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A Cup 3R: Sou vs ManU by Lucypel

사우스햄튼에게는 미안하지만, 압승이었다.
그리고 언제나의 유나이티드 경기처럼
몇몇 이슈가 될만한 판정과, 압도적인 슈팅 숫자에 비해 빈곤한 득점과,
그러면서도 광폭하고 우아한 공격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방긋 미소짓는 마이크 라일리 주심은 세번의 논란을 만들어냈다.
첫번째 논란은 웰벡의 선제골 장면에서의 오프사이드 판정 여부이고
두번째 논란은 비디치를 향한 패터슨의 태클에 내려진 퇴장 판정이며
세번째 논란은 맥골드릭의 팔에 맞은 공에 대한 페널티킥 선언이다.

대니 웰벡의 선제골 장면은 오프사이드처럼 보였다.
나니의 코너킥을 가까운 포스트 쪽으로 달려들며 오셔가 헤딩하는 순간
사우스햄튼의 수비수들은 일제히 앞쪽으로 달려나가는 동작을 취했고,
오셔의 헤딩 직후 역동작에 걸리면서 웰벡이 아주 조금 앞서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난 직후 수비수들과 웰벡은 동일 선상에 서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주심과 선심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기에는 무척 곤란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 장면은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장면이었고,
하지만 눈으로 식별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심판들을 탓하기는 힘들며,
멋진 세트피스를 만들어낸 유나이티드와 잘 받아넣은 웰벡은 득점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패터슨의 태클은 엄연히 퇴장감이었다.
공을 보고 들어갔거나 고의로 발목을 노리고 들어갔거나는 문제가 될 것이 아니다.
패터슨의 발은 스터드를 완전히 보인 상태로 높이 들려져 있었고
그 스터드는 공과는 별개로 비디치의 정강이를 정확히 가격했다.
나도 패터슨의 동작이 고의적으로 비디치의 부상을 노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실수라고 해도 피치에서 50cm는 높게 들려진 발이 정강이를 발바닥으로 찼다면 퇴장이다.
마치 유나이티드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즉결 처분을 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것은 유나이티드에게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 될 것이다.

퇴장 판정과 더불어 경기 결과를 결정지은 것이나 다름 없었던 페널티킥 선언 역시
맥골드릭의 의사와는 별개로 분명한 반칙이었고 당연히 선언되었어야 할 것이었다.
물론 급소와 얼굴을 보호하기 위한 프리킥 앞에 벽을 서는 선수들의 손동작은
어느 정도 상황까지는 의도적인 핸드볼이 아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겠지만,
공을 차기 전에는 들고 있지 않았던 손을 공을 차고난 뒤 머리 위까지 들어올렸다면,
그리고 그 팔에 공이 맞아 골문으로 향하던 궤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면 문제는 크다.
박스 안에서는 몸에 완전히 붙이지 않은 팔에만 공이 맞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얼굴을 가린다고 보기에는 너무 높이까지 들어올린 팔에 공이 맞는 장면이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당연히 페널티킥이 선언되어야만 하는 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유나이티드의 경기에는 오심 논란이 상당히 격렬하게 따라붙는다.
물론 가끔 그런 오심들이 유나이티드에게 유리하게 나오면서 오해의 소지가 되기도 하지만,
그리고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 보인 라일리 주심의 모습 역시 오해의 소지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오심의 이익은 비단 유나이티드만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잘나가는 이에게는 언제나 시기와 질투가 뒤따르듯이
이러한 논란은 유나이티드가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때로는 무척 피곤하다.

오늘의 유나이티드는 한수 아래의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확실히 시기와 질투를 받을만 했다.
부상과 징계로 퍼디낸드와 에브라가 빠졌고 루니와 박지성, 스콜스도 쉬게 한 유나이티드는
신예 웰벡과 감기로 쉬었던 베르바토프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긱스와 나니를 배치했다.
물론 더이상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긱스가 아니기 때문에 4-4-2는 아니었지만
긱스와 안데르송이 번갈아 왼쪽 측면을 공략하면서 4-4-2와 4-3-3의 중간 형태가 된 것이다.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 중 왼쪽에 서는 정도로 변화한 긱스의 후방 지원을 바탕으로
가급적 베르바토프의 우아한 발기술을 살리며 중앙 공격을 주로 시도한 유나이티드였다.

이러한 베르바토프를 축으로 한 중앙 중심의 공격 형태는 꽤나 효과적이었다.
물론 캐릭과 긱스가 뒤에서 좋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고
웰벡과 나니, 안데르송이 탁월한 활동량과 속도로 움직여준 것도 중요하지만
베르바토프의 키핑과 시야, 감각적인 패스가 핵심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특히 최근 활동량에 날카로운 패스까지 더해가고 있는 안데르송과
신예의 거침없는 기세를 보여주는 웰벡을 활용하는 우아한 오른발 패스는
전반 내내 유나이티드가 사우스햄튼의 골문을 노릴 수 있는 근간이었다.

