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UCL 결승: Milan vs Liv

2년전 전세계 팬들에게 기적의 감동을 선사했던 리버풀과 밀란의 경기가 다시 펼쳐졌고,
밀란은 리버풀에게 다시 한 번 역전의 드라마를 허용하지 않았다.

역시 오늘밤 가장 빛난 별은 필리포 인자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빠르지도 않고 키가 크지도 않으며, 화려한 개인기도 강력한 슛팅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인자기에게는 그를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로 부를 수 있게 하는
초인적인 위치 선정 능력과 환상적인 골 결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오늘도 그의 능력은 그에게 또 하나의 영광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첫번째 골은 피를로에게 더 많은 공이 가야 하겠지만
만약 공이 그 궤적 그대로 날아갔다면 레이나에게 충분히 막힐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인자기의 "무척 운이 좋은" 위치에서의 "무척 운이 좋은" 볼터치가 골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두번째 골은 그의 능력을 완벽하게 대표하는 골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더이상의 논란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경기 전체적으로는 서로 상대팀의 에이스를 완벽하게 제압한 수비 전술이 돋보였지만,
한 순간의 프리킥과 한 순간의 패스를 허용함으로써 먼저 무너진 리버풀의 패배였다.
그러나 마스체라노가 보여준 카카에 대한 완전 봉쇄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가투소와 같이 터프한 수비가 아니라 끝까지 참고 기다리며 유연한 태클을 시도하는 수비는
카카와 같이 빠르면서도 섬세한 공격수에게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아니면 브라질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한이 승화된 것일수도 있겠다.)

리버풀은 알론소와 마스체라노의 수비는 상당히 안정적이었지만,
카이트가 혼자 포진한 최전방과 제라드의 이선 공격 라인은
강력한 밀란의 수비 조직력에 의해 앞뒤로 고립되며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측면의 페넌트와 젠덴은 꽤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중앙에서 높이를 장악하지 못하며
결국 공격 기회를 계속 무산시키는 아쉬운 경기가 되어버렸다.

이번 시즌 UCL 4강을 점령했던 EPL의 세 팀 사이에서 홀로 남았던 밀란이
결국 맨유에 이어 리버풀마저 제압하며 다시 한 번 유럽 정상의 위치를 차지했다.
그 최전방에는 노장 인자기가 있었고, 또 최후방에는 밀란의 역사 말디니가 있었다.
이제 밀란에서만 20년의 선수 생활을 기록하게 될 말디니에게
오늘의 우승은 역사의 또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해 줄 것이다.

말디니가 들어올린 우승컵과 인자기가 닦아낸 눈물.
어린아이처럼 컵을 껴안고 즐거워하는 인자기의 모습.
이러한 점이 밀란의 매력이고 밀란의 강점일 것이다.

by Lucypel | 2007/05/24 06:03 | Review: UCL/UEFA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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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7/05/24 11:59
브라질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한이 승화된 것이라는 말에서 웃었습니다^^; 정말 두팀다 멋진 경기를 했지만 리버풀 베니테즈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쉽게 되었습니다.(제라드의 위치도, 마스체라노의 교체도 말이죠.) 안첼로티 감독의 말처럼 이번 우승은 운명이었던 거겠죠.^^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5/24 12:49
GrayFlower: 피식 웃을 수 있게 쓴 말인데, 웃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저는 역시 크라우치의 늦은 투입이 아쉽더군요. 어쨌든 인자기가 두 골이나 넣은 걸 보면 운명은 운명인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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