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35R: Mid vs ManU by Lucypel

이제 승점 7점 남았다.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으로 원정을 떠난 유나이티드의 선발 전형을 지켜보고 있자니
보로에게는 미안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완전히 때려잡을 마음을 먹었다고 느껴졌다.
베르바토프-마케다 투톱에 루니-긱스-스콜스-박지성이라는 초 공격적인 중원 조합.
위닝이나 피파에서 포워드로 분류되는 선수만 다섯명을 한꺼번에 투입한 유나이티드는
보로를 반드시 격파하며 프리미어십 우승을 향해 한걸음 내딛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나이티드는 자신들의 의지처럼 시작부터 미들스브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사실상 조직적인 공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격진이 무너진 보로를 상대한 유나이티드는
단순히 두 풀백의 공격 가담을 자제하며 체력을 보존하고 수비에 임한 것만으로
다우닝, 알리아디에르, 툰자이, 킹 등의 보로 공격진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었고,
중앙에 포진한 스콜스와 긱스는 마음껏 공격적으로 나서며 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특히 PFA 올해의 선수가 된 노장 긱스의 활약은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스콜스가 후방에서 패스를 조율하면서 간간히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면
긱스는 전후좌우 넓게 움직이면서 공격에 도움이 되는 모든 역할을 수행했다.
여전히 날카로운 왼발로 세트피스를 전담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앙에서 섬세한 드리블로 보로의 중원을 파고든 것도 좋았다.

게다가 전반 25분에는 결승골이 된 선제골까지 터트렸다.
마케다가 보로 수비와 부딪히며 흘러나온 공을 주워낸 긱스는
상대 수비들이 정신을 놓은 그 짧은 순간 완전히 자유로워지면서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리는 핀포인트 왼발 슈팅으로 득점한 것이다.
보로 선수들은 이전 상황에서의 반칙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휘슬을 불기 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긱스의 골에는 할말이 없었다.

사실 이 이른 득점으로 경기의 결과는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득점 이후의 유나이티드는 다소 집중력을 잃은 채 조직적이지 못한 공격을 했음에도
보로는 계속해서 위기를 맞이하고 기회를 잡지 못하며 무기력했던 것이다.
보통 경기의 흐름이 한번 한쪽으로 강하게 흐르고 나면 반대편에게 가기 마련인데,
전반 후반부에 자신들에게 온 흐름을 너무 쉽게 놓쳐버린 미들스브러에게
더이상 이 경기에서 승점을 따갈 수 있는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후반 들어서는 한국 팬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후반 51분만에 박지성의 환상적인 추가골이 터져나온 것이다.
왼쪽에서 움직이던 루니가 중앙으로 움직이며 마케다가 바깥으로 빠졌고,
긱스의 패스를 받은 루니가 오른쪽에서 대각선으로 파고들던 박지성을 향해
정확한 뒷공간 패스를 넣어준 것을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시즌 후반의 극심한 체력 소모로 몇경기 쉰 것을 핑계로 온갖 소리를 해대던 사람들은
비록 풀타임의 환상적인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이번 경기로 모두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무시했던 보로전에 투입된 선수는 긱스와 스콜스와 루니와 베르바토프였고
긱스, 루니로 이어진 패스를 현지 중계진이 극찬한 슈팅으로 연결해 낸 박지성의 위상은
만약 박지성이 이적해야 한다면 긱스와 스콜스도 이적해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후의 유나이티드는 마케다 대신 테베즈를, 박지성 대신 나니를 투입했고
에브라 대신 하파엘을 내세우며 공격과 수비에 걸쳐 진영을 정비했고,
그와 동시에 주중에 있을 아스날과의 경기를 위해 체력도 보존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에서 어떤 선수가 선택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어떤 구성이 되든 승리를 향한 최선의 선택일 것임은 확실하다.

이번 35라운드 원정을 승리로 이끌면서 유나이티드는 승점 80점의 고지에 올라섰고
네경기 남겨놓은 상황에서 2위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를 6점으로 벌려놓았다.
만약 리버풀이 남은 네경기를 모두 승리한다 하더라도 유나이티드는 2승만 더 거두면
단숨에 같은 승점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옥같은 시즌 막판의 일정도 잘 헤쳐나가고 있는 유나이티드의 앞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경기가 승점 3점만을 남겨놓고 지나가게 되었다.
이제 남은 여섯 경기만 승리한다면 시즌 4관왕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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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바죠 2009/05/05 14:20 # 답글

    리뷰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최근 부진과 관련하여, 박지성 선수,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씀하시던 한준희 해설위원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아무튼, 왼발슈팅으로 위기타계와 기회를 잡아내는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정확한 임팩트 보기 좋았습니다.

    당면 과제는 아스널 전인데, 이 경기에서도 박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1:0으로 앞서고 있죠.
    박 선수의 진가는 선발 출장했을 때라는 점을 고려혀면 선발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월콧-파브레가스을 에브라 선수와 함께 측면에서 잡아야하겠죠.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Lucypel 2009/05/05 22:12 #

    아스날을 상대로 수비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겠죠. 지난번처럼 중원에 많은 수를 두면서 파브레가스를 완전히 압박해 버리는 방법이 있겠고, 파브레가스로부터 패스를 받게 될 좌우 윙어와 풀백들을 압박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어느 쪽이 선택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든 안 나오든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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