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0R: Liverpool vs United by Lucypel

물론 리버풀은 언제 만난다 해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두 잉글랜드 1부리그 최다 우승 클럽의 맞대결은
지난 시즌에도 리버풀의 더블로 마무리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현재의 리버풀은 대단히 손쉽게 짓밟아야만 했다.
절대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로
안필드에서 승리하여 확실히 유나이티드의 저력을 보여주었어먄 했다.

그러나 10라운드의 유나이티드는 개판이었다.


1. 부상에서 돌아온 토레스와 루니의 차이.

전반 내내 유나이티드의 강한 압박은 리버풀의 창끝을 무디게 만들었다.
제라드가 없는 상황에서 아우렐리우-베나윤-카이트의 2선은 활발했지만 무섭지 않았고
부상에서 갓 돌아온 토레스는 아직까지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위협할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후반 65분, 단 한순간의 틈새를 벌릴 줄 아는 토레스는 정말 날카로웠다.
베나윤의 뒷공간 패스를 따라 순식간에 뛰쳐들어가는 토레스의 속도는 엄청났고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퍼디낸드를 몸싸움에서마저 이겨낸 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완전히 좁혀진 각에서도 깔끔하게 골문 구석으로 강력한 슈팅을 만드는 것은
토레스가 세계 최고의 원톱 스트라이커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을 뿐이다.

토레스가 결국 경기를 결정짓는 선제골을 만들어낸 반면, 루니는 그렇지 못했다.
최전방에서 결정짓는 역할보다도 경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이 더 어울리기에
다소 감각이 떨어졌을 때에도 우겨넣는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애초에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이 전체적으로 틀어막히며 주도권을 잡지도 못했지만
몇 차례의 기회에서 결국 득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루니의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계속 재기되던 유나이티드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호날두의 이적 이후 주축이 된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모두 득점 자체에 특별하기 보다는
경기를 조율하고 공격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오는 문제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들어서 시도하는 것처럼 루니와 베르바토프를 좀 더 끌어올려 득점을 노리게 하는 것은
확실히 두 선수의 재능이 우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둘 모두 안 좋은 상태에서 우겨넣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부분이고
상대의 두터운 수비에 가로막혔을 때에는 어느 누구라도 둘로는 부족하다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투톱을 돕기 위한 2선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절실할 듯 하다.
하지만 2선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측면 공격의 붕괴로 인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기에,
결국 유나이티드의 문제 해결은 또다시 확실한 측면 자원의 확보로 돌아가게 된다.


2. 회춘한 긱스의 단 한 가지 문제점.

이번 시즌의 긱스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나니와 발렌시아가 멍청한 짓거리만 반복하는 가운데
유나이티드가 승리한 경기의 대부분은 긱스의 활약이 핵심적이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는 전혀 그러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트피스 상황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돌파도 패스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며
유나이티드의 공격의 마지막 가능성마저 리버풀에게 가로막혀버린 것이다.

긱스가 틀어막힌 것은 역시 리버풀의 강한 압박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라드는 빠졌지만 마스체라노와 루카스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리버풀 중원은
공격적인 능력은 부족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막강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누구보다도 많이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압박할 줄 아는 마스체라노의 활약은
그대로 유나이티드의 중원이 계속해서 제압당하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유나이티드의 선발 중원 조합은 스콜스-캐릭 조합이었다.
활동량과 몸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플레쳐와 안데르송이 빠졌고
이번 시즌 현저하게 기동성이 떨어지면서 약점을 드러낸 스콜스가 더해져는데,
이것이 유나이티드의 중원이 완전히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스콜스라는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리버풀에게는 여유까지 생길 정도였고
카이트와 베나윤, 아우렐리우라는 수비 가담이 좋은 선수들까지 더해지자
유나이티드의 측면까지 강한 압박에 시달리며 그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여전히 재기 넘치는 긱스지만 카이트와 마스체라노와 존슨까지 모두 제치는 것은
패스를 주고받을 동료 없이는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긱스가 틀어막히는 동안 반대편의 발렌시아가 활약했다면 또 달랐겠지만
강력한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던 발렌시아로는
리버풀을 뚫고 들어가기에는 애초에 경기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애초에 상대 수비를 찢어버릴 수 있는 성향의 윙어가 아닌 발렌시아는
불규칙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고 수비를 휘저을 수도 없었다.

이 10라운드의 결론은 긱스가 측면의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환상적인 재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 옵션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전성기만 못한 활동량과 기동성은 상대의 거센 압박에 약점을 드러낸다.
이런 그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고
같이 늙어버린 스콜스나 멍청한 나니 혹은 부적응의 발렌시아는 그 동료가 아니다.


3. 확실히 작년만 못한 수비진.

맨 처음에는 반 데 사르의 부상이었고, 그 다음은 퍼디낸드와 비디치의 부상이었다.
장기 부상 중이었던 브라운에 하파엘의 어깨 부상까지 더해지면서
제대로 뛰고 있는 주전 수비수는 에브라와 오셔 정도 뿐이었다.

그나마 반 데 사르와 퍼디낸드-비디치가 돌아오면서 수비가 나아질 것 같았지만,
주전 센터백 조합의 떨어진 경기력은 확실히 문제가 되고 있는 듯 하다.
퍼디낸드는 지난 시즌처럼 토레스를 잡아내지 못하며 무너져내렸고
안 풀릴 때 지나치게 거칠어지는 비디치는 매번 거칠어지고 있다.
작은 부상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퍼디낸드와 퇴장당한 비디치는
다시금 유나이티드의 수비 진영을 지켜보는 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퍼디낸드의 경우는 나이를 생각하면 경기력 저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비디치의 경기력이 재빨리 올라오지 않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브라운과 에반스라는 좋은 자원이 센터백 후보로 있기는 하지만
비디치만큼 강인한 높이를 제공할 수 있는 센터백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확실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점도 나름 문제이다.
캐릭의 수비가 좋기는 하지만 기동성이라는 부분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던 퍼디낸드와 비디치의 경기력 저하는
연쇄적으로 유나이티드의 수비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비진의 불안은 그렇게 심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록 비디치의 퇴장으로 은고그에게 추가 실점까지 허용하기는 했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돌아오고 중원이 안정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 데 사르 골키퍼가 돌아와 안정감을 찾아주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안필드 원정은 항상 힘들고, 이번의 패배는 두골차만큼 큰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리버풀의 최근 전력이 절대로 정상이 아니었던 데다가
이번 패배로 인해 첼시에게 프리미어십 선두를 내어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번 시즌 유나이티드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리버풀 정도의 클럽에게는 손쉽게 공략될 수 있는 약점이었을 뿐이고,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이번의 패배는 도리어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비정상적이리만큼 유나이티드에게 짰던 심판의 판정은 대단히 불만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것은 대단히 아쉬운 사실이다.
제발 이 패배가 쓰디쓴 약이 되어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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