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24R: Liv vs Che by Lucypel

늦은 출발에도 모두를 제치고 가장 앞으로 나선 유나이티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첼시에게도 리버풀에게도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경기의 승부는 치열했다.

시즌 초반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떨쳐버린 듯 뛰쳐나갔던 리버풀은
토레스의 부상과 킨의 부진으로 인해 시즌의 반환점을 돌아나오며
차츰 무재배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걱정시키고 있었고,
첼시 역시 스콜라리 감독을 포함한 야심찬 영입에도 불구하고
리버풀마저 완전히 제쳐내지 못하며 차츰 느려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유나이티드가 환상적인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면서
경기를 덜 치뤘음에도 승점에서 두 클럽을 추월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킨과 함께 토트넘을 떠났던 베르바토프 역시 킨처럼 적응이 늦는 듯 했지만
차츰 유나이티드의 공격 작업에 융화되면서 루니의 부상 공백을 완전히 메꿨고,
체흐의 훌륭한 무실점 기록을 갱신한 반 데 사르가 이끄는 수비진은
어느샌가 프리미어십 최저 실점 클럽의 위치를 탈환해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첼시와 리버풀의 맞대결은 대단히 중요했다.
이미 경기를 더 치른 상황에서 유나이티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승점 3점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 승리의 대상이 추격의 경쟁자라면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승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니테즈 감독과 스콜라리 감독은
선발 명단에 내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합들을 포진시켰다.

부상에서 복귀한 아르벨로아와 아우렐리우가 포함된 리버풀의 포백은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오버래핑도 리그 정상급으로 가능했고,
알론소와 마스체라노가 후방에서의 조율과 수비를 맡아주는 가운데
리버풀의 심장이자 영혼, 리버풀 그 자체인 제라드는 자유롭게 움직였다.
부진한 킨이 아예 명단에서 제외된 채 토레스와 리에라-카이트가 투입된 공격진은
시종일관 첼시의 골문을 위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첼시 역시 최근 정상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드록바 대신 아넬카가 나섰고
지난 경기에서 두골을 몰아친 칼루가 말루다와 함께 공격진을 구성했다.
여기에 램파드-발락-미켈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더 조합과
에실리 콜-보싱와라는 막강한 공격력의 풀백이 자리잡으면서
앤필드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겨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게 맞부딪힌 두 클럽의 정면 충돌에서 우위를 가져간 것은 리버풀이었다.
칼루가 지난 경기에서의 총기를 전혀 드러내지 못하며 피치에서 사라졌고
말루다는 늘 하던것처럼 최악의 활약만을 여전히 계속해주는 가운데
아넬카는 홀로 우아하게 측면으로 빠져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여전히 꾸준하게 성실한 카이트와 날카롭게 활약하는 리에라의 도움을 받으며
최전방의 토레스와 2선의 제라드가 피치를 넓게 활용하며 공격에 임한 것이다.
중원에서도 역시 램파드와 발락을 번갈아가며 지워낸 마스체라노의 수비 앞에서
큰 경기에서 심리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미켈의 성급한 움직임은 부족할 뿐이었다.

만약 첼시에 알렉스와 체흐가 없었더라면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을 것이다.
카르발류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테리와 발을 맞춰야만 했던 알렉스는
사실 첼시의 포백에서 가장 불안한 선수였던 것이 경기 전 예상이었다.
하지만 토레스와 제라드, 리에라와 카이트의 연이은 슈팅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몸을 날리며 육탄 방어에 나선 알렉스의 투혼과 열정은
경기의 공격 흐름을 상당 부분 내어주었음에도 무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다.
여기에 체흐 역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골문을 지켜줬기에
그나마 첼시는 전반이 끝난 후에도 승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에 접어들면서 첼시의 희망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후반 60분 알론소를 향해 들어간 램파드의 태클은 발이 너무 높았고
바로 앞에서 지켜본 마이크 라일리 주심은 거침없이 붉은 카드를 들어올렸다.
경기 후 논쟁이 펼쳐진 것처럼 램파드의 태클은 분명 정당한 부분이 있었다.
공이 지면에서 떠오른 상황에서 공을 빼앗기 위해서는 발을 들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높이 들려진 스터드에 알론소의 발이 걸린 것도 확실했다.
다소 과감할 수도 있었던 태클에 다소 과감할 수도 있었던 퇴장 명령이 떨어지며
첼시는 더이상 경기의 흐름을 자신들에게로 돌릴 수 없었다.

스콜라리 감독은 램파드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공격진을 갈아치웠다.
후반 68분 최악의 말루다와 부진의 아넬카 대신 데쿠와 드록바를 투입했고
후반 85분에는 칼루마저 스토크로 바꾸며 선발 공격진을 모두 교체해 버렸다.
하지만 이미 중원에서의 점유율을 리버풀에게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서
데쿠의 영리함이 마스체라노의 투박함에, 드록바의 신기가 캐러거의 꾸준함에 밀리며
첼시에게 승리와 승점 3점, 그리고 프리미어십 선두 유나이티드는 멀어지는 듯 했다.

