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London & Paris 2007: 7th by Lucypel

London 2007.11.07 사진 보기

본격적인 런던 여행 2일째를 2년만에 쓰고 있기는 하지만는 역시나 조금 더 힘들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많이 더 힘들다는 사실은 어디서나 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마음껏 농간을 부리는 런던의 날씨는 사람 마음도 요동치게 한 다음
해가 저물어갈 때쯤에서야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여주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되는 일이지만, 확실히 이날의 일정은 무리했다.
내 극악 저질 체력을 생각한다면 너무 많이 걸을 것을 계획했었다.
게다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조금 더 늦게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확실히 여행은 넉넉하게 시간을 쓰면서 다니는 편이 더 좋다.

이날의 일정은 버킹엄 궁전에서 아침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그대로 걸어서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지나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을 들른 다음
빅 벤과 국회 의사당, 템즈 강을 건너 런던 아이와 다시 강을 건너 서머셋 하우스까지.
그야말로 런던, 아니 영국의 정치, 역사 중심부를 관통하는 화려한 계획이었다. (웃음)

서클 라인의 빅토리아 역에서 내리면 Buckingham Palace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다.
역에서 나와 걷다보면 왕실 마구간이라는 Royal Mews를 지나칠 수 있고
역시 버킹엄 궁전에 포함되어 있는 Queen's Gallery를 지나칠 수 있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에 나섰기 때문에,
게다가 사실 그렇게 돈을 쓰기엔 뭔가 부족했기 때문에,
왕실의 자동차들과 여왕의 개인 갤러리는 그냥 지나쳐갔다.

사실 사람이 바글바글 몰려들었던 버킹엄 궁전보다는
그 바로 앞에서 마주치는 넓은 두 공원, Green ParkSt. James's Park 쪽이 더 좋았다.
낙엽이 떨어진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 아래 공원은 한껏 공기를 들이마시기 좋았고
이런 귀여운 동물 친구들을 볼 수도 있었으니까. (웃음)
요 녀석은 공원에서 본 건 아니지만 얼마나 예뻤는지.
줄을 풀어주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다가 낼름 뛰어나가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몸에다가 완전히 떨어져버린 배터리 때문에 사진도 찍지 못하자
몸과 정신의 상태는 순식간에 바닥까지 곤두박질 쳐버리고 말았고,
웨스트민스터 성당 앞까지 어떻겐가 걸어왔음에도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삽시간에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 다행히도 편의점을 찾아서 먹을 걸 사 들었고,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벤치에 앉아 주린 배를 채우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
사라진 배고픔과 채워넣은 배터리, 그리고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 덕분에
다시금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기운을 차린 다음에는 Westminster Abbey, House of Parliament & Big Ben.
다녀오고 나서야 더 잘 알고 돌아보지 못했음에 아쉬웠던 웨스트민스터와
온통 검은 구름을 만들어내느라 정신 없었던 빅 벤은 그야말로 런던스러웠다.
빅 벤이 뿜어내는 어두운 기운은 새로운 런던의 명물인 런던 아이가 물려받았다.
다리를 건너와 바라보는 런던 아이의 뒤로 이어지는 빅 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웃음)

템즈 강을 건너와 걷다보면 런던의 일상을 만난다.
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늦은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며 어딘가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바쁘게 일하러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더이상 관광지가 아닌 곳을 걷는 것은 그런 점에서 참 좋다.

한참을 걸어 국립 극장 근처에서 다시금 템즈 강을 건너면 Somerset House에 닿는다.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서 꽤나 헤매고 나서야 들어간 서머셋 하우스에서 본 사람들.
즐거운 듯 웃음 짓는 소녀와 무언가에 집중한 할머니의 모습.
보통 사람들의 삶이 어려움 없이 예술에 접해 있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를 다닐 때마다 가장 부러운 점이다.

거의 마지막 시간이었음에도 충분히 즐거운 마음으로 서머셋 하우스를 둘러보고 나오니
이미 해가 진 런던은 까만 하늘 아래에서 수수한 야경으로 남아 있었다.
절대 어디 나가서 아름다운 야경이라고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겠지만,
템즈 강 너머의 조명들을 지켜보는 것도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서머셋 하우스에서 조금만 걸으면 있는 템플 역에서 서클 라인으로 패딩튼까지.
8시에 해떠서 4시면 해지는 천혜의 일조 시간을 모두 무리하게 돌아다닌 뒤에는
온통 퍼져버린 몸과 정신을 추스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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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nnie 2009/06/26 10:39 # 삭제 답글

    뭥미 미국가서 영국 포스팅 하고 있는거냐 ㅋㅋㅋ 나 순간 너 영국간줄 착각ㅋㅋ
  • Lucypel 2009/06/26 16:04 #

    혹시라도 미국 온 걸 포스팅 하려는데 왠지 옛날 여행이 안 쓰고 남아 있으면 찜찜할 거 같아서. ㄲㄲㄲ

    그나저나 블로그도 들르는 거 보니 요즘은 그래도 살만한가 보네?
  • annie 2009/06/29 12:01 # 삭제 답글

    원래 항상 지켜보고있다는...
    여기랑 kh네랑 대땅이네 이렇게 세군데는 원래 맨날 감... ㅋㅋㅋ
  • Lucypel 2009/06/29 21:52 #

    그래봐야 요즘 여기도 뜸함. ㅋㅋㅋ 다들 뜸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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