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PL 전기: T1 vs Khan

티원의 테란 라인은 강력하다 하고, 전체적인 능력도 좋다 하지만,
임요환이 없는 티원의 테란 라인은 무능력해졌고, 팀의 밸런스는 무너졌다.

오충훈과 송병구의 첫세트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송병구의 분위기는 거침없이 승리를 거두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초반 빌드에서 갈려버린 경기를 뒤집기에는 오충훈의 능력이 부족했다.

박대경의 승리는 "그나마" 하나라도 위안삼을 수 있는 것이었다.
엇박자로 들어가는 몰래 게이트를 통한 승리는 상당히 전략적이었고
비록 허영무의 프로브 디펜스에 꽤 많이 막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프로브를 동원할 수 있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전투는 당연히 유불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용욱-이건준 조합의 팀플과 고인규의 테란전은 안타까움만 가중시켰다.

팀플은 그야말로 거대한 벽을 만난듯이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늘 상대한 이창훈-박성훈 조합은 이미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었고,
속된말로 "깔짝거려 본" 초반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막히자 그대로 무너졌다.
박용욱은 팀플 전문 선수가 아니고, 이건준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커맨더가 없는 팀플,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팀플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고인규의 패배는 왠지 모르게 "임요환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분명 고인규는 이성은에게 생산력이나 컨트롤, 운영 능력에서 뒤쳐지지는 않았다.
도리어 상황을 낙관하고 있던 이성은에 비해 전투에서의 이득은 많이 챙긴 편이었다.
하지만 결국 20분이 넘는 경기의 승부를 갈랐던 것은 최초의 빌드 싸움.
투팩을 보여주고 원벌쳐 이후 바로 앞마당을 가져가며 마인으로 상대를 조인 이성은은
멀티를 동등하게 가져가면서도 상대를 조여놓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 것이다.
물론 고인규도 레이스의 센스를 보이며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순간의 "센스"에 의한 이익과 계산된 "빌드"에 의한 이익은 비교할 수 없었다.

사실 임요환이 티원에 있을 때에도 실력으로는 최연성-전상욱-고인규가 앞섰다.
하지만 임요환은 특유의 전략성과 계산, 끊임없는 연습과 실험을 통해서
항상 테란 전체의 전략, 전술을 선도하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냈었고,
그러한 그의 새로운 전략, 전술을 실용화하여 승리했던 것이 티원 테란이었다.
바카닉, FD, 섬맵에서의 4골리앗 드랍 최적화, 구름 베슬 등등 테란의 강력한 빌드들이
대부분 티원 테란들에 의해서 정리되고 실용화되었다는 것은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임요환은 분명 티원의 테란 라인에 아주 중요한 한 축으로서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입대 이후 티원 테란이 잃어버린 창의성과 새로움을 생각한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연성-전상욱-고인규로 이어지는 티원의 테란 선수들은 분명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만
고인 물은 언젠가 썩기 마련이고, 박힌 돌은 굴러온 돌에 밀려나기 마련이다.
임요환이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 우승부터 지금까지 방송 경기에서 승리하는 이유는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또 스스로가 변화를 주도해나갔기 때문이다.

티원의 테란, 특히 최근 부진한 전상욱과 오늘 패배한 고인규는
그러한 황제의 성공 요인을 반드시 머리 속에 새겨 놓아야만 할 것이다.

