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R: Tottenham Hotspur vs Liverpool by Lucypel

어쩌면 이번 시즌 빅4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아스날이 아니라 리버풀일지도 모르겠다.

경기 내내 박문성 해설이 이야기한 것처럼, 알론소의 공백은 너무나도 컸다.

토레스를 원톱으로 놓고 그 바로 뒤까지 제라드를 끌어올린 리버풀의 전형은
제라드에게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부담시키지 않는 것이 핵심적이었고,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패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샤비 알론소의 존재는 제라드의 발을 가볍게 해서 마음껏 공격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알론소가 레알로 떠난 지금, 그 역할을 수행할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영입한 아퀼라니가 아직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할 수 없었던 1라운드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던 루카스는 그만한 그릇이 아닌 것만을 증명했다.
원래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에게 패스를 기대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루카스가 공수의 연결 고리가 되었어야만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반면 토트넘의 중원은 팔라치오스-허들스턴 조합이 멋지게 활약해 주면서 단단해졌다.
강인한 피지컬과 적극적인 활동량으로 경기에 임한 이 토트넘의 중원 조합은
전방의 로비 킨과 함께 유기적으로 리버풀의 중원을 쥐어짜내어 공을 빼앗았고,
폭풍같은 돌파를 선보인 레넌과 섬세한 기술을 보여준 모드리치의 조합은
토레스와 제라드에게만 의존한 리버풀에 비해 훨씬 더 유기적인 공격을 했다.

게다가 전반 중반 발생한 캐러거-스크르텔의 공중 추돌 사고는 더욱 아찔했다.
그야말로 불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던 이 사고로 두 센터백의 정신은 흐트러졌고
그것이 직접적인 실점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다 하더라고 경기 내내 불안함을 더했다.
아우렐리우의 부상과 아르벨로아의 이적으로 허전해진 왼쪽 측면은 레넌에게 유린당했고
영입된 글렌 존슨이 카이트와 발을 맞춰 활발했던 오른쪽마저 결국 무뎌져 버리면서,
그렇게 단단하던 리버풀의 포백은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두골이나 실점하고 말았다.

결국 리버풀의 숙제가 명확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알론소의 공백을 메워야 하고, 토레스와 제라드의 공격 부담을 나눠줄 선수가 필요하다.
전자는 아퀼라니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일단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고,
후자는 카이트와 바벨, 베나윤의 보다 적극적인 활약과 성장이 해답일 것이다.

반면 토트넘은 시티 못지 않게 위협적인 클럽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탄탄해진 조직력이 강점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파블류첸코와 크라우치가 벤치에서 출발할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도 중요하다.

빅4 중 유일하게 1라운드 패배를 기록한 리버풀의 이번 시즌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지난 시즌보다 더욱 아쉽고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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