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8R: Asnl vs Liv by Lucypel

이번 시즌 프리미어십의 향방은 정말 쉽게 확언할 수 없을 듯 하고,
게다가 그 최종 승자의 승점은 꽤나 낮을 전망이다.

어떻게든 승점을 챙겨냄과 동시에 경쟁자들의 승점 손실이라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드디어 프리미어십 선두 자리를 장기 유지하고 있는 리버풀의 에미레이트 원정은
최근 극도로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4위 자리마저 빌라에게 내준 아스날을 상대하기에
아무리 토레스가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반을 지배한 것은, 적어도 킨의 동점골 이전까지를 지배한 것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맹수의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아스날이었다.
파브레가스를 상당히 뒤로 내리고 송을 전진시킨 형태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에
아데바요르와 반 페르시가 끊임없이 2선으로 내려와 중원 힘싸움에 가담한 아스날은
마스체라노라는 걸출한 홀딩 미드필더가 빠진 리버풀의 중원을 강력하게 압박했고,
갈라스와 주루의 센터백 조합까지 잔뜩 전진하여 공수 간격을 극히 좁힌 공간 활용은
리버풀의 핵심인 제라드마저 잠식해 들어가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끈 것이다.

물론 루카스와 알론소가 자리한 리버풀의 중원이 밀려나기는 했어도 뚫리지는 않았고
캐러거와 아게르의 센터백 역시 피지컬과 속도 양면에서 아스날에게 밀리지 않으면서
쉽게 실점하며 아스날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어주는 상황을 맞이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압박하는 어린 거너스에게
중원을 완전히 내어준 리버풀의 공격은 제대로 전개되는 것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상황에서 터진 반 페르시의 선제골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들끓게 했다.
전반 24분 나스리의 멋진 패스를 받은 반 페르시는 놓치지 않고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고
이미 상대를 놓쳐버린 아게르 대신 캐러거가 따라붙었지만 많이 늦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반 페르시의 왼발 각도를 줄인 캐러거였지만 반 페르시의 오른발도 나쁘지 않았고
한쪽을 포기하지 못한 채 골문 가운데를 지킨 레이나 골키퍼의 왼쪽 틈은 너무 넓었다.
결국 반 페르시가 킥오프와 함께 타올랐던 아스날의 집중력을 팬들의 환호로 이어내며
베니테즈 감독마저 자리를 비운 리버풀을 더욱더 조급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만약 전반이 반 페르시의 선제골만으로 마무리되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에는 언제라도 개인 능력으로 득점할 수 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이 있었고,
수비 라인까지 잔뜩 끌어올린 아스날의 뒷공간은 센터백들이 따라붙기에는 너무 넓었다.
전반 42분 수비 진영에서의 혼전 상황에서 멀리 걷어낸 공을 따라들어간 로비 킨은
주루라는 다소 서툰 센터백의 수비를 가뿐히 제쳐내며 순식간에 골문 앞에 도착했고
떨어지는 공을 하프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알무니아 골키퍼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공격 방법을 단조로운 측면 공격에서 뒷공간을 노린 긴 패스로 전환한 리버풀이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은 분위기 반전에 정말 큰 요소였다.

아스날이 전반 대부분의 시간을 지배하며 선제골까지 만들어냈지만
리버풀이 전반 종료 직전에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하프 타임을 맞이했다면,
축구팬이라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후반 초반의 분위기는 리버풀이 가져갈 수 있었다.
물론 단순히 리버풀이 분위기를 가져갔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팽팽했지만
아스날의 뒷공간을 노릴 수 있게 된 리버풀이 전반 초반보다 경기를 쉽게 풀어간 것은
굳이 아스날에 몰아닥친 악재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보인다.

게다가 아스날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악재가 두가지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전반 종료 직전 알론소와 충돌했던 파브레가스가 발목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에
후반 시작과 함께 디아비를 투입해야만 했던 것은 그 첫번째 악재였다.
플라미니의 이적 이후에도 홀로 아스날의 중원을 지키며 공격을 이끌었던 새 주장은
왼쪽의 나스리가 오른쪽으로 이동해서도 훌륭한 경기력으로 공격에서 활약해주고
최근 많이 성장한 데니우손과 송이 중앙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준다 하더라도
그 공백이 쉽게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커다란 존재감을 이미 갖고 있었다.