by Lucypel | 2007/06/11 21:31 | Review: ProLeagu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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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eign at 2007/06/11 21:47
근간의 T1은 별로;;;차라리 져도 공군 Ace가 훨씬 근성이 넘쳐 보이니 어쩔 수없이 마음이 떠나는 것 같습니다.
애들이 임요환 있을때의 악바리 근성이 사라졌어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6/11 21:52
Reign: 아아, 딱 저도 그 느낌입니다. 공군은 그야말로 근성 빼면 시체라는 느낌이라서 정이 안 갈 수가 없지요. 티원은 최연성, 박태민, 박용욱이 살아나고 박성준이 더해지지 않으면 계속 하락세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네코 at 2007/06/11 23:01
고인규는 레이스 타이밍 때 잘만 활용 했었어도 게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초반 빌드에 승패가 갈렸다고 하셨는데, 초반 빌드 때문에 위태로웠던 쪽은 이성은 쪽이었죠.
지난번 이성은을 상대로 CJ의 김성기가 보여주었던 전진 투스타 레이스 처럼, 고인규는 레이스를 뽑았을 때 테크 차이를 많이 벌렸어야 했습니다.
이성은은 레이스에 대비를 전혀하지 못했었고 레이스가 본진에 들어올 때까지 레이스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레이스를 만들 생각이었으면 완전히 승기를 가져갈 생각으로 덤볐어야 했죠.
이성은 보다 가스를 많이 채취하고 테크를 앞서간 의미가 없었습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6/11 23:08
네코: 잘만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 활용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투스타 클로킹 레이스로 갔다면 벌쳐에 앞마당이 털렸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을 꺼에요. 게다가 정확히 레이스 두 대 뽑아서 10킬했으면 충분히 잘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드랍십 쓴다고 해 봐야 팩토리 차이가 많이 나서 별로 득 볼 것도 없었을 것이구요. 9시 멀티를 레이스로 견제하지 못한 부분이나 3시 멀티 언덕 위를 내준 것은 분명히 패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갈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레이스를 가지 않았더라면 어차피 지상군 체제였을 것인데, 이미 팩토리가 하나와 셋으로 차이난 상황에서는 결국 지는 싸움이었을 겁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 보면, 레이스는 뽑은만큼은 득을 봤다는 것이 되겠네요. 원팩 멀티한 테란이 똑같은 타이밍에 멀티를 먹었는데 팩토리는 두개인 테란을 상대하려면 지상으로는 안된다고 봐요. ^^;
Commented by 네코 at 2007/06/11 23:29
이번 경기 다시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성은이 고인규가 3번째 커맨드 가져가는걸 막기 전까지는 고인규 선수의 페이스였습니다.
고인규가 3번째 커맨드 짓다가 말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것도 게임에 큰 영향을 끼쳤었고, 레이스가 나왔을 때 김성기처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scv는 더 줄여줬어야 했습니다.
실제 이성은 vs 김성기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김성기 본진엔 팩토리 1개 뿐이었고 이성은은 중장기전으로 팩토리를 늘려갔습니다.
그런데도 김성기가 이겼죠.
이 경기는 김성기가 완전히 레이스에 올인했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결과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인규가 scv를 줄이고 물량이 나오는 타이밍을 끊어줄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성은은 가스 채취도 scv 한기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머리가 지어져도 골리앗 생산은 몇기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고인규의 실수도 있었고, 판단 미스도 있었습니다.
이성은이 초반에 빌드적으로 우세했다는 것은 말이안되죠.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6/12 14:25
네코: 방금 그 경기의 전반부를 다시 봤습니다만, 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네요. 분명 레이스 등장까지 고인규의 "페이스"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경기에서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 뿐이지 상황이 유리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3시 멀티의 건설이 늦어진 부분은 절대적으로 고인규 선수의 실수이고 경기에 큰 영향을 주었겠지만, 클로킹도 개발하지 않은 레이스가 10킬이면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레이스를 셋이나 넷까지 모아서 들어가기는 것은 만약 이성은이 아모리를 일찍 지었다면 도리어 더욱 무의미한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요즘 온리 벌쳐 싸움에서 업그레이드를 위해 아모리를 일찍 짓는 것을 생각한다면 첫 레이스부터 공격을 갔던 것은 좋았다고 생각되고, 레이스를 생산하자마자 보여준 이상 적절한 대처가 바로 이어지면 그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되네요. 골리앗이 별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첫 레이스 날아온 타이밍부터 아모리 짓고 가스 캐면서 골리앗 뽑아도 원스타 레이스 막을 정도는 충분하게 나옵니다. 그렇다고 투스타 레이스 올인 전략을 쓰는 것도 골리앗이 적당히만 나오면 막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좋지 못한 선택이었을 것이고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성은이 이미 김성기에게 레이스로 당했었다면 똑같은 레이스 전략에는 당하지 않도록 준비했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성은의 투팩 이후 앞마당, 포팩 전략은 평범한 원팩 앞마당 이후 원스타 혹은 투팩 전략에는 효율적인 듯 합니다.
Commented by 아리하 at 2007/06/12 15:16
박용욱은 꽤 괜찮은 팀플 카드입니다. 그간 안나와서 그렇지 동양시절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팀플에 공헌을 했고, 그파에서도 이건준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에결까지 끌고가는데 일조했고요. 하지만 그때의 그 번뜩이던 플레이가 보이지 않아서 매우, 매우 속상하더군요.

그리고 인규.. 하하.. 댓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해도 속이 상해서 글을 못보겠어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7/06/12 15:30
아리하: 물론 박용욱도 팀플에서 강했죠. 역시 철의 장막에서의 활약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말이죠. 하지만 박용욱을 팀플 카드로 쓰는 건 아직 뭔가 아까운 느낌입니다. 게다가 팀플을 할 거라면 아예 전담하면 좋을텐데, 박용욱은 팀플 전담 카드라는 느낌은 없었죠. 원년 리그의 이창훈-김성제나 2005년의 고인규-윤종민같지 않은 게 좋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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