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9R: Liv vs Bol by Lucypel

확실히 이번 시즌 빅4는 라운드마다 운명을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다.
2위 첼시와 3위 유나이티드가 승리를 거두며 따라붙자 1위 리버풀도 승리했다.

사실 리버풀의 최근 분위기는 분명히 좋지 못했다.
스트라이커 토레스의 부상은 꽤나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했고
스크르텔과 아우렐리우의 부상 역시 수비진 구성에 어려움을 더했다.
여기에 오른쪽 풀백 아르벨로아마저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게 된 것은
신장 결석으로 자리를 비웠던 베니테즈 감독에게 심한 두통마저 더했을 것이다.

결국 베니테즈 감독이 꺼내든 포백은 인수아-아게르-히피아-캐러거 라인이었다.
물론 캐러거가 오른쪽 풀백으로도 준수한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풀백으로서 핵심적인 오버래핑과 공격 능력은 무척 부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얼마나 베니테즈 감독이 절박한 상황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명단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단한, 정상급 센터백이 셋이나 포진한, 포백 라인은
중원과 공격진을 좀 더 공격적인 구성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카이트를 최전방으로 올려 로비 킨과 투톱을 형성하게 한 다음
리에라-베나윤의 좌우 윙어와 제라드-알론소 중원 조합을 내세운 것이다.
루카스나 마스체라노를 배치하며 수비적인 역할을 맡기던 4-3-3 대신
보다 공격적인 4-4-2를 선택한 것은 앤필드에서의 볼튼전이었다는 점과 함께
수비적으로 굳건한 포백의 출장 역시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볼튼은 어쩔 수 없이 단단히 지키는 수비 축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근래에 앤필드 원정에서 승리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볼튼의 선수들은
막강 화력의 콥 앞에서 사실상 여섯명의 수비수를 세운 채 수비에 몰두했고,
소수의 역습 인원만을 유지하며 전반 내내 지키는 것에만 연연했던 볼튼에게
그런 전반이 다 지나기 전에 첫번째 실점을 허용하고 만 것은 무척이나 뼈저렸다.

사실 리버풀이 전반 점유율 78%와 코너킥 8개를 가져가며 경기를 지배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공격이 유효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코너킥과 크로스들은 많은 숫자가 리버풀 선수에게 이어졌지만
그것이 좋은 공격 형태와 슈팅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전반 26분 제라드의 왼쪽 코너킥 직전에 아게르와 대화를 나눈 리에라가
먼 포스트로 돌아나간 아게르와 떨어져 가까운 포스트 쪽으로 맹렬하게 달려들면서
제라드의 짧은 코너킥을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은 것만이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리버풀로서는 자칫 전반 내내 맹공을 펼쳤음에도 공격에 실패하면서
강팀이 수비만 하는 약팀에게 말리면서 말리는 경기의 전형을 경험할 뻔 했지만,
리에라가 멋진 선제골을 일찌감치 만들어 준 것은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게 했다.
하프 타임에 볼튼이 수비였던 사무엘 대신 케빈 데이비스를 투입하며 공격에 나선 것은
역시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승점을 위해서는 조급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볼튼의 공세는 수비에서의 헛점을 더욱 늘릴 수 밖에 없어서
리버풀이, 그리고 로비 킨이 연이은 추가골을 성공시키는 데 더욱 좋은 환경이 되었다.

후반 53분과 58분의 연속골은 로비 킨에게는 너무나 달콤했을 것이다.
제라드의 뒷공간 패스를 받아 쉽지 않은 각도에서 왼발 슈팅을 성공시킨 53분과
완벽한 역습 상황에서 알론소에서 베나윤으로 이어진 공이 크로스로 이어지자
빠르게 쇄도해서 깔끔하게 슈팅으로 연결시킨 58분의 연속 득점은
앤필드에 가득히 모인 팬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골이었다.

또한 이 연속골은 볼튼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린 골이기도 했다.
한골이라면 아무리 앤필드 원정이라도 따라붙어 볼만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후반 초반이 채 지나기도 전에 차이가 세골차로 벌어져 버렸다면 희망은 없는 법이다.
비록 후반 66분 테일러와 엘만더를 빼고 무스타파와 스몰라렉을 투입하기는 했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그리고 애초에 포백이 단단했던 리버풀에게 득점하기에는 힘들었다.

반면 리버풀은 리에라와 제라드, 카이트를 빼고 엘 자르, 루카스, 은고그를 투입하며
체력적 부담이 우려되는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마음껏 경기를 운영했고,
오랫만에 좋은 활약을 보였던 로비 킨과 베나윤이 차이가 벌어진 이후에도 맹활약하며
끊임없이 득점을 노리는 공격적인 모습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추가 득점에는 실패하며 멋쩍은 웃음만 남긴 로비 킨이지만
그의 타고난 성실함과 오늘의 멋진 득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잠시 동안이나마 첼시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었던 리버풀은
순식간에 자신들의 순위를 되찾으며 빅4 승리 행진에 동참했다.
토레스의 부재에도 로비 킨이 2득점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긴 카이트와 그 공백을 메운 오른쪽의 베나윤 역시
확실히 살아나는 경기력으로 리버풀의 험난한 일정에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정말 오랫만에 박싱 데이에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리버풀이
과연 산타클로스가 주고간 이 리그 선두라는 멋진 선물을
시즌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품안에 고이 갖고 있을 수 있을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그 선물을 빼앗기며 또다시 눈물을 흘릴지.
일단 새해에도 이 선물을 잘 보관하고 있는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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