파브레가스의 부재가 더이상 중원에서의 원활한 패스 공급을 차단한 상황에서
후반 62분 꺼내진 아데바요르의 두번째 경고는 아스날에게 더욱 치명적이었다.
이미 전반 38분 첫번째 경고를 받았던 아데바요르는 공격 진영에서의 몸싸움에서
먼저 엉덩이와 허리를 집어넣은 다음 팔까지 들어 자신의 커다란 체격을 과시했고
불운하게도 그의 팔꿈치가 아르벨로아의 얼굴과 충돌하며 두번째 경고를 받게 되었다.
물론 그러한 몸싸움에서의 충돌이 언제나 경고를 받았던 수준의 반칙은 아니고
두번째 경고라는 점에서 좀 더 상황에 연관된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아데바요르의 팔꿈치는 아르벨로아의 얼굴에 맞았고, 퇴장당했다.

선제골을 넣었지만 전반이 지나기 전에 동점골을 허용해버린 어린 선수들에게
공격의 핵심이자 팀의 주장이 부상으로 교체되고 스트라이커가 퇴장당한 것은
더이상 경기를 긍정적으로만 이끌어갈 수는 없는 상황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이후의 아스날의 경기 흐름은 그 정도로 부정적인 느낌만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느낌이야 어쨌든 실질적으로 아스날이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모습은 하나 뿐이었다.
일단 수비한 후에 반 페르시를 정점으로 하는 긴 패스에 의존한 역습 형태.
그리고 그러한 것을 수비하는 데에 캐러거라는 센터백은 너무나 익숙했다.

도리어 문제가 된 것은 아데바요르의 퇴장 이후 거칠어진 경기 흐름이었다.
양팀의 선수들은 차츰 고조된 감정 덕분에 보다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더욱 위험한 태클과 반칙, 그리고 연이은 경고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전반 20분 로비 킨의 경고와 전반 38분, 후반 62분 아데바요르의 경고에 이어
후반 66분의 반 페르시와 70분의 사냐가 경고를 받으며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후반 72분의 캐러거와 81분 루카스도 경고를 받으며 더욱 격해지고 말았다.
다행히 더이상의 퇴장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흉폭해진 경기 내용은
아스날과 리버풀에게 더이상 승점 3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스날과 리버풀로서는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오랫만에 멋진 선제골로 분위기를 잡으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아스날은
또다시 무기력한 무승부에 머무르며 우승 경쟁에서 더욱 멀어져 버리고 말았으며,
첼시를 떨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리버풀 역시
한명 적은 아스날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두 경기를 덜 치룬 유나이티드에게조차 밀린 5위 아스날과
첼시가 18라운드를 승리하면 밀려나는 1위 리버풀의 모습이
이렇게 리버풀이 좋은 기회를 던져주는 데도 아직 추월하지 못한 2위 첼시와
지난 시즌 챔피언의 댓가로 아직 두 경기나 치르지 못한 4위 유나이티드에 더해지면
이번 시즌 험난한 프리미어십의 선두 경쟁을 모두 아우르는 꼴이 될 것이다.

아스날은 또 쳐졌고, 리버풀은 도망가지 못했다.
이 기회를 첼시와 유나이티드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
또다시 살리지 못한다면, 또다시 끌려가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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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ViceRoy 2008/12/22 13:22 # 답글

    이로써 아스날은 우승 경쟁은 거의 GG고...[타 빅3가 주전 반수가 누워서 뭐 2연패 3연패 하지 않는 이상 힘들어 보이네요...]
    리버풀도 초반의 언터처블한 모습을 점점 잃어가네요..
  • Lucypel 2008/12/22 13:53 #

    헌데 문제는 첼시도 전혀 언터처블한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죠. 솔직히 아스날도 요즘 빅4 분위기 보면 아직 포기하기는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
  • 엑시아 2008/12/22 13:52 # 답글

    하워드 웹 주심의 크리스마스 기념 카드 선물들...
    후덜덜 하더군요;;
  • Lucypel 2008/12/22 13:53 #

    진짜 파울에는 관대하면서 경고는 무척 쉽게 꺼내는 하워드 웹 주심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지요. (먼산)
  • GrayFlower 2008/12/23 00:50 # 답글

    비록 무승부였지만 이 경기 앞에 열렸던 웨스트브롬과 맨시티와의 경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수준을 보여준 경기라 재밌게 봤습니다. 아스날이 리버풀을 잡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무승부를 일궈냈으니 앞으로 리그 상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네요.^^
    그리고 아데바요르 선수 퇴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습니다.
  • Lucypel 2008/12/23 07:09 #

    웨스트 브롬과 맨시티의 경기도 흥미진진하기는 했는데요. (웃음) 정말 이번 시즌 아스날은 대인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강팀은 꼭 잡아내고 약팀한테 깨지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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