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근 2주간 포스팅이 없었던 창원 일에 대한 포스팅은 접어두고라도,
오늘 끝난 이번 코리안 시리즈에 대한 말을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 (웃음)
내 이글루에 자주 오는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솔직히 말해서는 나는 이번 시즌도 죽을 쑨 꼴쥐팬. (..)
그래도 포스트 시즌이 어떻게 끝날까하는 건 궁금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무엇보다 LG에 강하다는 이유로, 반 SK인 나는
플옵에서는 두산을, 코시에서는 기아를 응원하고 있었다.
로페즈와 윤석민을 앞세운 1, 2차전 기아의 승리.
문학에서 기아의 타선을 완전히 묶어버린 SK의 승리.
그리고 로페즈의 완봉으로 기선을 가져왔나 싶었던 5차전에서
김성근의 신들린 퇴장의 수가 작렬하면서 6차전은 또다시 균형을 잡았다.
이 상황에서 SK의 승리를 점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SK의 선발은 글로버, 기아의 선발은 구톰슨인 상황에서
기아의 타선은 가라앉고 있었고 SK는 채병용까지 나왔으니까.
구톰슨이 꾸역꾸역 막아준다 싶었지만 박정권의 휘어진 홈런이 나오면서
하늘마저 SK의 3연패에 웃어주는 듯한 분위기는 기아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야구계 최고의 명언은, "야구 몰라요."
5대3으로 앞선 상황에서 올린 카도쿠라라는 무리수는
안치홍의 홈런과 최경환의 3루타로 5대5 동점을 만들어냈고,
로페즈와 유동훈으로 이어진 기아 마운드가 점수를 지키는 동안
정대현에 고효준에 채병용까지 꺼내든 SK도 연장을 노렸다.
그리고 타석에는 나지완.
기계처럼 공을 던져대는 채병용의 제구력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맞아도 높이 뜨거나 땅볼로 굴러갈 듯한 높은 공은 위력적이었다.
그리고 투구가 타구로 바뀌는 순간.
나지완은 두손을 높이 들었고 타이거즈의 모든 사람들은 뛰쳐나왔다.
스포츠가 재밌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승리를 위해서 최선의 방법은 기계처럼 정확하게 하는 것이지만
승리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건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SK 투수들의 공은 기계처럼 정확하게 반복됐었고,
끊임없는 통계에 기반을 둔 수비 시프트는 김현수마저 잡았었다.
하지만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늙은 호랑이 이종범이 만들어냈던 타점들과,
새카맣게 어린 호랑이 안치홍이 만들어낸 그 예쁜 홈런들은 막지 못했다.
솔직히 기아도 그렇게 좋아하는 팀은 아니지만,
오늘 승리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을 울리는 맛이 있었다.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한 순간 한 순간에 호흡을 맞추고 지켜보는 팬들에게,
길고긴 그 12년동안 변함없이 타이거즈를 지켜와준 그 수많은 팬들에게,
잠실 저 멀리로 나비처럼 날아간 공은 그 어떤 불꽃보다 아름다웠다.
- 2009/10/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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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comments















덧글
FrontierJ 2009/10/24 23:35 # 답글
엘지.. 올시즌도 두시즌연속 10승을 찍으며 고군분투한 봉중근 의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Lucypel 2009/10/25 00:16 #
봉의사, 작년에는 옥춘이라도 옆에 있어줬거늘... ㅠㅠ
Reality 2009/10/25 02:39 # 답글
올해 LG야구 안 보셨나요... 대 SK 성적이 대 기아 성적보다 좋습니다... 기아가 LG를 능욕했죠.내년에 꼭 기아에 올해의 복수를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ㅋ 우승은 축하하지만서도.
Lucypel 2009/10/25 13:26 #
물론 대 기아전 성적도 잘 알고 있습죠. 설마 안 봤겠습니까. (...)하지만 올해 기아는 엘롯기 동맹 체결로 인해 김상현도 보내주고 적극 서포팅 모드였어서... (응????)
그리고 사실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최근 몇 시즌으로 넓게 보면 기아보다는 SK에게 더 안 좋았죠.
바죠 2009/10/26 09:26 # 답글
그렇죠. 사람이 꽃보다, 통계보다 아름답습니다.
Lucypel 2009/10/28 05:59 #
그런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