그렇다 해도 쉽사리 포기할 첼시가 아니었고, 리버풀은 여전히 득점에 실패했다.
연이어 알렉스의 육탄 방어와 체흐의 눈부신 선방이 터져나오자
도리어 답답해진 리버풀은 후반 73분 리에라 대신 베나윤을 투입했고
결국 후반 83분에는 마스체라노 대신 바벨을 투입하는 강수까지 두었다.
바벨의 투입은 다소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체력이 떨어져가던 리에라 대신 베나윤을 투입한 것은 꽤 좋은 선택이 되었다.

베나윤이 투입되자 공격진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 가장 좋았다.
좌우 측면과 중앙까지 가리지 않고 패스와 드리블을 시도한 베나윤은
몇차례의 대단히 기술적이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체흐를 괴롭히기도 했고,
성실한 활동량으로 최전방에서부터 수비에 임해주면서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끝내는 토레스가 마법을 이뤄 내었다."
전반 시작부터 마치 영점 조절을 하듯 골감각을 벼려온 토레스는
그 많은 슈팅들이 모두 가로막혔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공격에 임했고,
그 열정은 결국 후반 89분 알렉스의 수비를 벗겨내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자신의 슈팅을 수없이 막아낸 알렉스의 뒤에서 재빨리 돌아들어간 토레스는
아우렐리우의 정확한 크로스를 가까운 포스트로 달려들며 헤딩으로 연결했고,
갑자기 등장한 토레스에 놀란 알렉스와 체흐는 실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장 코너 플랙으로 뛰어가 가부좌 세레머니를 한 토레스의 곁에는
레이나 골키퍼를 포함한 10명의 동료가 모두 함께 했다.

게다가 성실한 베나윤은 직접 쐐기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함과 동시에
토레스에게 완벽한 부활을 상징하는 두번째 골까지 만들어주었다.
5분이나 주어진 추가 시간에서 잠깐 방심한 에실리 콜을 공략한 베나윤은
순식간에 체흐 골키퍼와 홀로 대하는 기회까지 만들어내었고,
에실리 콜이 어렵사리 빼앗은 공은 야속하게도 토레스에게 이어지며
깔끔한 슈팅으로 첼시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아가도록 허락하고 말았다.

결국 전반전부터 공격과 중원에서 모두 밀리며 끌려가던 첼시에게
공격진의 핵심인 램파드의 퇴장은 마치 희망이라는 풍선을 터트린 바늘이 되었고,
토레스의 완벽한 부활에 환호한 앤필드의 팬들은 첫 프리미어십 우승에 대한 꿈을
여전히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 더욱 크게 "You'll never walk alone"을 외쳤다.

사실상 이로써 첼시는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우승보다도 이미 제외된 아스날을 제친 빌라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한 첼시의 심기는 대단히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상대한 원정 경기에서 연이어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한심한 수준의 패배를 당했다는 점은 더욱 뼈저린 기억이 될 뿐이다.

과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십을 놓고 경쟁할 상대는 누가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리버풀이 아무래도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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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닉 2009/02/11 10:45 # 답글

    ....아무리 그래도 스콜라리 경질은 정말 답이 없는 데;;

    그리고 이 경기는 정말..심판 하나 때문에 욕먹은 경기.ㅋ

    완전 최고의 경기력이었는 데.ㅠ
  • Lucypel 2009/02/11 12:13 #

    무링요가 너무 잘해놓은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첼시의 감독 자리는. (웃음)

    그나저나 보싱와 징계가 없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에요.
  • 홍돈 2009/02/11 15:34 # 답글

    보싱와 징계 없고 람파드는 퇴장처분 취소되고.
    람파드야 당연히 퇴장처분 취소되어야하는건데 보싱와는 경기 보면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거든요. 그런데도 징계가 없다니.ㅋㅋ
    참 웃기죠? 라일리 진짜 이 경기는 너무 심했어요(올시즌 전체적으로
    병맛이라고들 하지만;)

    뭐 대부분의 첼시팬들이 그러하듯 올시즌 첼시우승은 물건너갔고....
    제 개인적으론 리버풀이 아닌 다른 팀이라면 어디든ㅎㅎ
  • Lucypel 2009/02/11 17:45 #

    뭐 램파드는 취소되도 이상할 정도는 아니었지요. 개인적으로는 카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퇴장되었어도 잘못은 아니라고 봤지만요. 어쨌든 보싱와 징계 없는 건 진짜 좀 심합니다. (웃음)

    그러니까 저희가 3연패 한다니까요. 하는김에 쿼드레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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