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A Cup 4R: CadC vs Asnl by Lucypel

웨일즈의 자존심 카디프 시티의 선전은 눈부셨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포츠머스에게 석패했던 카디프 시티는
비록 웨일즈의 클럽이지만 FA에 등록되어 있어 FA컵에 출전하고 있다.
2만명이 조금 넘는 니니안 파크를 홈으로 하고 있는 카디프 시티의 저력은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십에서 한경기 덜 치른 6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로 지난 준우승이 운에만 의지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아스날의 이번 시즌은 무척이나 주춤거리고 있다.
갈라스의 소동과 파브레가스의 부상으로 내부 분위기가 망가진 가운데
드디어 4위권에 파고드는 데에 성공한 빌라의 파죽지세에 5위로 밀려난 것이다.
유나이티드와 첼시를 잡아내며 상위권 클럽들과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헐 시티에게 잡히는 등 하위권 클럽들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러다가는 정말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조차 위험할 것만 같은 요즘인 것이다.

카디프와 아스날의 승부는 그런 최근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
분명 객관적으로 약팀인 카디프는 자신들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며 선전한 반면
약한 클럽을 상대로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어린 거너스의 약점이 또다시 드러나며
아스날의 주도 속에 날카로운 모습은 카디프가 더 많이 보여주는 경기가 된 것이다.

전반 시작과 함께 멋지게 기세를 올린 것은 아스날이 아니라 카디프였다.
깁스-주루-투레-사냐로 구성된 아스날의 포백은 원정임에도 너무 전진했고
센터 라인까지 올라온 그들을 상대로 카디프의 뒷공간 패스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최전방의 보스로이드와 맥코맥은 물론이고 왼쪽의 버크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전진하던 아스날의 포백을 역동작으로 머뭇거리게 한 뒤 골키퍼를 상대한 것이다.
그나마 재빠른 복귀로 완벽한 기회를 내어주지 않으려 애쓴 수비진이었지만
몇번의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낸 카디프의 기세를 꺾어내기에는 부족했다.

사실상 주전 선수들을 모두 내세운 카디프에 비해 아스날의 진영은 확실히 가벼웠다.
최전방에는 아데바요르 대신 벤트너가 반 페르시와 호흡을 맞춰 투톱을 이뤘고
앞서 말한 것처럼 클리시와 갈라스, 실베스트르 등이 빠진 포백도 불안해 보였다.
중원은 나스리-램지-송-에보우에가 나서며 신예와 주전이 섞인 것처럼 보였지만
재능에 비해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램지와 수비적인 능력 위주인 송의 중원과
경험은 있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장면은 거의 없는 에보우에의 오른쪽 측면은
사실상 공격 지원 능력이나 전개 능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에보우에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벵거 감독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본디 풀백 출신인 이 측면 자원은 공수에 걸쳐서 아스날에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수비에서나 공격에서나 주전 오른쪽 풀백인 사냐에 비해서 현격히 떨어지는 수준이고
윙어로서도 아직 어린 월컷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없을 정도로 부족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활동량과 성실함으로 어느 정도 기량을 보이지만
크지 않은 체격과 수비적인 센스의 부족으로 대인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역시 중앙에서도 다른 선수들을 빼고 쓰기에는 아쉬움이 많게 만든다.

오늘도 에보우에는 어김없이 거너스 팬들을 실망시켰다.
전반 초반 카디프가 몰아치며 빼앗겼던 기세를 어느 정도 찾은 아스날은
최전방의 벤트너와 반 페르시가 분주히 움직이며 공격 진영에서 공간을 만들어냈는데,
이 공간을 파고드는 것은 역시 좌우에 포진한 나스리와 에보우에가 되었어야만 했다.
그리고 에보우에는 그 성실함으로 그 공간을 파고드는 데까지는 두어번 성공했지만
결국 그 공간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전혀 성공하지 못했고
도리어 허무하게 기회를 날리거나 상대 수비에게 완전히 틀어막히기만 했기 때문에
니니안 파크에 모인 카디프의 서포터들에게 조롱을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강팀과 약팀의 대결이 무승부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
먼저 급해지는 것은 결국 잃을 것이 없는 약팀이 아니라 승리가 필요한 강팀이고,
오늘도 어김없이 아스날이 먼저 선수를 교체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역시 필요했던 것은 중원에서 공격을 이끌어 줄 만한 선수였는데
벵거 감독이 꺼내든 첫번째 교체는 후반 59분 램지와 디아비의 교체였다.
개인적으로 디아비는 큰 신장을 이용해 중원에서 높이를 제공할 수 있으면서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성향의 미드필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벵거 감독의 디아비 선택은, 램지 선택은 괜찮았지만, 좋지 못했다고 본다.

이어진 교체는 후반 66분 에보우에와 아데바요르의 교체였고, 이것은 훌륭했다.
공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에보우에를 빼면서 주전 스트라이커를 투입한 것은
벤트너에게 좀 더 자유로운 공격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데다가
반 페르시와의 호흡을 통해 포스트 플레이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종료 직전 아데바요르가 그 긴 다리로 커다란 헛발질을 하면서
결정력 면에서 에보우에와 뭐가 다른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지만
그가 떨궈준 많은 공들이 동료들에게 연결되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반면 카디프는 후반 종반에 접어들 때까지 이렇다 할 교체를 하지 않았다.
후반 79분 경기 내내 열심히 뛴 버크 대신 카팔디를 투입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이미 경기가 정리 분위기에 접어든 이후에 체력 보강을 위한 교체에 불과했고,
이미 나쁘지 않은 흐름으로 이어가던 경기를 굳이 손댈 필요가 없었던 카디프로서는
모험적인 교체로 공격을 강화하는 무리수를 두는 오만을 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맥코맥의 그림같은 프리킥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아쉬운 경기를 펼친 카디프는 결국 경기를 무실점 무승부로 마무리지으면서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로 재경기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아스날에게 부족했던 것은 중원에서의 경험이었다.
아스날보다도 아스날스러운 패싱 게임을 펼친 카디프를 상대로,
적절한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거대 클럽을 제대로 괴롭힌 카디프를 상대로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고 상대의 수비를 파해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지닌
그럴싸한 중원의 지휘자가 없었던 아스날이 분주했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파브레가스와 로시츠키라는 멋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최근 좋은 활약을 보였던 데니우손을 출장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역시 아쉽다.

이로써 아스날은 안 그래도 힘겨운 프리미어십 순위 경쟁 속에서
FA컵 재경기까지 치뤄야만 하는 어려움을 받아들여야만 하게 되었다.
반면 카디프는 커다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으로 원정을 떠나면서
짭짤한 수익과 함께 거함을 침몰시키며 5라운드에 진출한다는
달콤한 희망 역시 이어갈 수 있는 즐거운 경기였을 것이다.

지난 시즌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던 카디프의 돌풍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질 것인가.
이번 시즌 4위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아스날의 침체는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강력한 대포를 실은 거함이 의외의 폭풍에 휘말려 나아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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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ViceRoy 2009/01/26 09:37 # 답글

    램지의 한계가 보인 경기였죠.

    데닐손과 비교해보아도 여유가 없어보여요..
  • Lucypel 2009/01/26 20:10 #

    뭐 아직 너무 어리니까요. 그나마 데니우손은 이번 시즌 들어서 상당히 경험을 쌓았지만 램지는 그런 부분도 전혀 없었으니 앞으로를 더 기대해 봐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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