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9R: United vs Bolton Wanderers by Lucypel

대표팀 경기 주간에서 돌아온 유나이티드였기 때문에 휘몰아치지는 못했지만
적당한 장점과 적당한 단점 사이에서 무난하게 승리를 챙기는 데에는 성공했다.


1. 드디어 나아지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발렌시아.

이번 시즌 유나이티드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측면의 공백이다.
박지성이 부상과 엮이며 조용한 가운데 노장 긱스만이 제몫을 해주고 있고
반드시 활약해 주어야만 할 나니와 발렌시아가 더딘 발걸음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입생 발렌시아의 부진은 여러 모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호날두의 이적 이후 영입한 발렌시아가 전혀 가치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 빈 자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을 뿐더러,
그의 부진이 단순한 경기력 때문이라는 사실도 그의 그릇을 의심케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발렌시아는 드디어 아주 약간의 변화를 보였다.
언제나 공을 잡으면 타이밍을 늦춘 뒤 엔드 라인으로 치고 들어가던 고집 대신에
오른쪽 풀백이었던 네빌과의 적절한 호흡으로 패스를 주고 받기 시작한 것이다.
풀백이 돌아들어가는 동안 자신은 가운데로 파고드는 것 역시 새로운 모습이었다.

오랫만에 만들어낸 발렌시아의 득점 장면 역시 그러한 변화의 산물이다.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오른쪽으로 들어온 네빌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것은
드디어 그가 유나이티드 수준에 걸맞는 패스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좁은 공간에서 만들어낸 슈팅은 그에 대한 기대를 조금 크게 바꿔 놓았다.

경기 내내 눈부신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발렌시아가 달라진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단지 일회성 변화가 아니라 경기 내내 달라지려고 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이제는 발렌시아라는 선수 자체의 그릇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반드시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2. 답답한 측면의 해법은 풀백의 공격 가담.

오늘 경기에서 나온 두골의 득점은 모두 측면에서 만들어졌다.
긱스의 뒤로 돌아들어간 에브라의 크로스가 오언의 머리에 맞고 연결된 선제골과
발렌시아와 네빌의 2대1 패스를 통해 발렌시아의 득점으로 이어진 추가골.
그리고 그 측면에서 만들어진 득점에는 좌우 풀백이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박지성의 가치는 대단히 중요했다.
반대편의 호날두가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쉴새없이 그와 자리를 바꿔가며 좌우 모두에서 무게 중심을 잡았고,
그러한 중심 잡기의 핵심은 상대 측면 공격의 저지와 함께
유나이티드의 공격적인 풀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박지성보다 나니와 발렌시아의 출장이 많아지면서
유나이티드의 풀백들은 전혀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한번 뛰쳐나가면 돌아올 줄 모르는 나니와 서성이는 발렌시아의 존재는
오셔도 에브라도 네빌도 파비우도 도무지 공격 가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특히 에브라의 창끝이 무뎌진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유나이티드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 중에 하나인 에브라의 오버래핑은
호날두와 함께 하던 시절에도 최근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누구보다 날카롭게 파고들 줄 아는 이 프렌치 풀백의 공격 가담은
최근 들어서는 긱스와 함께할 때에나 잠깐씩 이루어질 뿐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오버래핑이 측면 공격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법이고,
요즘의 척박한 유나이티드의 측면은 풀백의 가담으로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긱스의 부족한 기동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에브라의 빠른 발이고
발렌시아와 나니의 혼자놀기를 막아주는 것이 네빌의 경험이다.

이 경기의 두골이 알려준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안정적이고 느린 경기 운영이라고 해서 풀백은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풀백들을 가둬놓지 말고 계속 공격에 가담하도록 해야만 측면이 열리고
측면이 열려야만 유나이티드의 느린 공격도 더욱 힘을 받는다.


3. 정신줄을 놓아버린 수비진의 실점.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후반의 실점 이전까지의 유나이티드는 그럭저럭 합격점을 줄만 했다.
하지만 필요없는 실점이 한심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볼튼은 분명히 제공권에서 커다란 강점이 있는 팀이다.
케빈 데이비스를 필두로 즐비한 장신 선수들은 모두 당당한 체격을 갖고 있어서
어떤 클럽도 그들을 상대로 쉽사리 제공권에서의 우위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유나이티드가 이렇게 쉽게 흔들려서는 안된다.
세트피스 상황마다 유나이티드보다 볼튼이 공을 채가는 경우가 더 많이 보이고
급기야는 에브라가 테일러와 경합을 벌여서 실점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진다면,
더 크고 강인한 축구를 하는 클럽을 상대로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유나이티드의 높이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은 센터백들의 부진 때문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퍼디낸드-비디치 조합의 경기력 저하는
높이와 속도 양쪽에서 모두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는 단순히 신체적인 경기력의 저하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떨어뜨리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도 심각하다.

이러한 집중력 저하는 경기마다 그 마수를 뻗쳐오고 있다.
전에도 시즌 중 두어 경기 정도는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렸던 퍼디낸드는
이번 시즌에는 두어 경기마다 한번 정도는 꼭 생각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비디치는 뭔가 고민이 있는 사람마냥 계속 찌푸린 얼굴만 하고 뛰어다니고 있다.
브라운의 기량이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고 에반스는 조금 더 커야할 상황에서
주전 센터백들의 정신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이다.

수비진의 문제는 유나이티드의 커다란 근심 거리임에 분명하다.
다행히도 반 데 사르가 돌아오면서 포스터보다 훨씬 큰 안정감을 주었지만
그의 앞을 지켜줘야 할 수비진이 정신을 놓고 있다면 아무리 반 데 사르라도 힘들다.
지난 시즌 역사적인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웠던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이 필요하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맞대결로 국내 언론에서 떠들어댔던 이번 9라운드는
박지성의 결장과 이청용의 전반 45분 활약으로 그 색을 순식간에 잃었지만,
어차피 한심한 언론이 떠들어대는 헛소리는 진작부터 무시하는 것이 현명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나이티드가 어쨌든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이고
그 승리의 과정에서 더욱 나아질 가능성과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확실히 한발 한발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의 끝에서 영광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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