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1 GPX: Singapore by Lucypel

역사상 최초로 펼쳐진 인공 조명 아래의 야간 그랑프리의 우승자는
2년 연속 챔피언이자 르노의 극심한 부진 속에 고군분투했던 알론소였다.

세이프티카가 두번이나 들어오며 경기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싱가폴 그랑프리는
분명 페라리의 강세 속에서 시작되어 맥라렌의 해밀튼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폴 포지션을 잡은 마사는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나가며 순식간에 달려나갔고
3번 그리드의 라이코넨은 다소 늦어보이던 스타트 이후의 모습을 떨쳐내고
슬슬 해밀튼과의 격차를 줄이며 해밀튼에게 마사보다 자신을 걱정하게 했다.

하지만 13랩에서 넬슨 피케가 벽에 충돌하는 사고를 내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조명을 환하게 켜놓아서 주행에는 그닥 어려움이 없었던 싱가폴 그랑프리였지만
어쨌거나 야간 주행에서 노면에 흩어져있는 파편들은 대단히 위험할 수 밖에 없었고,
또한 일반 도로를 이용한 서킷인만큼 도로의 폭이 상당히 좁다는 점 역시 위험해서
세이프티카가 상당히 오랫동안 선두의 마사를 선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밀튼과의 차이를 잔뜩 벌려놨었던 마사는 차이가 줄어들어버려서 손해였고
해밀튼을 따라잡던 라이코넨은 역주가 소용없어져서 손해였다.

게다가 페라리에게는 악몽과 같은 사고가 터져버렸다.
세이프티카가 들어가기 전에 피트인하러 마사와 라이코넨이 나란히 들어온 데다가
먼저 들어온 마사의 머신에서 연료 주입 장치가 빠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마사는 그린 라이트를 보고 출발했고 미쳐 빠지지 않은 연료 주입 장치는 부서졌다.
졸지에 길다란 꼬리가 생겨버린 마사는 피트 레인 끝에 다시 멈춰서야만 했고,
쾌조의 경기력으로 1위를 달리던 페라리의 머신은 최하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여기에 피트 레인으로 들어오던 차량과 충돌할 뻔 하면서 드라이브스루 페널티까지,
해밀튼과 불과 1점차였던 마사는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완전히 놓쳤다.

BMW의 로베르토 쿠비챠와 윌리엄스의 니코 로스버그 역시 페널티를 받는 등
완전한 혼돈이었던 첫번째 세이프티카 이후 1위로 나선 것은 페르난도 알론소였다.
첫번째 피트 스탑을 사고가 나기 전인 12랩에 했던 알론소는 다시 들어갈 필요가 없었고
덕분에 다른 머신들이 피트에 들어가는 동안 손쉽게 1위를 차지하며 달려나간 것이다.
경기 초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도망쳤던 마사와 해밀튼, 라이코넨이 이런저런 이유로
줄줄이 순위가 내려앉은 가운데 챔피언 출신의 알론소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싱가폴에서의 알론소는 마치 슈마허를 이겨냈던 시절의 알론소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돈된 이후 2위로 따라붙은 로스버그와의 격차를 계속 벌리며
자신의 안정적인 경기력과 르노의 머신이 경쟁력이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아드리안 주틸의 사고로 인한 두번째 세이프티카 상황에서도
열심히 벌려놓은 차이가 순식간에 따라잡히며 로스버그와 해밀튼의 압박을 당했지만,
세이프티카가 들어가기 전에 노련한 움직임으로 2위 이하의 머신들을 잘 늦춰놓은 다음
자신은 단숨에 뛰쳐나가며 서너랩만에 5초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우승을 확고히 했다.

재미있는 점 한 가지는 두번째 세이프티카가 들어오게 된 주틸의 사고 상황.
원스탑 전략을 사용했던 트룰리가 머신 트러블로 슬로우 다운한 상황에서
후미의 쿠비챠와 마사가 주행하다가 트룰리를 만난 것은 상당히 위험했고,
덕분에 마사는 스핀하며 벽과 살짝 충돌하며 잠시 멈춰버리고 말았다.
마사는 다행히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곧장 레이스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좁은 코너에서 다시 출발하려는 마사를 발견한 주틸은 미처 침착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마사가 충돌했던 바로 그 벽에 충돌하며 완전히 리타이어해버리고 만 것이다.
트룰리의 머신 트러블이 마사의 스핀으로, 그리고 주틸의 리타이어로 이어진 것은
이후에 닥쳐올 페라리의 재앙에도 불구하고 실소를 머금게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페라리에게, 그리고 페라리의 팬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들이닥쳤다.
첫번째 세이프티카로 10권 밖으로 밀려났던 라이코넨이 또다시 역주하며,
두번째 스프린트를 길게 가져가며 앞선 머신들과의 격차를 계속 줄여내며
두번째 스탑과 두번째 세이프티카 이후에 5위까지 따라붙은 것은 인상적이었다.
도망친 알론소의 뒤에는 2위 로스버그와 3위 해밀튼이 경쟁 중이었고
4위인 글록만 추월한다면 다시금 해밀튼을 압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7랩에서 글록을 따라가던 라이코넨의 머신은 균형을 잃었고
다시금 좁은 서킷의 벽에 충돌하며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은 마사와 아예 리타이어해버린 라이코넨.
마사가 해밀튼에게 1점차로 따라붙으며 기세를 올렸던 페라리가
사상 최초의 야간 그랑프리에서 참혹한 재앙을 맞이하며 무너져내렸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포디움에 안착한 해밀튼은 6점을 획득하며
마사와의 차이를 7점까지 벌리며 자신의 첫번째 챔피언십을 향해 순항했다.

그리고 역시 특기할만한 점은 페르난도 알론소와 르노의 시즌 첫승.
지난 시즌 해밀튼과 함께 맥라렌에서 최종전까지 챔피언십을 다퉜던 알론소가
이번 시즌 친정팀 르노로 복귀하며 다소, 아니 많이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싱가폴 그랑프리에서의 행운이 더해진 완벽한 경기력의 승리는 전환점이 될 듯 하다.
물론 이번 시즌의 챔피언에 도전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늦어버리기는 했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알론소의 역주는 팬들에게 기쁜 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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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별빛수정 2008/11/02 15:08 # 답글

    비제이 말리야 아저씨가 페라리를 갈아마시려고 할지도요...-_-
  • Lucypel 2008/11/02 15:23 #

    에이, 설마요. (웃음) 그건 다 트룰리 때문이었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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