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EPL 11R: Arsenal vs Tottenham Hotspur by Lucypel

왠지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떠오르게 하는 멋진 골이었다.
마치 안 감독님이 재중군을 찾으며 외쳤듯이, 벵거 감독은 앙리를 찾지 않았을까.

파브레가스의 두번째 득점은 정말 환상적인 수준의 득점이었다.
절대 만만치 않은 토트넘의 수비진을 킥오프 직후 누비기 시작해서
네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를 앞에 둔 채 슈팅을 성공시키다니,
이게 무슨 위닝이나 피파 게임도 아니고 현실로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추가골 장면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파브레가스는 분명 훌륭했다.
더이상 이견을 달기가 어려울 정도로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가 된 세스크는
로시츠키와 나스리가 빠진 상황에서도 공격진을 진두지휘했다.
창조적인 동료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쉴새없이 몰아치지는 못했지만
끝끝내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아스날의 승리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었다.

알무니아 골키퍼의 복귀와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 중 하나인 베르마엘렌의 가세는
중앙의 갈라스와 좌우의 클리시, 사냐와 함께 수비진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듯 하다.
180대 초반의 크지 않은 두 센터백이지만 충분한 탄력은 제공권 장악에도 안정적이고
누구보다 많은 득점을 하고 있는 베르마엘렌의 공격 능력 역시 정말 탁월해 보인다.

하지만 압승을 거뒀다고 아스날의 약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우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혼자 활약하고 있는 송의 존재는 아직 가벼워서
상대 중원이 강하게 압박을 시도할 경우 불안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고,
아르샤빈이 다소 침체된 상황에서 디아비는 파브레가스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보기에 반 페르시는 절대 최고 수준의 자원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왼발만을 사용하는 점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는 상당히 큰 약점이고
여기에 개인적인 성향까지 더해져서 공을 끄는 장면이 너무 많이 보였다.
동료들과의 호흡을 최대한 살리는 움직임이 보인다기 보다는
자신의 득점을 향해 이기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막강한 득점력으로 상대를 부숴버리지도 못했다.

반 페르시는 이번 11라운드에서도 두골이나 득점하며 승리를 견인했지만
본인이 만든 득점이라기보다는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 먹었다는 느낌이 강해서,
물론 그렇게 득점하는 것도 중요한 재능이지만 그에게서는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앙리 이상의 선수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아보였다.

어쨌든 잉글랜드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 중 하나인 북런던 더비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주인인 아스날의 낙승으로 마무리되었다.
비록 전반 42분 선제 실점 장면까지 토트넘이 멋진 수비를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시즌 최고의 골로 남을지도 모를 치욕적인 실점을 포함한, 두골을 실점하며
단숨에 무너져내린 것은 좀 더 치열한 경기를 기대했던 팬으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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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ViceRoy 2009/11/06 00:25 # 답글

    반페르시는 오른발로도 위력적인 슈팅 자주 보여주던데 말이죠 ㅇㅅㅇ; 근데 페르시의 퍼스트터치가 최상급임을 감안하면 닥치고 왼발선호는 그다지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베르마엘렌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야 좋은데 이거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안합니다. 사실 예전처럼 공격이 안풀리니까 변칙적으로 하는 오버래핑이 아니라 아예 송이 뒤로 빠지고 베르마엘렌이 앞으로 나서는 형태로 되고 있는데, 가뜩이나 수비진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아스날의 스타일 상 체력이 떨어진다거나 패스미스가 난다거나 하면 곧바로 역습당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 Lucypel 2009/11/06 02:12 #

    퍼스트 터치가 아무리 좋아도 왼발로만 슈팅하려고 하면 수비로서는 한쪽으로만 몰면 되니까 너무 쉽게 읽힌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오른발도 나쁘지 않은데 선수 본인이 지나치게 왼발만 사용하려고 하는 게 보이니까 솔직히 정상급 센터백한테는 약점이 명확해보여요.

    베르마엘렌의 경우는 역시 안티 풋볼(..)을 상대로 벵거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일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닥치고 틀어박히는 상대에게는 위험을 안고서라도 뚫어낼 필요가 있으니까요. 송의 공격 능력이 거의 없고 본디 수비 출신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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