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R: Chelsea vs Hull City by Lucypel

헐 시티는 첼시에게는 승리했지만 드록바에게 패배했다.

90분을 잘 버틴, 아니 잘 이겨낸 헐 시티의 패배는 대단히 아쉬웠다.
헌트의 선제골 이후 멋진 수비를 계속 보여주었던 헐이었지만,
드록바에게 내어준 프리킥 실점은 필 브라운 감독을 꽤 아쉽게 했을 것이다.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강하게 눌러찬 드록바의 프리킥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았고,
그것은 종료 직전 터진 우아한 로빙 역전골에서도 또다른 작품으로 이어졌다.

90분 내내 몰아붙인 것은 첼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홈 개막전을 승리하기 위한 안첼로티 감독의 조급한 마음은
미켈 대신 발락을, 말루다 대신 데쿠를, 아넬카 대신 칼루를 투입함으로써 드러났다.
거의 7대3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도 첼시의 끊임없는 공격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헐의 수비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날카로운 집중력을 90분 넘게 유지한 수비진의 투혼은
객관적인 개인 기량에서 훨씬 앞서는 첼시의 공격진을 기백으로 따라잡아내었다.
완벽하게 수비를 제칠 줄 아는 드록바와 아넬카와 램파드의 멋진 동작들은
어김없이 헐 시티 수비수의 발에 걸리면서 허무한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상대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고, 위기의 순간에는 어김없이 몸을 던지는,
헐 시티 수비진의 놀라운 집중력과 정신력이 경기를 팽팽하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필 브라운 감독의 승부사 기질과 선수들의 정신 상태도 인상적이었다.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정도의 클럽도 슬슬 무승부를 위해 굳히려 들 시점이 되자
브라운 감독은 벤치에서 날을 갈던 지오반니를 교체 투입하면서 득점을 노렸다.
비록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날쌔고 날카로운 지오반니의 존재는 위협적이었고
그것이 지난 시즌 보로와 뉴캐슬을 강등시키며 살아남은 헐 시티의 저력을 대변했다.

자칫 홈 개막전에서 망신을 당할 뻔한 첼시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포모어 징크스에 도전장을 내민 헐 시티.
헐 시티가 선전한 것이 그들의 정신력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첼시를 상대할 수 있는 수비 전술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대단히 인상적인 09-10 시즌 개막전이었다.

이제부터 기나긴 시즌의 출발이다.
첼시는 아주 매끄러운 것은 아닌 모습이었고,
헐 시티는 절대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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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eropark 2009/08/16 09:51 # 답글

    헐 경기력이 인상적이었기도 했지만, 첼시가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기는게 역시 강팀은 강팀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감독은 드록바만 잘써도 챔스권은 문제없을듯 합니다... 그 무서운 피지컬+기술;;;
  • Lucypel 2009/08/16 11:18 #

    하지만 드록바 원맨팀으로는 다른 상위권 클럽들을 상대로 좋은 결과만 거두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드록바에 대한 대책이 확실한 팀들이 몇몇 보이거든요. (웃음)
  • GrayFlower 2009/08/16 11:34 # 답글

    드록신 강림이더군요~(어제 첼시 경기를 보면서 지난 시즌 밀란에 부족했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알겠더군요)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그렇고 미켈 선수가 계속 선발로 나오던데 영 미덥잖은 모습입니다. 커팅 후에 계속 패스 미스를 해대니원..
  • Lucypel 2009/08/16 13:27 #

    사실 중원에서는 에시앙 말고는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발락과 데쿠는 영 폼이 죽었고, 램파드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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