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uro 2008: Greece vs Spain

각조에서 1위를 확정지은 팀들이 나름 순항하며 8강을 대비한 최종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 역시 디펜딩 챔피언 그리스의 거센 물결을 뚫고 순항했다.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 네덜란드에게 자극을 받은 스페인은
이니에스타를 제외하면 선발 명단 전원을 교체하는 과감함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변형된 4-4-2의 형태를 띄던 전형마저 완전히 뒤엎은 채
4-1-4-1로 돌아서며 이번 스페인 대표팀 전력의 두터움을 과시했다.

이런 전형의 변화와 선발 명단의 변화에서 가장 빛을 본 선수는 샤비 알론소였다.
4-1-4-1에서 포백 바로 앞의 1의 자리에 서게 된 알론소는 그야말로 제 옷을 입은 듯 해서
적절한 수비 가담과 더불어 팀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며 압도적인 패스를 뿌려댔다.
특히 알론소의 전매특허인 낮고 빠른 장거리 패스는 그야말로 사기적이어서
니코폴리디스 골키퍼를 골포스트와 정면충돌시키는 장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이렇게 알론소를 전술의 핵으로 투입하면서
세나-샤비 조합보다 알론소의 출장이 가질 수 있는 수비적인 문제에 대해서
루벤 데 라 레드를 선발 출장시키며 알론소를 도와 중원을 장악하도록 했다.
앞선의 네명의 미드필더 가운데 가장 뒤에서 움직이며 활약한 데 라 레드는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알론소에게 걸리는 부담을 덜어주었고,
적절한 시기의 문전 쇄도를 통해 구이사의 도움을 받아 동점골도 만들어냈다.

오른쪽의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왼쪽의 이니에스타, 교체 투입된 카솔라까지
알론소의 패스 능력을 활용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미드필더들이 포진하면서
스페인의 공격은 섬세한 짧은 패스와 더불어 재빠른 방향 전환까지 가능해졌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알론소의 패스는 좀 더 빠른 포워드들에게 효과적인데
선발 출장한 구이사는 토레스나 비야에 비해 뒷공간 침투가 무디다는 점이었다.

물론 구이사는 상당히 준수한 활약을 보이며 데 라 레드의 동점골을 도왔고
경기 종료 직전 좋은 피지컬로 그리스의 수비수를 완전히 따돌리고 역전골도 성공시켰다.
하지만 체격이 좋은 그리스의 수비진을 상대로 그런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지는 못했고
라 리가 득점왕이라는 이름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결정력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반면 나바로-후안이토-알비올-아르벨로아로 구성된 스페인의 포백은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제외되었다고 해도 결정적인 약점을 여전히 드러냈다.
스페인 포백의 가장 큰 약점은 높이와 피지컬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인데
그리스에게 내준 선제골 장면도 세트피스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부분은 토니가 건제한 이탈리아와의 8강에서는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이전 두경기에서 지나칠 정도로 수비 위주의 경기를 보이며 실망스러웠던 그리스는
최종전에서야 그들도 공격이라는 것을 할 줄 안다고 말하는 듯 했다.
특히 선발 명단에 새롭게 들어온 양쪽 풀백들은 오버래핑도 감행하며
이전의 풀백들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리스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하리스테아스.
게카스나 사마라스에게 밀려 오른쪽 윙어로 옮겨갔던 그리스의 포워드는
최전방에 나선 이 경기에서 여전히 가장 날카로운 공격수임을 보여주었다.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빠른 발놀림과 간결한 슈팅은 스페인을 괴롭혔고
결국 그리스의 이번 대회 첫 골이자 유일한 득점을 만들어내며 팬들에게 보답했다.

그리스의 선제골 장면은 그야말로 잘 짜여진 세트피스의 교본과도 같았다.
대각선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확히 잘 차올린 카라구니스도 대단했지만
가까운 포스트로 두명, 먼 포스트로 두명이 움직이며 수비수들을 완전히 현혹시켰고
그 사이에 뒤로 돌아온 하리스테아스가 정확하게 헤딩으로 받아넣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대단히 수비 위주의 전술을 선택한 그리스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인 세트피스가
이제서야 득점에 성공한 것은 역시 레하겔 감독의 가장 아쉬운 점일 것이다.

이미 탈락과 진출이 확정된 경기에서 선발 명단을 대거 교체한 스페인은
자칫 패배하며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역전승으로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다.
레이나 골키퍼를 포함하여 아르벨로아, 알론소까지 세명이나 포함된 리버풀 선수들은
아스날의 파브레가스와 함께 라 리가 선수들 못지 않은 기량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3승으로 끌어올려진 분위기와 교체 선수들의 충분한 기량은
8강에서 이탈리아에게 패배하지 않으리라 자신하는 것 같았다.

과연 스페인은 토너먼트에서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토너먼트에만 올라오면 이상하리만치 강해지는 아주리를 맞이하여
무적함대 아르마다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8강에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Match Centre (from EURO 2008 Official Website)
EURO 2008: Fixtures &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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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pel | 2008/06/19 14:48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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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iceRoy at 2008/06/19 15:51
이탈리아가 토너먼트에서 강하다 하더라고 거의 '희대의 막장'이라 불려도 손색없기 때문에 스페인을 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굳이 꺾는 시나리오를 그려보라면 부폰+토니 폭주 시나리오가 있을 법도 한데[웃음]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9 16:03
개인적으로는 로마 미드필더들의 활약이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사실 밀란 미들이 출장하면서 중원에서 기운을 완전히 잃고 패배한 네덜란드전이 최악이었거든요. 데 로시-페로타-아퀼라니가 버텨주면 그나마 나아질지도 모르죠. 게다가 스페인 수비진이 피지컬이 안 좋은 걸 생각하면 토니가 잘 해줄 수도 있구요.

물론 그래봐야 이탈리아 수비진이 토레스-비야에게 털리면 끝장입니다만. (먼산)
Commented by 똘똘이스머프 at 2008/06/20 03:05
아, 이 경기 보면서 리버풀 굳이 알론소를 팔아야할까...싶었습니다-_-
8강전에서도 알레-트레골에 버금가는 영혼의 투톱, 비야-토레스의 활약을 기원합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20 07:17
그러게 말입니다. 베리가 잘한다지만 알론소도 잘하는데요. 아무래도 피파에서 새로 규정한 6+4룰이 좀 영향을 주는 것도 싶습니다. 어쨌든, 비야-토레스는 둘다 해트트릭을... (응?)
Commented by FrontierJ at 2008/06/20 23:01
스페인은 8강올라가면 이상하게 팀이 막장이 되는 스타일이라....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21 00:07
흠, 그야 지켜봐야지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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