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2R: Sun vs ManU by Lucypel

어린 이탈리안 포워드는 두번째 기적을 만들었다.

주중 포르투와의 경기에서 거둔 무승부는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시즌 후반이 되면서 드러나고 있던 유나이티드의 커다란 약점인
급격한 체력 저하가 경기 내내 나타나면서 시종일관 무기력했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결국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맞이한 32라운드 빛의 구장으로의 원정 경기는 부담이 매우 컸다.
31라운드 빌라전에서의 승리로 간신히 뒤바꾸어놓은 유나이티드의 기세를
다시금 하향세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이번 경기의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퍼거슨 감독은 루니-테베즈-베르바토프-박지성을 동시에 선발 출장시키며
다득점을 통한 손쉬운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에브라와 호날두, 반 데 사르를 쉬게 하며 포르투 원정을 대비했다.

이러한 유나이티드의 전략적인 선택은 절반의 성공만을 맞이했다.
킥오프와 함께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던 루니가 왼쪽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전반 19분에 스콜스의 헤딩골을 도운 정확한 크로스까지 만들어내며 결과까지 낸 것이다.
테베즈는 여전히 눈부시도록 열심히 뛰어주었고 나아진 패스 감각까지 더하려 애썼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은 절반의 실패를 맛보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인해 출장 자체가 의문스러웠던 베르바토프는 최전방에 배치되기는 했지만
자신의 존재감으로 선더랜드의 수비진을 괴롭힌 것 이상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고,
루니의 반대편에서 활동량을 보여주었어야하는 박지성은 매우 떨어진 체력 때문인지
평소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특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나쁘지 않았던 루니와 열심히 뛴 테베즈, 만족스럽지 못했던 베르바토프와 박지성.
그나마 스콜스가 평소보다 상당히 전진하면서 선제골을 포함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
유나이티드가 공격적인 상황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고 나름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수비진 역시 최악의 이전 경기들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부상으로 빠져있는 퍼디낸드를 대신해 비디치-에반스 센터백 조합이 가동되었고
에브라의 휴식으로 오셔와 네빌이 좌우 풀백으로 선발 출장한 수비진의 경기력은
여전히 집중력을 잃은 실수를 연발하며 지켜보는 팬들에게 불안함을 안겨주었다.
특히 상당히 공격적으로 짜여진 오늘의 선발 명단은 측면에서의 수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에브라에 비해 느린 오셔와 아직 경기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네빌의 좌우 측면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루니와 체력이 떨어진 박지성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흔들렸다.

후반 55분 유나이티드의 실점은 그러한 측면의 불안함에서 시작되었다.
전반부터 바슬리-에드워즈의 오른쪽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계속 올려댔던 선더랜드는
전반 후반에서 이어진 공격적인 흐름을 후반 초반까지 이어내며 왼쪽까지 살려내었다.
콜린스와 타이니오가 네빌과 박지성의 수비를 무너뜨리려 시도하는 상황에서 나온
박지성을 완전히 제친 타이니오의 멋진 드리블이 그대로 크로스로 이어지며
켄와인 존스의 머리와 다리에 의해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물론 포스터 골키퍼의 실책성 움직임이 존스에게 실점을 허락하고 말았지만
기동성이 떨어진 측면에서의 불안함과 중앙에서의 집중력 부족이 더욱 아쉬웠다.

득점 이전에도 상당히 기세를 탔던 선더랜드는 득점 이후 더욱 살아났다.
바슬리가 중심이던 오른쪽 측면에서의 공격도 여전히 날카로웠던 가운데
중앙에서 리드비터와 리드가 공을 지키며 활발하게 움직여 중원을 장악한 것이다.
더이상 측면에서의 기동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없게 되어버린 유나이티드는
결국 아껴두었던 선수들을 투입하여 추가 득점을 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린 소년은 또다시 영웅이 되었다.

후반 69분 박지성 대신 호날두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적게나마 성공한 유나이티드는
지난 빌라전에서 기적의 역전골을 성공시켰던 마케다를 후반 75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부상의 여파로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베르바토프 대신 투입된 마케다는
어쨌거나 팬들에게 뭔지 모를 기대감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마케다가 투입된지 1분만에 유나이티드는 루니의 왼쪽 측면에서의 공격을 펼쳤고,
중앙으로 이동된 공은 캐릭에 의해서 중거리 슈팅으로 선더랜드의 골문을 노렸다.
그리고 골문 앞에 서있던 마케다는 캐릭의 슈팅을 살짝 건드려 방향을 바꾸었고
몸을 날렸던 고든 골키퍼는 반대편 구석으로 굴러들어가는 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마케다의 움직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한 유나이티드는 굳이 공격할 이유가 없었고
후반 82분에는 테베즈마저 안데르송으로 교체하며 경기를 차분히 운영해나갔다.
호날두가 자유롭게 공격하기는 했지만 최전방의 마케다까지 연결되지는 않았고
더이상 공격의 의지를 잃은 선더랜드는 그닥 역습당할만한 뒷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케다의 활약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반대로 과대평가되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지만, 어쨌거나 두경기 연속 결승골이다.
이제 갓 데뷔한 어린 선수가 데뷔전에 이어 두경기 연속 결승골을 뽑아냈다는 사실은
그가 상당한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두번의 득점은 모두 유나이티드를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냄으로써
전무후무의 퀸터플을 향한 힘겨운 걸음걸이를 이어주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사실 이 시점이 되어서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논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전술이나 전략, 기량이 아니라 시즌을 마칠 수 있는 체력이고,
만약 체력이 부족하다면 그들의 정신력만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연속 무실점 기록이 깨어진 유나이티드에게 찾아든 정신적 공허함이
리버풀전부터 시작된 극심한 침체의 가장 커다란 원인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힘겨웠지만 그만큼 달콤한 프리미어십에서의 2연승이 가져올 분위기 반전은,
어린 이탈리안 포워드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득점으로부터 시작된 상승세는
남은 시즌을 승리로, 우승으로, 전설로 이끄는 데에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경기도 힘겨웠다.
그러나 그만큼 승리는 소중했다.
신예들이 힘들때 노장들이 해주었듯이,
주전들이 힘들때 후보들이 버텨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이 승리의 흐름을 놓지 말고 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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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닉 2009/04/12 22:04 # 답글

    이건 뭐.......마케다;;;다음 시즌엔 20번 ㄱㄱ?ㅋㅋㅋㅋ
    전 그 경기보면서 첼시 vs 볼튼 골장면을 이스픈에서 중간에 틀어주는 거 보면서 그냥.....
    볼튼이 역전, 아니면 동점이라도 만들었으면 08-09 대박극장경기였는 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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