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rance Open: Federer vs Sodering by Lucypel

커리어 그랜드 슬램.
일년에 한번씩 펼쳐지는 네번의 메이져 대회,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을
선수 생활을 통틀어 모두 우승해 보았다는 증거.
역사상 단 다섯명만 오른 바로 그 자리.
최다 메이져 타이틀 보유자 피트 샘프라스도 오르지 못한 그 자리.
오늘 로저 페더러가 바로 그 자리에 올랐다.

페더러의 발목을 계속 잡아온 것은 숙적 나달이었다.
다른 세개 메이져 대회를 모두 차지했던 06년과 07년에도
바로 롤랑 가로스 결승에서 나달에게 발목을 잡히며
시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페더러에게 천운이 따랐다.
결승 상대로 올라온 로빈 소더링이 16강에서 나달을 격파해버렸고
연이어 다비덴코와 곤잘레스라는 까다로울 수 있는 상대까지 꺾어준 것이다.
물론 소더링 본인도 페더러에게 절대 만만한 상대라고 할 수는 없었겠지만
어쨌거나 가장 큰 적인 나달을 꺾어준 것은 너무나도 큰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리고 난적 나달이 아닌 역대 전적 9대0의 소더링을 만난 페더러는 완벽했다.
첫번째 세트 첫번째 게임부터 상대의 더블 폴트를 틈타 브레이크해내면서 앞서나갔고
이후로도 두 게임을 더 브레이크해내면서 첫번째 세트를 6대1로 가져가버린 것이다.
서비스 게임마다 꼬박 꼬박 터져나오는 완벽한 컨트롤의 서비스 에이스는 위력적이었고
키가 큰 소더링을 대단히 곤란하게 하는 낮은 슬라이스 리턴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좌우로 깊게 스트로크를 꽂아넣으면서도 때때로 만들어내는 뚝 떨어지는 드롭 샷은
안 그래도 큰 키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지는 소더링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2세트에 접어들면서는 경기가 좀 더 팽팽하게 바뀌었다.
이미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세를 점한 페더러는 좀 더 편한 마음이 된 반면에
소더링은 보다 집중력을 올리며 첫번째 서브의 성공률을 올리며 게임을 지켜나간 것이다.
서로가 각자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내면서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진 두번째 세트는
자신의 서비스 네번을 모두 에이스로 꽂아넣은 데다가 상대의 서브마저 빼앗아 낸 페더러가
7대1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타이브레이크를 가져가며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3세트.
소더링의 서비스 게임이었던 첫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해낸 페더러는
세트 후반부에 접어들며 역사적인 기록을 눈앞에 두고 다소 급해진 듯 했지만,
위대한 선수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다스리며 경기를 마무리지었고
끝내 소더링이 마지막 서비스를 넘기지 못하자 코트 위에 주저 앉으며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한 얼굴로 경기하며 냉철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황제가
우승을 결정 짓는 순간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눈물을 보인 것은
그만큼 그가 이룬 기록이 역사적인 것이며, 그만큼 그가 그동안 힘겨웠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미 역사상 최고의 선수의 반열에 올라 있는 29살의 현역 테니스 선수가
자신이 끝내 넘지 못하고 있던 롤랑 가로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기분은
본인이 아닌 그 어떤 사람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까.

빠르면서도 날카롭도록 정확한 서비스.
언제나 자신에게 최선의, 상대에게는 최악의, 선택을 해내는 판단력.
교본과도 같이 깔끔한 자세에서 나오는 포핸드와 백핸드를 가리지 않는 스트로크.
능구렁이같은 백핸드 슬라이스와 묵직한 백핸드 다운 더 라인.
한박자 빠른 판단과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포핸드 역 크로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감각적인 드롭샷과 네트 플레이.

나달의 괴물같은 활동량과 체력, 근력을 제외하면 부족함이 없는 황제 페더러의 역사는
프랑스 오픈을 우승하면서 오른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역대 최다 메이져 14승의 기록으로
이제서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경기는 경이롭도록 신나고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황제의 경기답게 우아하고 압도적이었고 완벽했다.
페더러의 우승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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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반쪽달 2009/06/08 00:45 # 답글

    밸리를 타고 흐르는 물마냥 흘러들어와서 글을 보고 갑니다.

    페더러가 포효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보면서
    저도 안구에 습기가 고이는 듯 하더군요. 너무 감동적이였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 거둬줬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 Lucypel 2009/06/08 08:45 #

    기왕 샘프라스의 기록을 깨는거 제대로 깨서 당분간은 아무도 도전하지 못할 정도로 높게 올라섰으면 좋겠습니다. :)
  • Pumuckl 2009/06/08 23:54 # 삭제 답글

    mate 관련 검색을 하다가 흘러들어왔습니다. 얼음집도 없고... 그렇다고 하여 달리 공개할 변변한 집이 있는 것도 아니라 홈페이지란을 뛰어넘어 이렇게 둑닥입니다. (_ _)(^_^) 트로피 아래로 흐르는 Federer 의 눈물을 보며 뜨거워졌던 가슴이 다시 뜨거워집니다. 신나지 않았다는 게임에 대한 의견에도 동감하지 않을 수 없군요. ^^;
  • Lucypel 2009/06/09 08:58 #

    너무 잘해서 재미가 없었던 거니까 봐줘도 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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