베르바토프가 공격의 핵심 역할을 소화하면서 3선부터 최전방까지 움직이는 가운데
신예 웰벡이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중원 조합이 경기를 지배한 것이 유나이티드였다.
에반스가 다소 불안한 장면을 보이기는 했지만 비디치는 여전히 견고했고
오셔는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말해지는 공격 능력까지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네빌과 함께 측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완벽하게 해 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나니는 개인적으로 오늘 최악의 선수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심했다.
최근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전향으로 말미암아 측면의 경쟁이 덜해졌음에도
박지성과 호날두에게 완전히 밀려나 중요한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나니는
오랫만에 선발 출장한 오늘 경기에서 시종일관 최악의 모습만을 선보였다.
쓸데없이 공을 끌고 드리블과 개인기를 해대느라 정신이 빠져버린 나니는
크로스와 슈팅마저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번번히 빗나가거나 막히기만 했다.
똑같이 공을 잡고 일단 키핑하는 모습을 보인 베르바토프와 완전히 대비되는 것은
베르바토프가 공을 잡은 뒤 적어도 공을 뺏기지 않고 동료에게 공을 연결해준 반면
나니는 쓸데없이 시간만 끌고 결국 공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영입된 지 벌써 두번째 시즌의 후반기를 맞이하고 있는 나니는
초기에는 호날두와 같은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더이상 박지성의 경쟁자로서도 자리잡지 못한채 도리어 밀려날 처지에 처했고
새로 영입된 왼쪽 날개 토시치와의 경쟁마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탄력 넘치는 신체와 묵직한 슈팅과 크로스를 기본으로 해서
호날두에 버금가는 화려한 발재간을 보여주어야 하는 나니지만
박지성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최악의 수비 가담 능력과
지나치게 이기적인 성격에 극도로 좁은 시야까지 더해지며
클럽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나니에게 필요한 것은 호날두와 같은 정신력이다.
비록 여러 부분에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호날두이기는 하지만
그는 분명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에 끝없는 훈련을 하는 선수이며
그와 동시에 자신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동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만큼 동료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인 것이다.
그것이 박지성이나 긱스와 같이 이타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더라도
클럽에는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호날두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나니가 호날두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전반 20분만에 선제골을 성공시킨 유나이티드는
전반 37분만에 선수 한명을 잃어버린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베르바토프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며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후반 48분 나니의 추가 득점으로 경기의 결과를 사실상 결정지은 유나이티드는
포제봉과 깁슨, 그리고 루니까지 투입하는 여유를 보이며 끝까지 공격에 임했고
루니가 만들어낸 기회를 깁슨이 마무리하며 결국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비록 후반 막판 투입된 루니가 베르바토프와의 호흡에서 또다시 아쉬움을 드러냈고
나니의 한심한 작태는 시작부터 끝까지 득점을 제외하면 계속된 것도 안타까웠지만,
몇몇 프리미어십 클럽들이 꽤나 고전을 면치 못한 3라운드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먼 원정길에서 상큼한 승리를 거두고 돌아가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이제 4라운드의 상대는 해리 래드냅의 토트넘이다.
지난 시즌 포츠머스에게 패하며 안타깝게 놓쳤던 FA컵을 생각한다면
이번 시즌에도 또다시 만난 토트넘을 완파하며 기세를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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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푸른별빛 2009/01/05 12:42 # 답글

    나니 공 끌고 다니는거 보면서 속터졌어요-_- 드리블하면서 좌우를 살피는 것은 동네축구하는 저도 아는 상식인데 그걸 안하나...보는 저희도 그런데 같이 그라운드에 뛰는 선수들은 더 속터질듯..
  • Lucypel 2009/01/05 12:52 #

    도대체 패스라고는 테베즈보다 더 안 했죠. (...) 게다가 드리블을 성공시키는 것도 아니었구요. 스탯은 잘 쌓고 있지만 실력은 별로 잘 쌓고 있지 못한 듯 합니다. (한숨)
  • 엑시아 2009/01/05 15:03 # 답글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루니&벨바톱 이 두 명이 호흡이 잘 맞아야 득점하기도 수월할텐데,
    많이 아쉬운 호흡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니는 이젠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 Lucypel 2009/01/05 18:02 #

    루니는 늦게 나와서 끝까지 열정적으로 뛰었는데 베르바토프는 지치기도 했는지 조금 집중력이 떨어져서 더욱 안 맞은 느낌입니다. 두 선수 고유의 색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서로 맞추는 게 조금 쉽지 않은 느낌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웰벡과 안데르송 부려 먹는거 보니까 베르바토프도 조금만 더 어우러지면 될 것 같더군요. (웃음)
  • keropark 2009/01/06 18:55 # 답글

    벨바의 진가를 보여준 시합이었죠.

    그나저나 이제 나니에게선 리찰순의 냄새가 납니다...;;
  • Lucypel 2009/01/06 23:45 #

    아아, 그래도 슈팅은 더 강력해요. 비거리도 긴 홈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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