큰 변수가 될 것 같아요.
Commented by 쩨인 at 2008/06/12 20:31
체흐 칭찬하셨는데 진짜 체흐 아니었으면 한 5점은 실점했을 것 같아요. 체코도, 포르투갈도 정말 경기 재미있게 하더군요. 유로 2008 여태 경기 중에 제일 흥미진진했던 듯 ~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3 12:32
그런 의미에서 오늘 새벽 경기는 꼭 재방이라도 볼 겁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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